[단독]“사원도 팀장 될 수 있다” 신한카드, 1년간 파격 인사는 없었다
업계 1위인 신한카드가 “능력만 있으면 사원도 팀장이 될 수 있다”며 파격적인 제도를 시행했지만 1년 넘게 ‘깜짝 인사’는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정보기술(IT) 등 특정 분야와 달리 보수적인 금융사 분위기를 고려하면 당분간 실현 가능성은 작다는 전망이 나온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임영진 전 대표 등 신한카드 임원 및 부서장은 지난해 7월 경영전략회의를 열고 신 인사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애자일 조직(소규모 팀)은 직급과 연령에 상관없이 전문성과 리더십만 검증되면 사내 공모로 팀장을 정하기로 했다. “창의성과 주도성이 강한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인사 혁신”이라고 강조했다.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신한카드의 사원급 팀장은 나오지 않았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지금까지 사원이나 대리급 직원 중에 팀장을 하겠다고 나선 지원자가 없었다”면서 “장기적으로 가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하는 만큼 제도는 계속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한카드의 지난해 말 기준 정규직 근로자는 2409명, 평균 근속연수는 17년7개월이었다. 매년 30~50명을 신입사원으로 채용한다. 통상적으로 사원과 대리를 각각 4년씩 한 후 과장으로 승진한다.
카드업계에서는 신한카드의 지난해 ‘선언’이 처음부터 현실성이 떨어졌다는 분위기가 많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는 워낙 보수적인 조직이어서 과장급이면 몰라도 사원이나 대리가 팀장을 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분위기”라면서 “수익성 못지않게 건전성과 안전성이 중요한 금융사가 IT 기업이나 핀테크·빅테크가 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예컨대 토스에서는 최근 20대 프론트엔드(기술) 개발자가 입사 1년여 만에 30여명을 이끄는 팀장이 됐지만, 금융사는 분위기가 다르다는 것이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이론적으로는 사원도 팀장이 될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어도 금융사별로 발탁 기준이라는 게 있는데 인사 조건을 만족하는 직원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상대적으로 급여가 높은 금융사에서 일하는 젊은 세대가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려면 위와 아래에서 모두 치이는 부서장을 기피하는 분위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올해 청년 구직자 3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청년들은 직장 선택 시 가장 중요한 점으로 ‘임금 및 복지수준’(86.7%)과 ‘근로시간(워라밸)’(70.0%)을 선택했다.
금융권에서도 파격적인 인사는 종종 있었다. 국민은행은 2002년 3월에 1125개 지점장 중 419개 점포장을 신규 임명했는데 여기에 대리급(4급) 직원 60명이 포함됐다.
금융권 관계자 “현재 금융사 내에서도 디지털 조직 등은 전통적인 금융 담당 부서와 분위기가 확연히 다르다”면서 “빅블러(산업 간의 경계가 흐려지는 현상)가 더 심해지면 금융권 인사 시스템도 변화를 맞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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