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박업체들, 유럽 시장 공략 속도…현지생산 늘리고 고객사 확보

장하나 2023. 8. 7.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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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넥실리스, 노스볼트 이어 바르타와 공급 계약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스페인에 연산 3만t 규모 공장 건설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는 가운데 전기차용 배터리의 필수 소재인 동박(銅箔) 업체들이 글로벌 배터리 제조사가 밀집한 유럽 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유럽이 역내 전기차 부품·소재 공급망 구축을 강화하는 만큼 동박 업체들은 현지 생산 규모를 늘리고 중장기 계약을 통해 고객사를 확보, 시장을 선점한다는 계획이다.

SK넥실리스 동박 [SK넥실리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7일 업계에 따르면 SKC의 이차전지용 동박사업 투자사 SK넥실리스는 독일 배터리 제조사 바르타의 첫 전기차용 이차전지 양산 프로젝트에 필요한 동박 전량을 단독으로 공급하기로 했다.

바르타와 5년 이상의 장기 공급 계약도 협의 중이다.

지난 2월 유럽 최대 이차전지 제조사인 노스볼트와 최대 1조4천억원 규모의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한 데 이은 성과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스페인 카탈루냐주 몬로이치에 5천600억원을 들여 연산 3만t 규모 전기차 배터리용 하이엔드 동박을 생산하는 스마트팩토리 건설에 나선다.

유럽 현지 고객사 수요를 고려해 생산물량을 2만5천t에서 3만t으로 늘리고 완공 시기도 2024년에서 2025년으로 조정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스페인 팩토리 조감도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이차전지용 동박 시장은 2021년 27만t에서 2025년 75만t 규모로 연평균 40% 이상의 고성장이 예상된다.

동박은 두께 10㎛(마이크로미터·1㎛는 100만분의 1m) 안팎의 얇은 구리막으로, 전기차 이차전지 내에서 음극의 집전체 역할을 하는 핵심 소재다. 두께가 얇을수록 이차전지의 경량화·고용량화에 유리하다.

SK넥실리스의 경우 머리카락 두께(약 120㎛) 30분의 1인 4㎛의 동박을 세계 최장인 30㎞까지 생산할 수 있다.

작년 기준 글로벌 동박 시장 점유율은 SK넥실리스(22%)가 1위고, 중국 왓슨(19%), 대만 창춘(18%),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13%) 등의 순으로 뒤를 잇고 있다.

국내에서는 SK넥실리스와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솔루스첨단소재가 동박 사업을 이끌고 있다. 최근에는 고려아연도 동박 사업에 도전장을 냈다.

이 중 SK넥실리스는 내년부터 당초 계획(연산 5만t)보다 늘어난 연산 5만7천t 규모의 폴란드 공장을 가동할 계획이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2025년 완공 계획인 스페인 3만t과 올해 말 완공되는 말레이시아 2만t 외에 말레이시아, 스페인, 북미 등에서 총 13만t을 추가 증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솔루스첨단소재는 현재 국내 동박 업체 중 유일하게 유럽에 생산 거점을 두고 동박을 생산하고 있다.

현재 헝가리 제1공장에서 연산 1만5천t 규모로 전기차 배터리용 동박(전지박)을 생산 중이며, 이달 중으로 연산 2만3천t 규모의 헝가리 제2공장이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헝가리 생산공장에서 2026년까지 총 10만t을 생산하는 것이 목표다.

솔루스첨단소재 [솔루스첨단소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들 업체가 특히 유럽 시장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유럽이 글로벌 배터리 제조업체들이 모인 전기차 최대 시장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국내 배터리업체의 경우 현재 LG에너지솔루션이 폴란드에서, 삼성SDI와 SK온이 헝가리에서 생산 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동박 공장의 (유럽) 증설은 급증하는 수요에 대한 선제 대응이자 고객사의 리드타임(주문부터 실제 납품까지 걸리는 시간) 단축을 위한 밀착 대응"이라고 말했다.

유럽연합(EU)의 핵심원자재법(CRMA) 대응은 물론, 강화하는 환경 규제에도 선제 대응이 가능하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가 택한 스페인 카탈루냐 지역의 경우 태양광 등 친환경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안정적인 전력망을 보유하고 있어 EU가 요구하는 'RE100'(재생에너지 100%) 기준을 충족한다.

스페인 정부 역시 수백억원의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인허가 행정절차를 빠르게 돕기 위해 패스트트랙을 도입하는 등 지원하고 있다.

배터리 제조사들이 생산성 극대화와 공정 안정성 확보를 추진하는 데다 2025년 이후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수요 증가 등으로 고품질 동박에 대한 수요가 커지는 만큼 동박 업체들은 하이엔드 제품으로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SK넥실리스는 바르타에 일반 제품 대비 40% 이상 높은 인장강도를 가진 고품질 제품을 공급한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초극박·고강도·고연신 등 초격차 기술이 적용된 하이엔드 동박을 내세워 2028년에는 글로벌 하이엔드 동박 시장 점유율 30%를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

hanaj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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