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싼 중국산 부품 쓴 전기차, 국내 보조금 싹쓸이 하나

김재성 기자 2023. 8. 7.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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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가격 낮추고 이익 제고 나선 기업들…"中 부품 적극 활용"

(지디넷코리아=김재성 기자)국내외 완성·전기차 업체들이 전동화로 수익을 내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통상 전기차는 대당 이익률이 높지 않아 재정이 탄탄한 업체가 아니면 규모의 경제를 이루기 어려워 도전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이에 각 업체는 플랫폼 공유, 중국산 LFP 배터리 등을 활용해 차량 가격을 낮추고 대당 이익률을 높이겠다는 전략으로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전략적 행보가 전기차 인프라 미비로 인한 급작스런 충전대란을 야기하고, 국내 보조금이 특정 브랜드·부품으로 쏠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7일 업계에 따르면 KG모빌리티는 다음달 토레스 플랫폼을 활용한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토레스EVX를 출시한다. 토레스EVX는 가장 저가형 트림이 4천850만원으로 보조금 적용하면 3천만원대로 구입이 가능할 것으로 전해졌다.

토레스 EVX (사진=KG 모빌리티)

토레스EVX의 가격이 일반 전기차에 비해 낮게 책정된 이유는 중국 BYD(비야디)의 LFP(인산철) 배터리가 들어간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보통 전기차 개발에 큰 돈이 들어가는 이유는 전용 전기 플랫폼과 배터리인데, KG모빌리티는 기존 플랫폼에 중국제 배터리를 탑재하면서 가격을 낮출 수 있게 된 것이다.

LFP배터리는 기존 업체들이 사용하는 NCM(니켈·코발트·망간) 삼원계 배터리보다 주행거리, 효율, 무게 등이 떨어지지만 가격이 훨씬 싸다. 아직 규모의 경제가 이뤄지지 않은 전기차 시장에서 대당 이익률을 높이는 방법이기도 하다.

이에 전기차 이익을 높이려는 업체들은 LPF 배터리를 장착한 차를 출시하거나 계획 중에 있다. 테슬라는 중국 CATL의 LPF를 탑재한 SUV 모델Y의 후륜구동(RWD) 모델을 출시했다. 이 차는 기존 NCM 배터리를 사용한 모델보다 충전거리가 짧지만, 가격은 5천699만원으로 책정돼 2천만원 이상 저렴하다.

테슬라 모델Y (사진=테슬라)

기아도 내달 출시하는 레이 EV에 CATL LFP배터리를 적용했다. 아직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보조금 적용시 2천만원대일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업체도 LFP 배터리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지난 6월 전세계 공개한 볼보 EX30은 LFP 배터리와 NCM 배터리를 고를 수 있는 옵션제를 운용한다. 고객이 필요에 따라 차량 배터리를 선택하고 다양한 가격 선택지를 주겠다는 계획으로 보인다.

중국제 배터리가 적용된 차량이 많아질수록 차량 대당 원가는 낮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보통 전기차는 플랫폼 개발 비용과 탑재되는 배터리로 가격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한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업체가 전기차 개발에 적극적이지 않은 것은 아직 규모의 경제에 들어서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전기차 시장이 본격적으로 이익을 주는 시장이 될 때까지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LFP배터리는 주행거리가 짧아 충전 인프라가 확립되지 않은 현 상황에 부담이 될 가능성도 관측된다. 뉴욕타임스는 “미국 소비자들이 전기차 충전 인프라가 부족한 것을 이유로 전기차 구매를 꺼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아직 충분히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서 주행거리가 짧은 전기차들이 늘어난다면 충전대란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올초 국내 최대 전기차 전시회인 EV트렌드코리아 사무국이 조사한 전기차 구입 시 고려사항은 1회 충전 주행가능 거리였다. 세번째로 높은 답변은 충전소 설치로 주행거리와 유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테슬라와 미국 내 급속 충전 시설인 슈퍼차저 (사진=씨넷)

또 지금까지 전기버스나 전기상용차에서만 문제가 제기됐던 전기차 보조금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환경부가 중국산 전기버스에 보조금을 줄이는 등 대안을 뒀지만, 저렴한 가격과 준수한 품질 등으로 오히려 점유율이 크게 증가한 바 있다.

승용차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 전기차 보조금이 중국 기업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유럽 핵심원자재법(CRMA) 등 중국산을 배제해야 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자국주의 정책을 강화하고 있지만 한국은 별다른 대응책이 마련돼 있지 않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수출 기반 국가인 한국은 자국주의정책을 펼치는 다른 국가와 같이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기존 정책을 다듬어 최대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경쟁력을 높여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강남훈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회장은 “다양한 국가의 전기차가 국내 시장에 진출하면서 시장 안정화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차종별 대응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며 “특히 중국 전기차는 국내 시장에서 공세를 펴고 있으며 현행 전기버스와 같이 배터리 성능, 안전성, 소비자보호 측면을 고려한 세부적이고 종합적 정책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재성 기자(sorrykim@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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