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잼버리에 쫓겨나는 축구”…전북 축구팬들 뿔났다

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2023. 8. 7.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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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잼버리 K팝 공연에 밀려…안방 뺏긴 전북현대
“축구장에서 축구경기 쫓겨났다”…당국 비판 글 봇물

(시사저널=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죽은 잼버리에 쫓겨나는 축구'  

6일 하나원큐 K리그1 전북 현대와 인천과의 홈경기가 열린 전주월드컵경기장 관중석에 걸린 현수막(걸개)에 담긴 글귀다. 갑작스럽게 안방 축구 경기장을 빼앗긴 전북 축구 팬들이 '죽은 공명이 산 중달을 내쫓다(死公明走生仲達)'는 고사성어를 패러디해 불만을 표출했다. 전주월드컵경기장은 프로축구 전북 현대의 홈구장이다. 

부실 운영으로 파행을 겪고 있는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의 불똥이 축구계에 튀었다. 새만금 잼버리 메인 행사인 K팝 콘서트가 1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것으로 결정되면서 예정돼 있던 전북 현대의 홈경기 일정이나 장소를 변경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이에 축구 팬들이 잔뜩 뿔난 것이다. 

​전북 현대 축구 팬들이 7월 6일 오후 하나원큐 K리그1 인천과의 홈경기가 열리는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죽은 잼버리에 쫓겨나는 축구'라는 걸개를 들고 새만금 잼버리 K팝 공연장소의 일방적 변경에 항의하고 있다. ⓒ독자 제공​

새만금 잼버리 운영 미숙에…'불똥' 맞은 전북 현대

당초 K팝 공연은 6일 밤야외 특설무대에서 열릴 계획이었지만 폭염에 따른 온열 질환 발생 우려 등으로 연기됐고, 전격적으로 장소가 새만금 야영지에서 전주월드컵경기장으로 변경됐다. 

이에 전북 구단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의 K팝 공연 행사 및 폐영식이 오는 1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게 됐다"며 "따라서 다음 주 진행 예정이었던 홈 2경기에 대한 일정이 변경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당장 콘서트 전후로 잡힌 홈경기의 파행이다. 전북은 9일 대한축구협회(FA)컵 인천과 4강전, 12일 수원 삼성과 K리그1 홈경기를 각각 치를 예정이었다. 축구장에서 축구 경기가 아닌 콘서트나 각종 행사를 치르는 것은 예전부터 민감한 화두였다. 특히 경기력을 좌우하는 잔디 훼손은 민감한 사안이다. 

전주월드컵경기장이 이날 콘서트 장소로 차출되면서 다음날까지 무대, 시설물 설치와 해체 등의 작업으로 인해 전북 현대는 홈경기를 치를 수 없게 된 것이다. 전북 구단 입장에선 경기가 원정으로 바뀌어 홈 이점을 잃을 수 있다. 잔디 손상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공연 뒤 잔디 손상이 심하면 언제 전주성으로 돌아갈지도 기약하기 힘들다.

​전북 현대 구단이 새만금 잼버리 K팝 공연 장소 변경 후 일정 변경을 공지하고 있다. ⓒ전북 현대 SNS​

"축구장은 공연장 아냐…경기장 빼앗겨"…축구팬들 '분통'  

갑작스런 일정 변경에 축구 팬들의 반발이 거세다. 이날 홈팀 전북의 팬들은 인천과의 경기가 시작되기 전 '김XX 꺼져!' 등 전북도지사를 저격하는 야유와 '잼버리도 망치고 전북도망치고' 등 당국을 비난하는 걸개를 들었다. 한 축구 팬은 "축구장은 축구하는 곳이지 공연장이 아니다. 우리는 홈 경기장을 빼앗겼다"고 성토했다. 

특히 전북의 팬들은 구단 소셜미디어에 "축구장에서 축구 경기가 쫓겨났다" "K리그를 너무 무시한다"고 반발했다. 인천이나 수원에서 원정 응원을 오려고 했던 축구팬들도 "휴가를 내고 교통편과 숙소까지 다 예약했는데 어떻게 보상해 줄 것이냐"라고 항의했다. 

전북도 홈페이지에는 축구 일정에 맞춰 여름철 휴가를 썼는데, 팬들을 무시하는 처사" "미숙한 운영으로 인한 피해를 왜 축구 팬들이 봐야 하느냐" 등 7일 오전 현재 당국을 비판하는 누리꾼들의 글 100여개가 올라와 있다. 

전북 현대 축구 팬들이 7월 6일 오후 하나원큐 K리그1 인천과의 홈경기가 열리는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당국을 비판하는 걸개를 들고 갑작스런 새만금 잼버리 K팝 공연장소 변경에 항의하고 있다. ⓒ독자 제공

일부 네티즌들은 "저 정도 규모의 행사에 플랜B가 없었나"라며 "FA컵 4강 이번 시즌 제일 중요한 경기인데 굳이 시즌 중인 축구 전용 경기장에서 하겠다니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 네티즌은 "축구장은 축구를 하는 곳이지 공연을 하는 데가 아니다"라며 "협조라고 겉으로 말하면서 '통보'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이냐"고 따져 물었다. 반면 "경기장을 흔쾌히 양보해준 전북 구단에 감사하다"는 글도 일부 올라왔다.

홈구장의 어드밴티지를 누리지 못하게 된 전북은 사령탑까지 반발하고 나섰다. 단 페트레스쿠 전북 감독은 "축구 인생에서 한 번도 겪지 못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는 전북 팬들이 12번째 선수로 응원을 많이 한다"며"홈구장을 떠나는 것이 선수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걱정했다.

전북 현대는 이날(6일) 인천에 2-0으로 승리하면서 3위(승점 40)로 올라서는 등 상승세를 타고 있다.

​8월 6일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가 열리고 있는 부안군 잼버리장 내 프레스센터에서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와 관련,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6일 "전주월드컵경기장은 새만금 잼버리 야영장에서 이동거리가 짧은데다 무엇보다 안전관리 경험과 노하우가 축적된 관리가 잘 되는 곳"이라며 "전북도와 전북도민 분들의 열정이 신속하게 이어질 수 있는 최적의 장소라고 판단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잼버리 야영장에서 차로 대략 50여분 거리인 전주월드컵경기장은 총 4만2000여명이 들어갈 수 있으며 관중석의 88%를 지붕이 덮고 있다.

김관영 전북지사도 "전북 구단이 잼버리 K팝 콘서트를 위해 경기 장소를 옮기도록 협조해줘서 매우 감사하다"면서 "잘잘못을 따지는 것은 행사를 마친 후에 해도 늦지 않다"라고 한국인의 저력을 보여줄 계기로 삼자고 설득했다. 

일각에선 새만금 야영지에서의 부실 운영 논란으로 큰 점수를 잃은 잼버리 조직위가 K팝 공연을 통해 막판 뒤집기에 나섰으나 축구팬들의 강한 반발로 '혹 떼려다 혹 붙인 꼴'이 됐다는 냉소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여기에 찬밥 신세인 프로축구와 제대로 된 공연장 하나 없는 전북의 열악한 현실이 여실히 드러났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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