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사람들에게 강해지는 ‘명품의 유혹’[박광규의 알쓸패잡]
SNS나 페이스북에 종종 한 번씩 올라오는 게시글 중에 명품 가방 등 에 대한 선물사진이 등장한다. 언제부터인가 기념일 등에 이른바 ‘금융 치료’나 명품을 선물하는 것이 유행처럼 돼 가는 것 같다. 웬만한 직장인의 월급보다 큰 액수의 쇼핑을 주저없이 하고 일상 사진으로 공개한다.
한 연구는 “명품 가방이 자신의 지위를 보여주는 ‘사회적 갑옷’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한국이 글로벌 명품 업계에서는 ‘큰손’으로 떠올랐고, 2022년 기준 21조원가량의 소비가 이루어지면서 ‘명품의 나라’라는 타이틀과 함께 1인당 소비 세계 1위 명품 소비국이 됐다. 걸그룹 뉴진스의 하니는 구치, 다니엘은 버버리, 혜인은 루이뷔통 홍보대사로 발탁되기도 했다. 명품 기업들이 한국을 찾는 이유는 아시아 트렌드를 선도하고, 외모와 재정적 성공을 우선시하는 사회 문화 그리고 빠른 성장 가능성 때문이다.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뷔통 회장은 “우리는 물건이나 옷을 파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이 원하는, 그 무엇을 원한다는 그 욕망 자체를 판다”고 이야기했다. 15~34세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내 만족을 위해 명품을 산다’는 대답이 70% 이상이었다. 마음이 가는 것에 주저하지 않는 MZ세대들의 성향, 또 자녀가 많지 않다 보니 뭐든지 해주고 싶은 부모의 마음이 소비로 이어지기도 한다. 사치성 소비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재평가가 필요한 시점이다.
청소년의 겨울 패딩에도 계급이 있다는 소리는 이제 뉴스거리도 못 된다. 같은 아파트 내에서도 몇 동에 사는지에 따라 어울리는 친구 무리가 달라진다. 어린 시절 치고박고 싸우며 누구 집 자식 상관없이 같이 뛰어놀던 순수한 감성의 아이들을 이제는 찾아볼 수 없다.
물질적 소유와 지위 상징에 사로잡힌 부모로부터 영향을 받은 청소년은 ‘눈에 보이는 것들’에만 가치를 두기 마련이다. 그런 미성숙한 가치관은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리 없다. 지금도 명품시장의 50%는 2030세대가 차지하고 있는데, 이들이 성장하면 미래는 더욱 불 보듯 뻔하다.
내 자녀가 기죽지 않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은 이해한다. 하지만 그것이 올바른 교육이고, 그것이 진짜 아이를 위하는 길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명품 소비의 이유가 ‘불안감’과 ‘차별화’ 때문이라는 얘기를 들은 적 있다. 지금보다 더 나은 모습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할 때, 혹은 동등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나보다 더 나은 모습을 보일 때 사람들은 불안을 느낀다. 어떤 것을 이루고 소유하면 지속적인 만족이 보장될 것이라 믿지만, 그것을 소유하고 나면 금세 시들해지고 더 좋은 것을 갖고 싶어진다. 열등감에 사로잡혀 남들이 하니까 따라 하는 사고가 명품 경쟁과 불필요한 소비를 이끈다. 이러한 사회 현상들이 다음 세대까지 이어진다면 불안감은 더해질 것이고, 지금과는 또 다른 모습의 여러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명품이 사회적 지위와 부를 상징하는 시대는 지났다. 경험을 중시하고, 개인적인 풍요가 중요해지면서 고급스러운 의식 소비 또한 변화했다. 우리 삶에서 무엇이 진짜 의미 있는 일인지, 진정한 경험과 본질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할 때다.
■박광규는 누구?
이랜드그룹과 F&F에서 근무한 데 이어 EXR 중국의 임원을 거쳐 NEXO 대표이사를 지냈다. 현재는 서울패션스마트센터 센터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이와 함께 패션산업에 30년 종사한 경험을 바탕으로 소상공인 지원, 청년 인큐베이팅, 패션 융복합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미국 Gerson Lehrman Group의 패션 부문 컨설턴트이기도 하다.
패션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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