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드 하나는 한화가 1등, 문동주에 김서현까지 온다… 역대 첫 150㎞ 선발진 결과는?
[스포티비뉴스=광주, 김태우 기자] 한화 베테랑 선발 투수 장민재(33)는 최근 두 번의 등판에서 모두 자신의 몫을 다하지 못한 채 아쉬움 속에 마운드를 내려갔다. 7월 29일 SSG전에서는 2이닝 5실점(4자책점), 그리고 4일 KIA전에서는 3⅓이닝 4실점(3자책점)을 기록하고 모두 패전의 멍에를 썼다.
장민재는 경력에서 SSG와 KIA에 강점을 가진 데이터가 뚜렷하게 드러나는 선수다. SSG와 KIA 타자들 모두 “장민재의 공이 까다롭다”고 입을 모으며 인정한다. 최원호 한화 감독도 이런 일정에 맞춰 장민재를 ‘표적 등판’ 시켰음을 부인하지는 않는다. 그런데도 결과가 안 좋았다. 물론 제구력 문제도 있었고, 수비 도움을 받지 못한 부분도 분명히 있었다. 다만 위기 순간 상대를 압도할 만한 무기가 부족했다. 결국 5일 다시 2군으로 내려가 조정을 시작한다.
최 감독은 “본인이 강했던 팀에게 안 좋았다. 강했던 팀에 일부러 맞췄는데 여기서 타자를 이겨내지 못하는 모습이었다”고 안타까워하면서 “구속 리스크가 있는 선수들이 상당히 어려워지고 있다. 타자들의 파워나 기술이 좋아졌다. 스트라이크존 또한 옛날에 비해서는 좁아졌다. 구속이 안 나오는 선수들은 그만큼 어렵게 피칭을 해야 한다. 점점 힘들어진다”고 진단했다. 장민재는 제구력 위주의 투수인데, 제아무리 특급 투수도 커맨드가 매일 좋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공교롭게도 장민재를 대신해 로테이션에 들어올 선수는 리그에서 손에 꼽히는 강속구 투수다. 고졸 루키 김서현(19)이 그 주인공이다. 스리쿼터 유형으로 고교 시절부터 공이 빠르기로 유명했다. 프로에서도 그 평가가 허언이 아님을 증명하고 있다. 선발과 불펜 투수를 통틀어 올해 리그에서 평균 구속이 가장 빠른 선수 중 하나다. 최근에는 2군에서 선발 수업을 받고 있었는데 가장 평가가 좋아 장민재의 자리에서 시험대에 선다.
최 감독은 KBO리그 수준에서는 150㎞ 이상의 빠른 공을 스트라이크존에 던질 수만 있다면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 최 감독은 “문동주도 처음에는 몇 년 걸리지 않을까 봤다. 그런데 (포심) 평균 152~153㎞를 때리니까 확실히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 배트가 밀리는 게 보인다”면서 “보더라인이 아니더라도, 몰려도 경쟁력이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평균 150㎞ 이상을 던지면 경쟁력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김서현도 퓨처스에서 평균 150㎞ 초반 정도를 때렸다”고 은근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김서현은 올 시즌 불펜에서만 18경기에 나갔다. 10일 kt전에서 KBO리그 1군 선발 데뷔전을 치를 전망이다. 공을 놓는 팔 높이가 오락가락하며 제구에 문제가 있었는데 2군에서 꾸준히 많은 공을 던지며 이를 고정시켰다. 최 감독은 “팔 높이를 스리쿼터로 고정해 릴리스포인트를 일정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실험적인 성격도 있지만, 단기적으로나 장기적으로나 김서현의 선발 로테이션 정착 여부는 팀에 상당히 중요하다.
김서현이 선발로 고정될지는 향후 투구 내용을 지켜봐야 한다. 다만 합류 자체로 한화 선발진은 한 가지 재밌는 관전 포인트가 생겼다. 현재 한화 선발진은 두 외국인 투수(펠릭스 페냐‧리카르도 산체스)에 문동주 한승혁, 그리고 김서현으로 이어진다. 공교롭게도 5명의 투수들이 모두 시속 150㎞ 이상의 강속구를 던질 수 있는 라인업이다. 그것도 한 번 찍은 게 아니다. 많은 공이 150㎞를 넘은 기록이 버젓하게 있다. KBO리그 역사상 이런 선발 로테이션은 전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KBO리그 9개 구단에 트래킹 데이터를 제공하는 ‘트랙맨’의 집계에 따르면 올해 최고 구속 1‧2위 선수가 모두 한화에 있다. 비록 당시 불펜으로 나서기는 했으나 김서현이 시속 160.7㎞을 기록했고, 문동주가 160.1㎞로 2위다. 한승혁이 155.3㎞로 전체 6위다. 산체스가 최고 153.2㎞, 페냐도 152.6㎞를 기록 중이다. 단순히 최고 구속뿐만 아니라 마음만 먹으면 150㎞ 이상을 꾸준하게 던질 수 있다는 데 이견이 없다.
다만 구속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다. 역사적인 ‘150㎞ 선발진’도 결과에 따라 언제든지 해체될 수 있다. 페냐와 산체스, 문동주는 일단 안정적인 선발 투수로 활약하고 있다. 반대로 김서현과 한승혁은 조금 더 보여줘야 한다. 김서현이 시험대에 올라 그간의 노력을 채점하는 가운데 최소 한 번의 기회를 더 얻은 한승혁 또한 패턴을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는 게 최 감독의 생각이다.
한승혁은 5일 광주 KIA전에서 3이닝 4실점으로 부진한 끝에 조기 강판됐다. 최 감독은 5일 경기를 앞두고 “어찌됐건 스트라이크존 들어오는 공은 향상이 됐다. KIA에서 던질 때보다 제구력이 향상이 됐는데 볼 배합을 잘 못한다”고 면서 “승혁이 같은 경우는 커브가 생각보다 괜찮다. 평균 140㎞대 후반이 나오는 선수라 커브 활용도를 높이면 훨씬 더 경쟁력 있는 피칭을 할 수 있는데 비율이 낮다. 좋은 공을 가지고 있는데 많이 맞는다. 이제는 서른이 넘었으니 운영에 눈을 뜰 때가 됐다”고 조언했다. 한화가 1등 구속을 앞세워 1등 로테이션의 기반을 만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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