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즈 찌꺼기도 친환경 포장재로"...신소재 강소기업 '에버켐텍'
유청 단백질은 치즈 제조 과정에서 생기는 부산물인 유청에서 분리된 단백질로, 아홉 가지 필수 아미노산을 모두 함유하고 있다. 경기 화성에 소재한 기초 무기 화학물질 제조사 에버켐텍은 유청 단백질로 개발한 생분해성 포장재 ‘넥스리어’를 앞세워 친환경 포장재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경기 화성시 마도면 공장에서 만난 이성민 에버켐텍 대표(사진)는 지난달 31일 설비를 소개하며 “유청 단백질 성분을 물에 고르게 녹여 액상으로 만든 뒤 필름에 입힌 결과 산소가 통하는 걸 막는 기능이 탁월했다”며 “식품 포장지로서 활용도가 높다고 판단했다”고 입을 열었다.
에버켐텍은 이 대표가 환경친화적인 신소재 개발을 목표로 2008년 1월 창업한 회사다. 이 대표는 ‘에버켐텍(Everchemtech)’이라는 이름은 ‘ever’, ‘chem’, ‘tech’의 조합으로 만든 것이다. 어떠한(Everything) 화학반응(Chemical)을 이용한 기술(Technology)도 친환경적인 방향으로 발전시키고 활용하는 기업을 만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했다.
주요 원천기술은 수분산(Water dispersion)이다. 물에 녹지 않는 물질이 물 입자 사이사이 고루 섞이도록 만드는 기술이다. 전기가 통하는 성질을 지닌 도전성 물질을 수분산시킨 소재 ‘컨티머(Contimer)’가 회사의 캐시카우다. 일종의 코팅제인 컨티머는 반도체나 액정표시장치(LCD)·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의 디스플레이 공정 과정 중 정전기를 방지해서 불량품이 나오는 비율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최근에는 치즈를 만들고 남은 찌꺼기에서 발생하는 유청 단백질에 수분산 기술을 적용한 제품을 개발했다. 차세대 필름이 되라는 의미로 다음(Next)과 차단벽(Barrier)을 합쳐서 이름붙인 ‘넥스리어(Nexrier)’다. 수용화해 액상으로 만든 유청 단백질을 필름에 입혔더니 산소를 막아준다는 특성을 발견한 것이다.
그동안 가장 많이 사용된 산소 차단 기능 필름은 일본 회사 쿠라레이의 OHP·화학필름이었다. 이 대표는 “국산화에 성공한 것”이라며 “친환경 제품은 가격 부분에서의 대체가능성도 중요한데, 우리 제품이 경쟁력을 갖췄다”고 강조했다.
넥스리어는 국내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일부 커피컵의 외포장지에 사용 중이다. 차후 즉석밥 식품의 포장재에 사용하기 위한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즉석밥 뚜껑에 들어가는 에틸렌비닐알코올(EVOH)을 대체할 수 있어서다. 이 대표는 “음식물을 오래 보관할 수 있도록 넥스리어 적용 기술이 좋은 사례들을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5월에는 독일에서 열린 세계포장기구(WPO) 주관 ‘2023 월드스타 패키징어워드’에서 프레지던트 어워드 부문 대상을 받았다. ‘천연 단백질 기반 산소차단성 코팅 소재 기술’로 녹색 인증도 획득했다.
이 대표는 “올해 상반기 매출은 100억원 정도로 예상되고 내년 연매출은 400억원으로 잡았다”며 “2024년 말께 기업공개(IPO)를 계획하고 있다”고 했다. 작년 매출은 153억원이다.
에버켐텍은 원천기술 개발을 지속하기 위해 지난 6월 기준 연구개발(R&D) 인력을 55%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중소기업이 갖는 인력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한국전자통신연구원, 한국화학시험연구원 등의 각종 연구기관과 네트워크를 만들어 인력을 공유하고 있다.
에버켐텍의 기업부설연구소는 우수성을 인정받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민간 기술혁신을 선도하는 34개 우수기업연구소’ 중 하나로 지정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차량 에어백 원단에 입히는 물질을 완전히 친환경 물질로 대체할 수 있도록 안전한 소재를 개발하는 중이다.
에버켐텍은 회사 내 '에버벤처스'라는 조직을 두고 지난해부터 회사의 2막을 열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새 조직구조를 마련하기 이전에는 이 대표 중심의 체제였다면, 이제 이 대표를 포함한 임원진만 10명을 두고 새로운 사업으로의 확장에 적극 나서는 중이다.
이 대표는 “에버벤처스를 통해 바이오 등 4차산업에 근접한 스타트업들을 찾아보고, 에버켐텍의 자회사로 두는 것이 목표 중 하나”라고 밝혔다. 이어 “미래에는 그래핀 등 탄소 소재를 이용한 여러가지 기능적 산업의 메카로서 자리매김하고 싶다”고 포부를 전했다.
화성=오유림 기자 ou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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