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해병대 수사단장 '보직 해임' 논란에 "윗선 개입 없었다"

'이첩 때 혐의 빼고 사실관계만 다루라' 법무 판단에도 "문제 없어"

고(故) 채수근 해병대 상병 안장식. 2023.7.22/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군 당국은 지난달 집중호우 실종자 수색작전 중 순직한 고(故) 채수근 상병 사건을 조사한 해병대 수사단장이 최근 '항명'을 이유로 보직 해임되는 과정에 '윗선'이 개입했단 의혹을 부인하고 나섰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7일 정례 브리핑에서 관련 보도에 대한 확인 요청에 "내부적으로 확인해봤다"며 "해당 보도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해병대 제1사단 소속이던 채 상병(당시 일병)은 지난달 19일 오전 9시쯤 경북 예천 내성천에서 구명조끼 착용 없이 실종자 수색을 하던 중 급류에 휩쓸려 숨졌다. 이후 해병대 수사단은 이번 사고 경위 등에 대한 자체 조사를 벌인 뒤 지난달 31일 언론과 국회에 그 결과를 공개하려고 했다가 돌연 취소했다.

그리고 해병대 수사단장 A대령은 이달 2일 국방부와 해병대사령부의 지시를 어기고 채 상병 사고 조사기록을 민간 경찰에 이첩했단 이유로 보직 해임돼 현재 국방부 검찰단의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군 관계자들에 따르면 해병대 수사단이 작성한 채 상병 사고 관련 조사 기록엔 '임성근 해병대 제1사단장 등 8명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있다'는 내용이 기재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A대령은 이 같은 사항을 지난달 30일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도 직접 보고해 결재를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이 장관은 지난달 31일 국방부 법무관리관실로부터 '해병대 수사단의 자료에 혐의를 적시할 경우 향후 경찰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사실관계만 넣는 게 타당하다'는 법무 검토 결과를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당시 우즈베키스탄 출장(7월31일~8월3일)을 앞두고 있던 이 장관도 '법적 검토가 필요해보이니 경찰 이첩 시기를 출장 복귀 이후로 미룰 것'을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에게 지시했고, 이후 김 사령관도 이 장관의 지시 사항을 A대령에게 전달했으나, A대령은 결과적으로 이 같은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는 게 국방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아시아투데이는 이날 군 관계자를 인용, 'A대령이 지난달 30일 채 상병 사고 조사 결과 보고서를 보내 달라는 국가안보실 관계자의 요구를 거절했다가 김 사령관의 지시로 언론 브리핑용 자료를 안보실 관계자에게 보냈다'며 국방부가 채 상병 사고 조사 기록의 경찰 이첩 보류를 지시하는 과정에 다른 윗선이 개입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전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국방부 법무관리관의 판단엔 "전혀 문제가 없다. (이 장관도) 그것을 받아들인 것"이라며 윗선 개입 의혹을 부인했다. 다만 그는 '해병대 수사단 차원에서 혐의를 적시해 경찰에 이첩하는 게 잘못된 것이냐'는 물음엔 "그런 조항까지 있는지는 확인해보겠다"고 답했다.

국방부 검찰단은 해병대 수사단이 경찰에 넘겼던 채 상병 사고 조사기록을 이달 2일 회수했다. 국방부는 해당 기록에 대해 법적 검토를 진행한 뒤 다시 경찰에 이첩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국방부 검찰단에서 재이첩할 자료엔 앞서 해병대 수사단에서 적시했던 군 관계자들의 혐의 관련 사항 등은 제외될 전망이다.

pej86@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