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러 영토로 돌아간다"…우크라는 왜 러 도심 공격할까[딥포커스]
내부 혼란 증폭·군 사기 저하 노려…확전 우려도
(서울=뉴스1) 박재하 기자 = "전쟁이 러시아 영토로 돌아가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최근 선언했듯이, 러시아 영토를 겨냥한 우크라이나군의 잇따른 드론과 미사일 공격으로 개전 500일을 넘긴 우크라이나 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지난 6월 우크라이나군이 드디어 '대반격'을 개시했지만 견고한 러시아 방어선에 막혀 진격이 부진한 와중 전쟁에 대한 공포를 러시아에 심으며 주도권을 잡으려는 계산이다.
우크라이나도 저의를 드러내며 단순 보복을 넘어 블라디미르 푸틴 정권을 흔들어 종전을 이끄려고 하고 있지만 이로 인한 확전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는 분위기다.
우크라이나군은 6일(현지시간) 러시아가 합병한 크림반도(크름반도)와 우크라이나 본토를 잇는 촌가르 다리와 헤니체스크 다리를 미사일로 공격했다.
또 우크라이나는 지난달 17일과 20일에 연달아 크림반도와 러시아 본토를 잇는 크림대교를 공격한 바 있다.
이처럼 크림반도 주변을 공략하며 크림반도를 고립시키는 전략을 펼치는 동시에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영토에 공격을 감행하고 있다.
이날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를 겨냥한 드론 공격으로 모스크바 브누코보 국제공항이 한때 운영을 중단했다. 이번 공격은 지난 7월 이후 6번째였다.
이외에도 지난달 30일에 이어 지난 1일에 러시아 정부 부처가 입주해 있는 '모스크바 시티'의 고층 건물이 두 번이나 드론에 공격당했다.
그동안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영토에서 일어난 드론 공격에 책임을 부인했지만 우크라이나는 공개적으로 이를 인정하는 등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고 뉴욕타임스(NYT)와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들은 보도했다.
우크라이나가 전략을 수정한 데는 러시아 내부에도 전쟁에 대한 공포를 일으켜 러시아군의 사기를 떨어뜨리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프레데릭 호지스 전 유럽 주둔 미 육군 최고사령관은 "러시아 본토 공습은 우크라이나 대반격의 맥락에서 봐야 한다"며 "러시아군의 대규모 보병과 포병의 이점을 무력화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군사본부와 병참을 파괴, 약화 또는 교란하는 것"이라고 NYT에 말했다.
이어 "모스크바의 중심부에서 드론이 폭발할 때마다 우크라이나가 다음엔 어디를 겨냥할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다"고 부연했다.
커트 볼커 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주재 미국대사는 "이번 공격의 주된 목적은 우크라이나 침공이 러시아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러시아 정부의 주장이 거짓임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러시아 국민들에게 이게 진짜 전쟁이고 푸틴 대통령의 이야기는 거짓말이라는 것을 나타낸다"고 FT에 설명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의 잇따른 공격으로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러시아 현지 언론은 "아무도 안전하지 않다"며 시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전쟁연구소(ISW) 이러한 공격이 계속될수록 "러시아 정부는 영토에서 계속되는 드론 공격에 대한 국내 우려를 잠재우는 것과 우크라이나 침공을 위해 동원령을 확대하는 방안을 거부하는 것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서방 고위 관리는 FT에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이 전략적으로 큰 효과를 거두지는 못했어도 "러시아 내 불안을 고조해 군의 사기를 떨어뜨려 우크라이나의 반격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짚었다.
영국 국방정보국은 대대적인 동원령, 정부 비판에 대한 검열 강화, 바그너그룹의 반란 사태에 더해 러시아 영토에 대한 공격 증가가 "러시아가 국민들을 전쟁과 분리하는 데 실패했다는 증거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군은 드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정부 공식 기금 플랫폼 유나이티드24(United24)를 통해 장거리 드론 등을 포함한 공격용 드론 개발에 약 10억8000만 달러(약 1조4000억원)를 투자할 방침이며 러시아 해군을 타격할 수 있는 수상드론 생산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한편 이처럼 러시아 본토를 겨냥한 공격이 증가하면서 서방에서는 확전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가 모스크바에 드론 공격을 감행하자 러시아군은 지난달 31일 젤렌스키 대통령의 고향인 우크라이나 중부 크리비리흐에 미사일을 포격해 최소 6명이 숨지고 75명이 부상했다.
또 북동부 하르키우 지역의 헌혈 센터를 공습해 최소 3명이 숨지는 등의 피해가 발생했다.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우크라이나가 대반격 작전에 성공하면 러시아는 핵무기를 사용해야 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은 바 있다.
이처럼 전쟁이 격렬해지면서 백악관은 "일반적으로 우리는 러시아 영토에 대한 공격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찰리 디츠 미 국방부 대변인도 "미국은 제공된 무기가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어 사용되어선 안 된다는 점을 모든 수준에서 분명히 전달했다"고 말했다.
jaeha6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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