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 이하 주택담보대출 연체율 20%…무소득·고금리 ‘이중고’

최희진 기자 2023. 8. 7.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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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서울의 한 은행에 대출 광고가 붙어있다. 연합뉴스

성인이 되고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만 19세 이상 청년들이 전·월세 대출 이자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나이 특성상 고용이 불안하거나 고정적인 소득이 없는데다 금리까지 올라 빚을 갚는 데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7일 19개 시중·인터넷·지방은행이 금융감독원을 통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주택담보대출 연체율 현황 자료를 보면 지난 2분기 말 만 20대 이하의 연체율은 0.44%였다. 금융당국이 나이별 연체율을 집계하기 시작한 2018년 3분기 이후 약 4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같은 시기 30대의 연체율은 0.17%였고, 40·50대는 각각 0.21과 0.20%, 60세 이상 연체율은 0.21%였다.

대출 잔액으로 보면 20대 이하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지난 6월 말 34조2500억원으로, 2018년 9월 말과 비교해 2.54배 불었다. 이 연령대의 연체액은 같은 기간 200억원에서 1500억원으로 약 7.5배 증가했다.

20대 이하는 ‘19세 이하’와 ‘20대’로 나눌 수 있는데, 19세 이하의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지난 2분기 말 20.0%에 이르렀다. 은행권이 내부 규정에 따라 만 19세 미만 미성년자에게 대출하지 않으므로, 19세 이하는 사실상 19세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시기별로 보면 2018년 3분기부터 지난해 1분기까지 19세 이하 연체율은 0.00%를 유지했다. 그러다가 지난해 2분기 말 12.50%로 뛰었고, 지난해 말 14.29%, 올해 2분기 말 20.0%로 급증했다.

은행권에선 청년들이 정책 금융상품인 주택금융공사 보증부 청년 전·월세 대출의 이자를 갚지 못하면서 연체율이 오른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상품은 만 19~34세 무주택자이면 소득이 없어도 최대 1억원까지 대출해준다. 경제 취약계층인 청년을 지원하기 위해 출시된 상품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학생이나 비정규직 청년들이 원룸 등 전·월세를 얻기 위해 대출받는 경우가 많다”며 “차주(대출받는 사람)의 직업이 없거나 일정하지 않고 금융과 신용에 대한 개념이 희박한 경향이 있어 연체율이 급등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시중은행에선 해당 상품의 취급을 꺼리고 있어, 대출 수요의 상당 부분이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쏠려 있다. 전체 청년 전·월세 대출의 60% 이상을 카카오뱅크가 취급했다. 19세 이하 주택담보대출의 연체율을 카카오뱅크와 기타 은행으로 나눠서 보면, 지난 6월 말 카카오뱅크는 27.0%, 나머지 18개 은행은 4.2%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카카오뱅크에서 청년 전·월세 보증금 대출을 받은 만 19세 청년들 가운데 대부분이 무소득자”라며 “금리까지 오르자 이자를 갚지 못하는 취약 청년층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청년층의 대출 상환 부담은 금융 시스템의 잠재적인 불안 요소가 될 수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6월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2013∼2019년 취급된 가계대출 가운데 30대 이하 차주의 대출 비중은 29.6%였지만, 2020∼2021년에는 같은 연령층의 비중이 38.3%로 커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해당 차주의 소득 기반이 여타 나이에 비해 취약한 만큼, 한동안 30대 이하를 중심으로 2020년 이후 취급된 가계대출의 연체율이 예상보다 높게 상승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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