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서안지구서 팔레스타인인 3명 사살…사법개편 강행 본심 드러나나
사법개편으로 정착촌 확장 등 제어 불가
미 타임지 “서안지구 합병 가능성 열려”
이스라엘 보안군이 6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팔레스타인인 3명을 사살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갈등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극우 연정의 사법부 무력화 법안 강행 처리 화살이 결국 팔레스타인을 겨냥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 보안군은 이날 서안지구 제닌 난민 수용소 근처에서 팔레스타인인 3명이 탑승한 차량에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 알자지라는 “100발 이상의 총알이 차량을 관통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당국은 이들이 팔레스타인 무장세력 대원이라고 주장하며 차량에서 자동 소총을 발견했다고 강조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 보안군 노고에 감사하다”며 “언제 어디서나 우리의 목숨을 노리는 자들에 맞서 계속 행동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이에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는 “무고한 팔레스타인 국민 3명을 암살한 적(이스라엘)은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받아쳤다.
양측의 충돌은 지난 4일 서안지구에 거주하는 유대인 정착민이 팔레스타인 마을에서 난동을 부리다가 19세 팔레스타인 청년을 총으로 쏴 죽이면서 시작됐다. 이튿날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에선 제닌 출신 27세 남성이 이스라엘 보안요원 첸 아미르를 향해 보복 테러를 감행했다. 이스라엘 경찰은 현장에서 총격범을 사살했다.
유엔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갈등으로 사망한 이스라엘인은 30명 이상, 팔레스타인인은 200명 이상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사망자를 이미 뛰어넘은 수치다. 여기에 유대인 정착민의 팔레스타인 마을 공격도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40% 이상 증가했다. 유엔은 “팔레스타인인들에겐 가장 치명적인 해로 기록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양측의 유혈 충돌은 1948년 이스라엘이 국가를 수립한 이후 계속됐지만, 지난 4일부터 이날까지 이어진 갈등은 이스라엘 의회(크네세트)가 사법개편 법안을 가결한 이후 발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미 시사주간지 타임지는 “사법개편을 둘러싼 소란은 이스라엘 민주주의 규범과 국제 위상에 미치는 영향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하지만 전문가들은 사법개편 법안 처리로 이스라엘 당국의 제한 없는 정착촌 확장과 서안지구를 일방적으로 합병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사실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제위기그룹 이스라엘 선임 분석가인 마이라브 존세인은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 정부가 대법원 기능을 약화하면서 군인과 정착민이 죄를 지어도 면책될 가능성이 생겼다”고 지적했다. 지금까진 대법원이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 보안군과 정착민의 과격 행동을 어느 정도 제지했지만, 사법부 무력화 정책으로 마지막 보루가 무너졌다는 의미다.
실제로 대표적인 극우 정치인인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은 사법개편 법안 통과 이후 “더 많은 이스라엘인이 팔레스타인 정착촌으로 향해야 한다”고 선동했고,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장관도 “정착촌 확장은 온 유대와 사마리아에 주권을 부여하는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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