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중국 제치고 美 최대 수입국 부상한 멕시코
미국과 중국이 정치·경제적으로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 기업의 중국 공급망에 대한 의존도가 줄어들고 있다. 줄어든 중국 공급망은 멕시코, 베트남, 태국이 대신하고 있다.
6일(현지 시각)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 인구조사국 통계를 인용해 올해 1~5월 미국의 대(對)중국 수입은 1년 전보다 24%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영국 시장분석기관인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미국인이 수입 제품에 지출하는 6달러 중 중국산은 약 1달러를 차지했다. 코로나19 발생 이전 4달러 중 1달러를 차지하던 것보다 감소한 수치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중국에 신규로 짓는 공장도 줄어들고 있어, 미국의 대중 수입은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중국 내 신규 공장 투자금은 2010년 1000억 달러(약 130조6600억원)에서 2019년 500억 달러(약 65조3200억원)로 감소했다. 지난해에는 180억달러에 그쳤다.
미국의 중국산 부품 구매가 감소한 것은 물론 양국의 무역액은 축소했다. 물가 상승을 고려하면 지난해 6900억 달러(약 901조원)였던 양국의 무역액은 인플레이션을 감안할 때 2018년 미·중이 무역전쟁을 벌이기 전인 최고치보다 7% 감소한 상태다.
중국이 ‘세계 제조업의 중심’이라는 명성을 잃게 된 것은 미국과의 정치적, 경제적 대립 때문이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부터 중국산 제품 약 3분의 2를 대상으로 관세를 높였다. 또한, 중국 공장 근로자의 임금이 인상되면서 중국의 경쟁력 중 하나가 사라졌다. 여기다 조 바이든 행정부 이후 미·중 관계가 더욱 냉각되면서 중국이 타격을 입었다. 바이든 행정부는 최첨단 반도체의 대중국 수출을 제한했고 조만간 중국 기술 부문에 대한 미국의 투자 제한 정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멕시코, 베트남, 태국 등은 중국을 대체하고 있다. 특히 미국 기업들이 미국 인근에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을 선호하기 시작하면서 멕시코가 미국의 최고 무역 파트너로 부상했다. 2018년 미·중의 무역전쟁 발발 이후 멕시코, 캐나다, 중국은 번갈아 가며 1위 자리를 차지했다. 베트남과 태국은 중국 밖으로 공급망을 이전하려는 기업의 선택을 받고 있다.
특히 전자 산업의 탈중국은 두드러진다. 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미국 개인용컴퓨터(PC) 수입액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61%에서 지난해 45%로 급락했다. 같은 기간 미국 프린터 수입에서 중국 공급업체의 점유율은 48%에서 23%로 떨어졌다.
HP는 태국에서 소비자 모델 생산을 늘리는 동시에 멕시코에서 산업용 노트북을 더 많이 생산할 계획이다. HP는 지난달 자사 웹사이트에 올린 성명을 통해 “멕시코에서 점진적으로 노트북 PC 생산을 늘릴 계획”이라며 “오리건주 코발리스에 있는 기존 프린터 제조 시설을 확장하기를 희망한다”고 발표했다. 레고(Lego)도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있다. S&P 글로벌에 따르면 2015~2017년에 레고의 미국 제품 중 약 18%가 중국산이었다. 지난해에는 3%로 떨어졌다.
WP는 “중국이 20여년 전 세계 무역시스템에 합류한 이후 ‘세계 제조업의 중심’이라는 지위를 도전받고 있다”며 “멕시코, 베트남, 태국은 중국보다 인프라가 부족하지만, 중국의 지배력을 조금씩 갉아먹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단기간에 여타 시장이 중국을 대체하긴 힘들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현대적인 항구, 고속도로, 고속철도, 변화하는 조건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공장 클러스터를 갖춘 중국은 다른 어떤 나라도 따라올 수 없는 이점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코넬대 국제무역정책과 교수인 에스워 프라새드는 “멕시코, 인도, 베트남과 같은 국가들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성을 이용하여 세계 제조업에서 중국의 점유율을 깎아내리고 있지만, 단기간에 중국의 지배력을 근본적으로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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