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집'부터 '킹더랜드'까지, 시청률 중독 경고등 켜진 JTBC 드라마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JTBC 토일드라마 <킹더랜드>가 종영했다. 마지막 회는 13.7%(닐슨 코리아)로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킹호텔을 나온 천사랑(임윤아)은 당당하게 구원(이준호) 앞에 서기 위해 스스로 호텔을 오픈하고 사장이 됐다. 천사랑이 천사장이 된 것.
그렇게 규모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다르지만 똑같이 호텔의 대표가 된 두 사람이 결혼식을 하며 드라마는 끝을 맺었다. 물론 과정에서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을 한다는 변주를 하긴 했지만, 전형적인 신데렐라 스토리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은 엔딩이었다. 결국 두 사람은 결혼해 행복하게 살았다...는 식의 엔딩.
<킹더랜드>의 해피엔딩은 너무나 전형적이지만, 이로써 드라마가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고 종영하게 됐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그건 이 드라마가 '감정노동자'들의 로망을 건드리는 새로움이 있긴 했지만, 정확한 신데렐라 스토리 방정식을 따라갔다는 것이고, 그것이 시청률에 있어서 먹혔다는 뜻이다.
상업성을 염두에 둬야 하는 방송사나 제작사로서는 성공의 축배를 들기에 충분한 결과다. 게다가 이런 성공은 한때 JTBC 드라마들이 완성도는 높지만 대중성이 약해 시청률도 화제성도 별로 없던 시기를 겪었던 걸 떠올려보면 더 값진 결과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이런 결과는 그저 축배를 들어도 될 만큼 별 문제가 없는 걸까.
<킹더랜드>는 사실 로맨틱 코미디의 전형성 속에 색다른 관전 포인트들이 있었던 드라마다. 구원과 천사랑의 달달한 사랑이야기는 물론이고, 천사랑의 친구들인 오평화(고원희)와 강다을(김가은)이 각각 이혼녀라는 멍에로부터 평화를 얻고, 집에서도 회사에서도 다 을이었던 처지에서 갑으로 변화하는 과정도 흥미로운 지점이 있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드라마가 보수적인 방향으로 흘러가고 그래서 전형적인 클리셰 엔딩을 통한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건 어딘가 JTBC 드라마라는 브랜드의 다른 색깔이 느껴진다. 한때는 다른 종편과 선을 긋고, 심지어 지상파나 케이블과도 차별화되는 완성도 높은 시도들과 날카로운 사회성까지 가진 작품성이 그 브랜드의 색깔이었던 JTBC 드라마가 아닌가.
최근 연달아 성공을 거둔 JTBC 드라마들을 보면 상당히 대중성에 맞춰진 기획들이 채워져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재벌집 막내아들>부터 <대행사>, <닥터 차정숙>에 이은 <킹더랜드>까지, 실험성이나 작품성에 맞춰지기보다는 전형적인 장르물의 특징을 가져와 대중적인 재미를 끌어올린 작품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물론 <나쁜 엄마>나 최근 방영되고 있는 <기적의 형제>처럼 수목에 편성된 JTBC 드라마는 훨씬 실험적이고 완성도도 높은 작품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과거 JTBC 드라마의 색깔을 만들었던 토일드라마 같은 경우 확실히 과거와는 색깔이 달라진 게 사실이다. 특히 최근 방영됐던 <닥터 차정숙>과 <킹더랜드>는 옛 드라마의 기시감이 여실히 느껴졌다.
요컨대 JTBC 토일드라마는 전략을 바꿨다. 새로움을 요구하는 젊은 세대에 맞추기보다는 시청률을 견인하는 중장년 세대에 맞춰진 작품들을 가져왔고, 그래서 다분히 보수적인 색채를 띠게 됐다. 이게 살아남아야 하는 방송사의 선택으로서 잘못된 건 아니지만 다른 방송사도 아닌 JTBC인지라 아쉬움이 남는 것도 어쩔 수 없다.
<킹더랜드>는 전형적인 신델레라 스토리로 높은 시청률을 가져왔지만, 동시에 JTBC 토일드라마에 숙제도 안겨줬다. 시청률과 작품성이나 완성도가 완전히 병치하는 것만은 아닐 게다. 이제 충분히 대중성을 입증한 JTBC 토일드라마는 이제 그 수치에 취할 게 아니라 그만한 작품성까지도 가져옴으로써 브랜드 가치도 제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다음 라인업으로 잡혀 있는 <힙하게>에 거는 기대가 커지는 이유다. 게다가 심지어 <눈이 부시게>를 만든 김석윤 감독에 이남규 작가 작품이니.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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