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띄우기 다급한 日, 빅테크 고객사 모시기 사활
2나노 첨단 칩 시장 야심차게 도전장
3나노 공정 구현한 곳 삼성·TSMC뿐
기술력은 미지수...고객사 선택 망설여
일본의 ‘반도체 리더십 회복’이란 국가적 특명을 안고 있는 라피더스 기업이 삼성전자와 대만 TSMC를 겨냥해 고객사 확보 총력전에 나섰다.
라피더스가 ‘2나노’ 승부수를 위해 40조원이 넘는 막대한 비용을 쏟아부어도 당장 기술적으로 삼성과 TSMC에 압도적으로 밀리기 때문에, 양산 시기로 잡은 2027년에 대비해 지금부터 글로벌 주요 정보기술(IT) 기업 대상 구애를 본격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2나노 시대를 앞두고 일본까지 잠재적 고객 확보에 나서면서 삼성과 TSMC에 미칠 영향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코이케 아츠요시 라피더스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과 인터뷰에서 “(고객사가 될) 미국 파트너를 찾고 있다”며 “애플, 구글, 메타(페이스북),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기업과 논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데이터 센터에서 칩에 대한 수요가 있고, 현재 TSMC는 그들이 구상하는 반도체를 만들 수 있는 회사인데, 그 지점이 라피더스가 진입할 곳”이라고 덧붙였다. 라피더스가 CEO까지 나서 공개적으로 2나노 칩을 구매해 줄 미국 IT 기업 고객사를 찾고 있다는 점을 알린 것이다. 애플, 구글, 메타 등 기업은 첨단 IT 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수십조원에 달하는 칩 물량을 요구할 수 있는 기업들이다. 현재 미국의 주요 IT 기업은 인공지능(AI)과 고성능 컴퓨팅(HPC) 애플리케이션을 위한 자체 맞춤형 칩을 설계하는 데 열을 쏟고 있는데, 이들 기업의 위탁생산을 수주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같이 최근 라피더스가 고객사를 찾아 손을 내민 이유는, 수십조원의 지출이 오가는 2나노 칩 개발·양산 부담이 본격화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라피더스는 연구개발(R&D) 비용을 줄이기 위해 트랜지스터 구조 등 광범위한 연구를 IBM과 협력 중이다. 그러나 2나노 제조 공정 개발 외에도 라피더스는 현대적인 반도체 제조 시설을 건설해야 한다. 라피더스는 2025년에 2나노 칩 예비 생산을 시작하고, 2027년에 대량 생산을 시작하는 데 약 350억달러(약 44조원)가 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칩 위탁생산을 맡길 고객사를 확보하기도 전에 이미 수십조원의 적자를 각오하고 사업을 시작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약 44조원이 넘는 비용을 메꾸려면 일본 기업의 칩 수요와 구매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래서 라피더스가 애플, 구글, 메타와 같은 다국적 기업의 수주를 찾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라피더스는 TSMC처럼 여러 제조공정에서 광범위한 고객사에게 파운드리 서비스를 제공할 뜻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처음에는 5곳 정도의 고객사에서 시작해 점차 판을 키워나가겠다고 했다.
앞서 40나노대 수준에서 일본의 반도체 제조 공정 기술은 멈췄지만, 라피더스는 2027년 2나노 양산에 돌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현재 반도체 업계에선 2024년 하반기에 인텔이 1.8나노 수준의 18A(옹스트롬) 칩 양산, 2025년 삼성·TSMC과 2나노 칩 양산을 계획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매우 소수의 기업만이 구현할 수 있는 2나노 첨단 칩 시장에 라피더스가 야심차게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이에 따라 삼성 파운드리의 ‘수 싸움’도 복잡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TSMC를 추격하면서도 라피더스 등을 견제해야 한다. 2나노 이하 첨단 칩을 전세계에서 가장 먼저 양산하겠다고 공언한 인텔 역시 견제해야 할 대상이다. 10나노대 이상의 구형공정이 아니라, 2나노 선단 공정에서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간 첨예한 물량 확보전이 이미 시작됐다는 진단이 나온다.
다만 업계에선 3나노 공정을 구현한 곳은 삼성과 TSMC 뿐이기 때문에, 2나노 칩 고객사에 대한 라피더스의 접근이 당장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평가도 나온다. 삼성은 지난해 6월 전세계 최초로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술을 적용한 칩 생산을 시작했다. TSMC 역시 이 GAA 기술은 아직 구현하지 못했다. 2나노 칩 생산부터 적용하기로 한 상태다.
국내 파운드리 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만일 라피더스가 2나노 기술을 제대로 구현하면, TSMC와 이 시장을 양분한 삼성 입장에서는 고객사 확보에 비상이 걸릴 것”이라며 “다만 라피더스는 아직 선단공정과 관련된 어떠한 기술도 선보이지 못했기 때문에, 미국의 IT 주요 기업 역시 라피더스의 고객사가 되는데 망설이고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삼성이 구현한 3나노 이하 기술을 지속적으로 개발시키면 삼성이 자신의 시장을 지키고 선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일본 정부는 TSMC가 추진 중인 규슈 구마모토 현 제2공장 설립 비용의 최소 3분의 1을 부담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집권 자민당의 반도체 전략 추진 의원 연맹 회장인 아마리 아키라(甘利明) 전 간사장은 최근 보도된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일본 반도체의 경쟁력 유지를 위해 세계 최고 수준의 TSMC와 협력해야 한다”면서 이 같은 프로젝트의 일반적인 보조금 규모는 3분의 1이라고 언급했다. 일본 정부는 2030년까지 자국산 반도체 매출을 2배로 늘려 15조엔(약 137조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TSMC의 제 1공장은 일본 소니, 덴소와 공동으로 구마모토 반도체 공장 운영 주체인 ‘JASM’를 설립해 구마모토현 기쿠요마치에 건설되는 것이다. 2024년 12월부터 12인치 웨이퍼 월 4만5000장을 생산할 계획이다.
김지헌 기자
ra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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