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결, 한국인 최초 ‘카라얀 젊은 지휘자상’ 수상

[K클래식 열풍]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이 만든 국제 지휘자 콩쿠르

‘카라얀 젊은 지휘자상’을 받은 한국 지휘자 윤한결이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지휘하는 모습. 유튜브 갈무리

독일에서 활동해온 한국 지휘자 윤한결(29)이 유서 깊은 클래식 음악축제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이 주관하는 ‘카라얀 젊은 지휘자상’을 받았다. 6일(현지 시각)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대강당에서 열린 국제 지휘자 콩쿠르 결선이 끝나자 윤한결이 우승자로 발표됐다. ‘차세대 스타 지휘자’들의 등용문으로 떠오른 이 콩쿠르에서 한국인 우승은 처음이다.

2010년 ‘네슬레 잘츠부르크 젊은 지휘자상’으로 시작된 이 콩쿠르는 2021년 전설적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의 이름을 딴 현재의 이름으로 변경됐다. 2년마다 열리는 이번 대회엔 54개국에서 젊은 지휘자 323명이 도전했다. 이들 가운데 8명을 뽑는 준결선을 거쳐 지난 4월엔 윤한결 등 3명의 결선 진출자를 결정했다.

윤한결은 “결선 무대에 오를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영광이었다”며 “리허설 때 준비했던 것들을 다 보여드리는 것이 목표였고 연주가 제 예상보다도 잘 됐던 것 같다. 그게 가장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결선에서 멘델스존의 교향곡 3번 ‘스코틀랜드’와 로시니의 오페라 ‘세빌리아의 이발사’ 서곡, 모차르트의 아리아 ‘오, 그대 온화한 별이여’, 한국 작곡가 신동훈의 챔버 오케스트라 곡 ‘쥐와 인간의’ 등 4곡을 지휘했다.

심사위원단은 “윤한결의 지휘는 카리스마 있고 준비가 철저히 돼 있으며 기술적으로 뛰어났다”며 “그의 지휘를 보면 음악을 흉내 내는 게 아니라 마음속에서 음악이 흘러나오게 한다는 점을 느끼게 해 줬다”고 평했다. 심사위원장은 미국 명문 악단 피츠버그 심포니를 이끄는 지휘자 만프레드 호네크(65)가 맡았다. 그는 다음 달 14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서울시향을 지휘해 차이콥스키 교향곡 6번을 들려줄 예정이다.

윤한결은 1만5000유로(2100여만원)의 우승 상금을 받고, 내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무대에 오를 기회도 얻는다. 서울예고 재학 중 독일로 건너가 뮌헨 음대를 졸업한 그는 피아노 연주와 작곡도 겸하고 있다. 2021년 국립심포니가 주최한 제1회 지휘자 콩쿠르에서 2위에 올랐고, 2019년에도 그슈타드 메뉴인 페스티벌·아카데미에서 지휘 부문 1등상인 ‘네메 예르비상’을 받았다. 지난해 11월엔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과 사이먼 래틀, 정명훈이 소속된 세계적 클래식 아티스트 매니지먼트 회사인 아스코나스 홀트와 전속 계약도 맺었다.

한국의 젊은 연주자들이 그동안 피아노와 바이올린, 성악 등의 분야에선 빼어난 실력을 보였지만 유독 지휘 분야에선 두드러진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윤한결의 이번 우승은 의미가 있다. 이 대회는 100년 넘은 역사를 지닌 세계 최대의 여름 클래식 음악축제인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이 차세대 지휘자를 육성하기 위해 만든 콩쿠르다. 프랑스 국립 스트라스부르 필하모닉을 이끄는 우즈베키스탄 출신 지휘자 아지즈 쇼하키모프, 영국 버밍엄 심포니 수석 객원지휘자 미르가 그라지니테 틸라, 네덜란드 국립오페라 상임지휘자 로렌조 비오티가 이 상을 받은 바 있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