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년 철권, 장남에게… ‘훈센 왕조’ 시대 막 올랐다

■ 캄보디아 훈마넷 신임 총리 지명
훈센 총리, 총선서 대승 거둔 뒤
아들에 총리직 이양…21일 취임
선거전 정적제거 등 세습 작업도
동남아 민주주의 위기 봉착 평가

지난달 총선(23일)을 앞두고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 선거 유세를 하는 훈센(왼쪽) 총리와 그의 장남 훈마넷. 로이터 연합뉴스

38년간 캄보디아를 철권통치해온 훈센 총리가 장남인 훈마넷에게 권력을 넘기면서 캄보디아에 사실상 ‘훈센 왕조’ 시대가 열렸다. 태국은 군부 개입으로 총리 선출이 미뤄지고 있고, 미얀마 군사정권은 지난 2021년 쿠데타와 함께 선포한 국가비상사태를 또다시 연장하면서 동남아 민주주의가 전례 없는 위기에 봉착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6일 BBC에 따르면 훈마넷은 7일 노로돔 시하모니 국왕에 의해 신임 총리로 지명될 예정이다. 취임은 새로운 국회가 구성되는 21일 다음 날 이뤄진다. 캄보디아군 부사령관이자 육군 대장인 훈마넷은 올해 45살로 캄보디아인민당(CPP) 중앙위원회 상임위원을 맡고 있으며, 이번 총선에서 프놈펜의 선거구에 출마해 당선됐다. 훈센 총리는 지난 2021년 훈마넷을 자신의 후계자로 지명하고 후계자 수업을 시켜왔다. 특히 지난달 총선에서 대승을 거둔 뒤 훈마넷에게 총리직을 물려줄 것이라고 밝혔다.

훈센 총리는 총선을 앞두고 최대 정적인 삼랭시 전 캄보디아구국당(CNRP) 대표의 공직 출마를 25년간 금지했고, 다른 반대파인 촛불당(CP)의 총선 참여 자격도 박탈하는 등 권력 세습 작업을 해왔다. 이에 지난달 총선에서 여당인 CPP는 전체 125석 중 120석을 차지했다. 이에 유엔 등 국제사회는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고, BBC도 “선거라기보단 대관식에 가까웠다”고 비판하고 있다.

태국은 5월 총선 이후 아직 총리 지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 개혁을 앞세워 총선에서 승리한 피타 림짜른랏 전진당 대표가 프아타이당 등과 연립 정부 설립을 내걸고 단독 총리 후보로 나섰으나, 군부가 임명한 상원 의원들이 반대하며 무산된 탓이다. 피타 대표가 정부 구성권을 프아타이당에 넘기고, 프아타이당이 군부와 손을 잡을 움직임을 보이면서 전진당 지지자들의 반대 시위가 격렬해지는 등 태국 정국은 혼란에 접어든 상태다.

미얀마 군정은 지난 1일 국가비상사태 6개월 연장을 선언했다. 미얀마 헌법상 국가비상사태는 최장 2년이며, 국가비상사태가 종료되면 6개월 이내에 선거를 치러야 한다. 하지만 이번 연장으로 미얀마는 3년째 국가비상사태를 유지하게 됐고, 총선 개최도 미궁 속에 빠졌다. 총선을 치른다고 해도 군부가 새로운 선거법을 통해 아웅산 수지 국가 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 등을 해산한 상태여서 공정한 선거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현욱 기자 dlgus300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