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교육열과 부모 역할[뉴스와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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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부모입니까? 학부모입니까?' 2010년 공익광고의 카피다.
자녀의 꿈이나 희망과는 무관한 학부모들의 교육열 때문이다.
어릴 때 학부모의 교권침해를 보고 자라온 자녀들이 중·고교생이 돼 그릇된 행동을 답습하는 것이라는 게 교육계 분석이다.
자녀를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학부모가 아닌 부모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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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부모입니까? 학부모입니까?’ 2010년 공익광고의 카피다. 부모가 자녀를 과도한 입시경쟁으로 내모는 현상을 꼬집은 공익광고다. ‘부모는 멀리 보라 하고, 학부모는 앞만 보라 합니다.’ ‘부모는 함께 가라 하고, 학부모는 앞서가라 합니다.’ ‘부모는 꿈을 꾸라 하고, 학부모는 꿈을 꿀 시간을 주지 않습니다.’ 당시 카피가 10년도 더 지난 현재에도 딱 들어맞는다. 십 수년 동안 강산은 물론 세상이 바뀌었지만, 학부모는 그대로인 것이다.
대입 사교육 대상은 과거 고등학생, 중학생에서 현재는 초등학생은 물론 유치원생까지 내려갔다. 한글을 배우기 전부터 영어유치원에 다니고, 의대 입시를 준비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자녀의 꿈이나 희망과는 무관한 학부모들의 교육열 때문이다. 자녀들은 스트레스다. 한국 어린이 행복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꼴등. 수십 년째다. 행복하지 않은 수준을 넘어섰다. 0∼17세 극단적 선택률은 2010년 10만 명당 2.0명에서 2021년 2.7명까지 올랐다. 12∼14세의 경우 같은 기간 2.8명에서 5.0명까지 치솟았다. 학부모의 뜻대로 사교육 과정을 잘 따라와 명문대학에 들어가면 행복해질까?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는 결과를 돌이켜보면서 번아웃과 우울증을 호소하는 대학생도 늘고 있다.
삐뚤어진 교육열은 교권까지 침해하면서, 전인 교육을 위한 공교육을 무너뜨리고 있다. 학부모들이 입시 위주의 사교육을 공교육보다 더 중시하는 탓이다. 지난 3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발표한 교권침해 사례 1만1628건 분석 결과를 보면, 교권침해 대상은 학부모가 8344건(71.8%)으로, 학생(3284건·28.2%)의 2.5배나 됐다. 학생의 교권침해 또한 학부모로부터 시작된다. 교육부의 지난해 교권침해 통계를 보면, 유치원과 초등학교 저학년에서는 학부모의 교권침해가 많고, 중·고등학교에서는 학생들의 교권침해가 크게 늘어난다. 어릴 때 학부모의 교권침해를 보고 자라온 자녀들이 중·고교생이 돼 그릇된 행동을 답습하는 것이라는 게 교육계 분석이다. 이들이 문제의식 없이 사회에 진출하면 교권침해가 법 제도 침해, 즉 범죄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들에겐 학부모가 아닌 부모가 필요하다. 즉 부모 교육이다. 강의와 설교가 아닌 인성과 예절 교육이다. 선진 교육으로 평가받는 유대인들은 밥상머리 교육이라고도 한다. 그들은 자녀의 말에 집중하고, 반응에 공감하며, 존중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는다. 미국 아이비리그를 비롯한 글로벌 명문대들은 더 이상 공부만 잘하는 학생들을 뽑지 않는다. 10년 전만 해도 공부 등 다재다능한 인물을 뽑았지만, 현재는 ‘인성’을 가장 중요시하고 있다. 첨단 디지털 시대엔 공부 잘하는 능력이 큰 메리트가 없는 탓이다. 하버드는 2017년에 인종 차별이나 음란 메시지를 SNS에 올렸던 입학생 10여 명의 합격을 취소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인성 인재 선발은 글로벌 추세다. 국내에서도 인성 검사를 도입하는 대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인성은 단기간에 사교육으로 습득할 수 없다. 머리가 아닌 몸으로 눈으로 배우기 때문이다. 자녀를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학부모가 아닌 부모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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