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는 富의 재분배 아닌 파괴자[포럼]

2023. 8. 7.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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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발표된 세법 개정안의 핵심은 신혼부부에 대해 3억 원까지 증여세 면제, 자녀장려금 2배 확대, 바이오의약품 연구·개발(R&D)과 설비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였다.

그러나 정작 국민의 삶을 나아지게 하는 데 중요한 법인세와 상속세 관련 내용은 거의 없었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은 자신의 노동 대가가 아니므로 부당하다' 등의 이유를 들며 상속세를 통해 상속 재산을 몰수해 가난한 사람들에게 재분배해야 한다는 생각이 팽배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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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욱 경희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최근 발표된 세법 개정안의 핵심은 신혼부부에 대해 3억 원까지 증여세 면제, 자녀장려금 2배 확대, 바이오의약품 연구·개발(R&D)과 설비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였다. 그러나 정작 국민의 삶을 나아지게 하는 데 중요한 법인세와 상속세 관련 내용은 거의 없었다.

법인세는 올해부터 1%포인트 내려 24%지만, 현재 OECD 회원국 평균(21.2%)보다 훨씬 높다. 상속세는 30억 원을 초과하는 경우 50%이고, 주식을 상속받으면 최대 60%의 세율이 적용된다. 물론 이번 세법 개정안에 가업승계 증여세 저율 과세 10% 구간이 현재 60억 원에서 300억 원으로 확대되는 내용이 들어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 우리나라 상속세는 매우 약탈적이어서 근본 개선을 하지 않고는 우리의 삶이 나아지기 어렵다.

상속세만큼 우리가 축적해온 자본을 파괴하는 게 없다. 재화의 생산이 증가해야 경제가 성장하며 국부가 증가해 국민의 삶이 나아진다. 재화가 더 많이 생산되기 위해서는 자본 축적이 필수다. 사회의 자본 양이 늘어나면 내가 구매할 수 있는 재화의 양이 늘고, 나의 노동량에 대한 수요가 늘어 내 임금과 소득도 증가해 삶이 나아진다.

상속세가 부과되면 부모가 저축해 축적한 사업체·토지·자산 등을 팔아서 정부에 세금으로 내야 한다. 그렇게 정부로 간 자본은 상속 가족이 사용할 때보다 더 효율적으로 쓰일 수 없다. 사기업보다 공기업이 훨씬 더 비효율적으로 운영되는 것은 이 점을 잘 보여준다.

상속세를 감당하지 못하고 외국에 회사를 팔아넘긴 사례는 무수히 많다. 주방용품으로 유명한 ‘락앤락’이 대표적인 사례다. 최근에는 매각조차 안 돼 폐업하는 중소기업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수년간 축적해 온 자본뿐만 아니라 기술·경영 노하우가 사장(死藏)되고 있다. 상속세의 폐해 때문에 스웨덴은 2005년에 폐지했고, 영국이 폐지하겠다고 나섰다. 38개 OECD 회원국 중 15개국은 아예 상속세가 없다.

우리나라 사회는 상속에 대해 매우 부정적이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은 자신의 노동 대가가 아니므로 부당하다’ 등의 이유를 들며 상속세를 통해 상속 재산을 몰수해 가난한 사람들에게 재분배해야 한다는 생각이 팽배해 있다. 부모와 자식 관계는 정서적 유대감을 넘어 재정적·지적·도덕적 관계이기도 하다. 부모는 자녀를 위해 열심히 저축하고 유산을 제공함으로써 자녀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부분 부모는 물려줄 재산을 낭비하지 말고 현명하게 사용하며 남에게 베풀도록 교육하기도 한다. 약탈적 상속세는 저축할 유인을 없앨 뿐 아니라, 부모와 자식 간의 이러한 자연스러운 관계를 훼손한다.

부(富)가 대물림된다고 해서 그것이 다른 사람에게 위해를 가하는 것은 없다. 게다가 부자에게 세금을 부과한다고 해서 가난한 사람의 삶이 개선되는 것도 아니다. 상속세를 폐지하면 저축과 자본의 양이 늘어나므로 상속세 폐지는 가난한 사람에게 오히려 도움이 된다.

상속세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죽이는 것이나 다름없다. 부의 재분배가 아니라 부의 파괴를 불러온다. 부를 파괴해서는 국민의 삶이 나아질 수 없다. 상속세를 폐지할 때가 됐다. 다음 세제 개편 때는 반드시 포함하기 바란다.

안재욱 경희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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