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버리 불똥'에 안방 뺏긴 전북, 축구협회·연맹은 대책 마련에 전전긍긍
9일 FA컵 및 12일 K리그1 경기 관련 변경 불가피
(서울=뉴스1) 안영준 기자 =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의 졸속행정 여파로 전북 현대가 이번 주 예정된 홈 2경기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치르지 못하게 되자 한국프로축구연맹과 대한축구협회(KFA)가 급히 대책을 마련하느라 전전긍긍하고 있다.
전북 구단은 지난 6일 SNS를 통해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의 K팝 콘서트 및 폐영식이 1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게 됐다"며 "따라서 (9일과 12일 예정된) 홈 2경기에 대한 일정이 변경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근 미숙한 운영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정부와 잼버리 조직위원회는 기존 일정을 변경, 1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K팝 콘서트와 폐영식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전주월드컵경기장을 홈 구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전북에 불똥이 튀었다.
전북은 9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인천 유나이티드와 FA컵 4강 1차전을 치르고, 12일에도 같은 장소에서 수원 삼성과의 K리그1 경기를 벌일 예정이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잼버리 행사가 열리는 것이 최종 확정되면서 이 두 경기는 장소 변경 혹은 일정 연기 등이 불가피해졌다.
우선 두 경기는 주관이 다르다. FA컵은 대한축구협회, K리그1은 한국프로축구연맹에서 각각 운영한다.
대한축구협회는 "FA컵은 4강까지는 각 구단에 홈경기를 일임한다. 홈 팀 전북에서 (잼버리 여파로) 9일 경기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치를 수 없다는 공문을 KFA로 보내왔고, 이에 대해 담당 부서가 최대한 빠르게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규정은 있다. FA컵 운영 규정 15조에는 홈 팀이 경기 개최를 포기한 경우 원정 팀 경기장에서 경기를 개최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다만 다소 특수한 상황이라 대한축구협회도 난해한 입장이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이번 일을 홈 팀이 개최 포기 의사를 밝혔다는 것으로 확인할 수는 없다. 그래서 규정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면서 "일정 변경과 제3지역 중립 개최 등 여러 가능성을 두고 논의하고 있다. 기존 일정까지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최대한 빨리 적절한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했다.
갑자기 떨어진 불똥에 FA컵 4강을 준비하던 두 구단은 울상이다.
전북은 홈 경기가 원정 경기 혹은 중립 경기로 바뀔 경우 대진 추첨 결과로 얻은 홈 이점을 외부 요소에 의해 빼앗기게 된다. 전북 팬들은 지난 6일 열린 인천과의 K리그 경기서 '협조, 협박으로 조짐?' '잼버리도 망치고 전북도 망치고' 라는 등의 플래카드(펼침막)를 내걸어 이번 조치에 대한 불만을 표했다.
이미 9일 경기까지 대비해 선수단 숙소와 훈련장까지 모두 예약했던 인천도 피해를 본 건 마찬가지다. 지난 6일 경기를 마친 인천 선수단은 현재 결과를 기다리느라 전주에서 오도가도 못하고 있다.
선수단 일정과 같이 9일 원정을 준비했다가 날벼락을 맞게 된 일부 인천 팬들 역시 "홈 팀에서 개최하지 못할 경우에 대비한 FA컵 규정이 버젓이 있다. 규정대로 인천 홈에서 경기를 해야 한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축구계 관계자는 "3일 전 일정 변경은 한 나라의 프로축구 레벨에서는 이해하기 힘든 처사"라면서 "그만큼 특수한 경우라 매뉴얼(지침)이 있어도 적용이 쉽지는 않다. 우선 대한축구협회는 양 구단이 처한 입장을 절충해 중립 지역인 대전 개최도 옵션으로 두고 있다. 대전월드컵경기장과 협의도 마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12일 열릴 전북과 수원의 경기를 주관하는 한국프로축구연맹 역시 당혹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대안을 준비 중이다. 역시 옵션은 경기 일정 변경 혹은 원정 팀의 홈 경기 개최다.
한국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규정상으로는 홈 팀이 경기를 개최하지 못할 경우 2주 안에 프로축구연맹에 전달을 하면, 이를 기반으로 대안을 마련하기로 돼 있다"면서 "이번 경우는 특수하고 시간도 촉박해 쉽지 않다. 그래도 혼선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최대한 빨리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tr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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