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과학칼럼] 맞춤형 디스플레이 시대가 온다
디스플레이는 정보를 눈에 보이게 표시하고 전달한다. 다양한 ICT 기기의 등장과 각종 미디어를 통한 콘텐츠 소비 확대에 힘입어 지난 20여년간 급격한 기술 발전과 시장 성장을 이룩했다. 특히 우리나라의 디스플레이 산업은 전 세계 기술 및 시장을 이끄는 국가 주력 산업으로서 2004년 이후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줄곧 유지하면서 반도체와 함께 국가 경제의 핵심축을 담당해 왔다.
하지만 최근 우리나라 디스플레이 산업은 중국의 거센 추격으로 큰 위기를 맞고 있다. 세계 1위의 원동력이 되었던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은 적극적인 기술 습득과 천문학적인 정부 보조금 정책에 힘입어 저가 물량 공세를 펼친 중국에 2018년 1위 자리를 빼앗겼다. 아울러 전체 디스플레이 시장 점유율 또한 2021년 이후 중국에 다소 뒤지고 있다. 이러한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 국내 기업들은 주력사업을 프리미엄 제품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로 전환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시작된 중국의 본격적인 추격으로 인한 위기감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 디스플레이 산업이 처한 또 다른 어려움은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의 성장이 정체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그동안 시장 성장을 이끌었던 TV, 컴퓨터, 휴대폰 등 대표적 전방산업 제품의 보급률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수요가 둔화하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장 규모와 지배력을 함께 키우기 위해서는 우리가 강점을 가지는 ‘포스트 LCD’기술을 기반으로 큰 규모의 신시장을 창출하고 선점할 수 있는 응용 분야를 발굴해야 한다.
2021년 말 한국정보디스플레이학회에서 발간한 ‘디스플레이 미래기술 2035’ 보고서는 미래 디스플레이가 일상의 모든 공간과 사물에 적용돼 언제, 어디서나, 편리하게 엔터테인먼트나 정보를 자유롭게 제공하는 핵심 플랫폼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적용되는 공간, 사물, 콘텐츠의 특성에 맞춰 다양한 형상과 성능을 제공하는 맞춤형 디스플레이의 시대가 오는 것이다. 맞춤형 디스플레이는 가상현실, 자동차, 패션, 건축, 광고, 바이오 등 타 산업과의 융복합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 디스플레이 산업이 재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맞춤형 디스플레이가 적용될 산업들의 성격을 고려하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의 생산 체제와 이에 맞는 기술개발 전략이 필요하다. 기존 디스플레이 산업은 고가의 설비투자 후 대량생산을 통해 이익을 얻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맞춤형 디스플레이 시장은 소량 다품종의 작은 시장들이 모여 큰 시장을 이루는 형태가 될 것이다. 따라서 품종을 바꿀 때마다 고가의 비용이 발생하는 현재의 소품종 대량생산 기술로는 맞춤형 디스플레이 시장에 대응하기 어렵다. 낮은 비용으로 맞춤형 생산이 가능한 새로운 제조 기술이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
지금까지의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개발은 기존 생산 방식을 최대한 유지해 추가적인 설비투자와 기술 위험도를 줄이면서 원하는 성능을 구현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 왔다. 하지만 맞춤형 디스플레이 시대에는 수익 창출이라는 궁극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생산 기술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이러한 기술혁신은 지금의 기술 패러다임을 대대적으로 바꾸는 것으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원천-응용-사업화로 이어지는 산업계, 대학교, 정부출연연구원 간 적절한 역할 분담과 긴밀한 협력이 이뤄져야 가능할 것이다.
지난해 10월, 정부에서는 디스플레이를 12대 국가전략기술로 선정했다. 이후 ‘3대 주력기술 디스플레이 초격차 R&D 전략’, ‘디스플레이산업 혁신전략’ 등을 통해 융복합 기술을 바탕으로 디스플레이 신시장 창출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이를 위한 지원을 본격화하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필자의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을 포함, 디스플레이 관련 정부출연연구기관 연구자들이 모여 협의체를 결성했다. 대학의 원천 연구 성과를 기업의 상용화로 이어주는 중간 다리로서 정부출연연구원의 고유 역할과 임무, 기술 융복합을 위한 협력 방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있으니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한편 맞춤형 디스플레이 산업이 활성화되면 대기업 중심으로 수직 계열화되어 있던 기존의 산업 구조를 벗어난 수평적 산업 생태계가 구축될 수 있다. 따라서 중소, 중견 기업들도 고부가가치 산업에 진출하여 함께 성장할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나라의 디스플레이 산업은 비록 중국의 공세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여전히 세계 1위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경제 기여도가 높은 국가 제조업의 핵심 산업이다. 새로운 미래상과 기술 니즈에 맞춰 차세대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맞춤형 디스플레이 기술개발에 모두 힘을 모은다면 반드시 오늘의 위기를 새로운 기회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박찬우 ETRI 실감소자연구본부장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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