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왕 트로피 제작 시작’ 문동주의 마지막 변수, 윤영철 마지막 기회 만들까

김태우 기자 2023. 8. 7.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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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인상 레이스에서 넉넉한 격차로 1위를 질주 중인 문동주 ⓒ곽혜미 기자
▲ 문동주의 아시안게임 차출 전 격차를 최대한 좁힐 필요가 있는 윤영철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광주, 김태우 기자] 최원호 한화 감독은 팀 마운드의 미래이자 현재인 문동주(20)가 점차 완급 조절에 눈을 뜨고 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단순히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가 아닌, 타자를 상대하는 진짜 투수가 되고 있다는 의미다.

최 감독은 6일 광주 KIA전을 앞두고 문동주에 대해 “마운드에서 던지는 게 많이 늘었다. 안 좋을 때 와르륵 무너지는 게 확실히 줄었다. 경험을 하면서 느는 것이다. 계속 던지다 보면 상황이나 이런 것에 맞춰서 '어떤 식으로 해야겠다'는 게 조금씩 선다”면서 “꾸준히 상대하다보면 본인이 오늘 잘 안 되는 날 ‘패턴을 바꿔봐야겠다’ 이런 것이 생기고, 더 경험하면 상황에 따른 타자들의 심리도 읽을 수 있다”고 기대했다.

문동주는 시속 160㎞에 가까운 강속구를 던질 수 있다. 그 자체가 위력적이다. 그러나 KBO리그 타자들의 패스트볼 대처 능력은 제법 좋은 편이다. 시즌 초반에는 상황에 따른 대처를 하지 못해 경기마다 다소간 기복을 보여주곤 했다. 실제 문동주는 올해 4이닝 이하 소화 경기도 네 번이 있었다. 4월 평균자책점이 2.38이었던 것에 비해, 5월 평균자책점은 8.22로 높았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게 최 감독의 칭찬이다. 나름대로 완급 조절도 하고, 상대 타자들의 전략과 상황에 따라 자신의 패턴을 수정해 간다고 평가했다. 6월 평균자책점은 2.14, 7월은 3.31, 8월은 2.61로 안정적인 관리가 되고 있다. 이제 프로에서 1군 통산 127이닝을 던진 투수다. 이를 고려하면 굉장히 빠른 성장세라고 할 수 있다.

그런 문동주는 이제 매 경기 5~6이닝, 혹은 그 이상을 안정적으로 소화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주는 투수가 됐다. 6일에도 요새 리그에서 가장 뜨거운 타격을 자랑하는 KIA를 상대로 물러섬 없는 피칭으로 승리투수 요건과 함께 마운드를 내려갔다. 요새 성적이 운이 아님을 증명하는 한 판이었다. 최고 구속은 159㎞까지 나왔고, 과감한 패스트볼 승부에 슬라이더와 커브로 조절하며 KIA 타자들의 빗맞은 타구를 유도했다.

문동주는 6일까지 시즌 19경기에 나가 98⅓이닝을 던지며 6승7패 평균자책점 3.39를 기록 중이다. 평균자책점은 리그 11위, 국내 선수로 한정했을 때는 5위다. 이 성장세라면 내년에는 본격적으로 최고 타이틀을 놓고 다퉈볼 수 있는 선수가 될 수 있다.

▲ 문동주는 화제성과 기량 모두 신인상 후보 0순위다 ⓒ곽혜미 기자
▲ 한화가 문동주의 올해 설정된 이닝 제한을 풀지도 관심사다 ⓒ연합뉴스

지난해 입단한 문동주는 1군에서 28⅔이닝을 던졌다. 신인상 후보 자격(30이닝 미만)을 유지하고 있다. 올 시즌을 앞두고 가장 강력한 신인상 후보로 뽑혔는데 그 예상대로 가고 있다. 투수와 야수 쪽에서 몇몇 경쟁자들이 있지만 문동주 만한 누적 성적과 임팩트를 갖춘 선수는 단연코 없다. 이 추세대로 시즌이 흘러가면 ‘신인상 0순위’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어쩌면 신인상 트로피에 이름을 새기기 시작했을지도 모른다.

다만 마지막 변수는 남아 있다. 문동주의 기량과는 별개의 문제다. 바로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이닝 제한이다. 아직 정확한 소집 일정이 나오지는 않았으나 9월 중순에서 말로 넘어가는 시점 소속팀을 잠시 떠날 예정이다. 대회 기간에도 리그는 계속 진행되니 리그 성적에서는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지금 성적만으로도 유력한 신인상 후보지만, 그 시점까지 많이 벌어놓을 필요가 있다.

여기에 한화는 문동주의 소화 이닝 제한을 계획하고 있다. 카를로스 수베로 전 감독 시절 올해 문동주의 이닝을 120이닝 선에서 끊어주기로 했던 결정이 유효하다. 소화 이닝이 너무 급격하게 불어나면 추후 선수 경력에서 부상 위험도가 커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 나온 결정이었다. 문동주는 6일까지 98⅓이닝을 던졌다. 120이닝에서 시즌을 마친다면 몇 경기가 안 남았다. 신인상 경쟁에서도 손해다.

그래서 문동주의 뒤를 쫓고 있는 윤영철(19‧KIA)의 추격 여부가 흥미롭다. 올해 고졸 신인인 윤영철은 개막부터 지금까지 로테이션을 돌며 16경기에서 80⅓이닝을 던지며 7승4패 평균자책점 3.81을 기록 중이다. 고졸 신인답지 않은 배짱과 노련한 투구, 비교적 안정적인 제구력으로 순항 중이다. 사실 문동주라는 걸출한 선수가 없었다면, 즉 예년 같았으면 유력한 신인상 후보가 될 수 있는 성적이었다.

이닝이나 평균자책점 등 전반적인 공헌도에서 문동주에 밀리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문동주가 계획대로 시즌을 일찍 종료하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윤영철 또한 관리를 받아야 하는 선수지만 완주를 할 경우 누적 성적을 쌓을 기회가 더 많아지기 때문이다. 이닝 제한에 걸려 문동주가 10승을 못한 채 시즌을 마감한다는 극단적인 가정이라면, ‘순수 고졸 신인 10승’과 같은 타이틀도 하나의 무기가 될 수 있다.

한화도 문동주의 이닝 제한 해제를 놓고 고민 중이다. 최 감독은 “개인적으로는 이닝 제한보다는 의사 소견대로 가는 게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MRI 등 체크를 통해 이 선수의 ‘팔 상태가 양호하다’, 아니면 ‘조금 안 좋다’, ‘어느 정도 더 던져도 괜찮느냐’는 가이드라인을 설정할 수 있는 건 의사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기계적인 이닝 설정이 아닌, 상황에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상태에 따라 조금 더 던질 수도 있고, 반대로 그보다 덜 던질 수도 있다는 논리다. 이닝 제한이 사라지면 현재 추세상 신인상 레이스의 변수가 사라질 수도 있다.

▲ 최원호 감독 ⓒ곽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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