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영석PD 떠난 차승원, 찬란한 파트너 유해진과 같은 듯 다른 선택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기대보단 아쉽다. 어느덧 하반기에 들어선 올해 예능 콘텐츠에 대한 중간평이다. 넷플릭스를 비롯해 많은 플랫폼들이 올해는 예능에 힘을 실을 것이라는 선언과 전망이 많았으나, 시즌2를 성공한 몇몇 프로그램 이외에 딱히 괄목할 성과를 내거나 이목을 집중시킨 프로그램은 아직 없다.
이때 tvN은 영화나 드라마만큼이나 예능에서도 확고한 티켓파워를 가진 차승원의 3년 만의 예능 복귀작 <형따라 마야로: 아홉 개의 열쇠(이하 '형따라 마야로')>를 지난 4일부터 금요일 저녁 예능 블록에 편성했다. 나영석 사단, 유호진 PD에 이어 KBS <1박2일>에서 tvN으로 건너온 방글이 PD의 첫 프로젝트라는 점, 나영석 사단과 손잡고 찬란한 예능 흥행사를 써내려간 차승원이 나영석 사단을 떠나 선보이는 첫 번째 예능이란 점에서 이목이 쏠린다. 참고로 그의 옛 파트너 유해진은 먼저 자립(?)해 tvN <텐트 밖은 유럽>시리즈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바 있다.
<형따라 마야로>에 대한 세간의 기대가 커진 것은 약 3주 전 나영석 사단의 유튜브 채널 <채널 십오야>의 '나불나불' 코너에 오랜만에 차승원이 얼굴을 비추면서다. 역시나 독특하면서도 재밌는 입담과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캐릭터임을 자연스러운 자리에서도 보여줬는데, 여기다 해박한 지식과 관심을 품고 산 고대사 덕후라는 새로운 면모가 더해져 흥미를 자아냈다. '나불나불'에서와 마찬가지로 1화 초반, 방글이PD와의 첫 만남 자리에서 쏟아낸 차승원의 고대사에 대한 애정과 지식은 제작진을 현혹시킨 것은 물론 시청자들의 관심을 사기에 충분했다.
차승원, 김성균, 주연이 마야 탐험대를 결성하고 멕시코로 떠난 과정이 담긴 1화에서는 이런 새로운 흥미를 기둥 삼아 예능의 트렌드, 익숙한 기대가 고루 버무려졌다. 여행 유튜버의 제작방식을 참조하는 여행예능의 오늘날을 반영한 듯 출연자인 차승원의 개인적 관심에 따라 고대 문명 발상지로 떠나며 당위성과 진정성을 가져가고, 예능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김성균, 아이돌인 주연까지 완전히 새로운 조합으로 승부를 본다. 이와 함께 '차줌마', '차셰프' 캐릭터를 가진 차승원이 뚝딱뚝딱 해내는 놀라운 한식 차림은 역시나 중요한 볼거리다.
본격적인 탐험에 나서기 전이라는 점을 감안해야겠지만, 시청률 반응이나 1화의 볼거리들이 흥미를 자아내는 데 비교적 성공했다 할 수 있다. 허나, 익숙함과 새로움의 공존은 기대만 낳는 것은 아니다. 고대 마야의 많은 것을 담고 있는 문헌 뽀뽈부 등 콘셉트에 충실한 소품을 치밀하게 준비하는 등 고대사에 대한 교양을 담은 여행 자체는 신선하지만, 열악함이나 고된 일정을 출연자에게 던지면서 아마도 계속해 생고생 콘셉트로 풀어낼 것으로 보이는 풀이 방식은 그리 새롭다거나 탐험이란 색다른 코드를 생각했을 때 다소 아쉬움은 있다.
비행기 세 번 타고 운전해서 첫 숙소까지 25시간 이동하는 것부터 시작해 고된 고생기를 강조하면서 재미를 만들고, 톨게이트에서 자동차 창문 여는 버튼을 찾지 못해 허둥지둥하고, 언어 소통의 어려움 등 여행지에서 마주하는 좌충우돌 에피소드, 리더인 첫째 차승원, 분위기를 전담하는 둘째 김성균, 형들이 어려운 부분을 싹싹하게 채워 넣는 성실한 막내 주연의 조합 등은 너무나 많이 본 여행 예능의 그림이기 때문이다.
특히 서열화된 남자들이 하나의 형제, 가족을 이뤄가는 설정은 리얼버라이어티 전성시대를 함께한 시청자들에게 너무나 익숙한 구도며, 리얼버라이어티 공식 중 최근 변주가 가장 활발한 부분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유해진이란 만만치 않은 파트너를 두면서 차승원의 캐릭터에 균형과 긴장을 잡아준 나영석 사단의 접근과는 다르게 차승원을 꼭짓점으로 삼아 수직서열화한 형님 리더십을 전면에 내세우는 전통적인 리얼바이어이티식 캐릭터쇼를 구축했다는 점은 나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다. 여행의 출발점인 차승원의 매력에 훨씬 많이 기대는 구조인데, 차승원이 이를 통해 어떤 캐릭터를 더 드러낼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따라서 <형따라 마야로>는 마야 문명도 문명이지만 <삼시세끼>, <스페인하숙> 등에서 보여준 차승원의 매력(요리실력)을 전면에 내세운다. 멕시코의 시골 마을에서 직접 장을 본 식재료로도 이질감이나 오차 없는 요리를 해내며 매번 근사한 밥상을 차리는 <삼시세끼>식 쿡방이 지금처럼 비중이 높다면 다시 만나는 반가움 이상의 다른 무엇을 보고픈 기대를 바라게 될 수도 있다. 더욱 유려한 스토리라인을 만들기 위함이겠지만 제작진의 높은 존재감과 그에 비례한 역할과 관계 등 정돈될 부분도 아직은 있다.
이처럼 호기심과 익숙함을 고루 가진 <형따라 마야로>는 세 출연자가 9일간 멕시코에서 동고동락하며 탐험하면서 한 가족이 되는 익숙한 스토리라인에 '차줌마'라는 예능 캐릭터의 연장선상에 있으면서도 오늘날 예능의 지향점 중 하나인 원초적인 웃음보단 교양이란 측면에서 효용을 마련한 한발 더 나아간 온가족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무기를 가진 콘텐츠다. 차승원의 지난 예능 활동에서 보여준 역량과 캐릭터를 또 다른 <1박2일> 출신 PD가 어떻게 풀어낼지 가 앞으로 여정의 키포인트다. 익숙한 기대는 과연 새로운 기대를 얼마나 더 높이 띄워 올릴 수 있을까.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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