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빈의 시간여행, 두산 황금기 원년 ‘2015시즌’ 그 어디쯤으로
두산 정수빈(33)은 계절을 많이 타는 선수다. 입단과 함께 1군 15경기에 출전한 2009년 이후로 지난해까지 통산 전반기 타율이 0.257로 후반기 타율(0.308)보다 극히 저조했다.
사실, 선수 본인도 정확한 이유는 잘 모른다. 이런저런 분석과 처방을 했지만, 몸에 익은 습관을 한 번에 극적으로 바꾸지는 못했다. 그래서 어쩌면 정수빈에게 그간의 전반기는 버티는 시간일 수도 있었다.
정수빈은 올해는 7일 현재 90경기에서 타율 0.276 91안타를 기록하고 있다. 리드오프로 대단히 도드라진 기록을 내는 것은 아니지만 주위에서부터 기대감이 만발하고 있다. 그가 통산 기록을 통해 보여준 시즌 후반 기세가 있기 때문이다. 정수빈은 여름을 보내는 9월이 되면 정점에 오르는 사이클을 거의 매시즌 거듭했다. 통산 9월 타율 0.329(723타수 238안타)에 OPS도 0.823으로 좋았다.
올해 페이스는, 두산이 앞서 황금기로 진입한 원년인 2015년과 매우 흡사하다. 정수빈은 두산이 정규시즌 3위로 포스트시즌에 올라가 정상에 오른 2015년 이후로는, 경찰청 야구단 복무 등 공백기도 있었지만 전반적인 기록은 내림세를 보였다. 2020년 141경기에 출전해 타율 0.298 146안타로 반짝했지만. 그다음 시즌으로 흐름을 이어가지 못했다.
어찌 보면 정수빈은, 시즌 118안타로 첫 100안타 고지를 넘은 2011년을 시작으로 타율 0.306을 기록한 2014년, 그리고 2015년까지 가장 잘했다.
그래서 단순히 보자면, 정수빈이 무려 8년 전인 2015년처럼 달리고 있는 것은 두산으로서는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정수빈은 2015년 7월까지 78경기에서 타율 0.284 89안타를 기록한 뒤 타율 0.286의 8월을 보냈다. 그해에도 9월 들어서는 월간 타율 0.343로 고공 행진을 했다.
정수빈 계절별 성적표가 너무도 다르다 보니 이를 조정하기 위해 타격폼도 수 없이 바꾸는 스타일이었다. 한 시즌에 시도하는 타격 준비 자세의 변화가 수십 개에 이른 적도 있었다. 올해의 정수빈은 시즌 중 타격폼 변화를 최소화한 것이 변화라면 변화다. 어쩌면 기술적 성장보다는 인내하고 버티는 정신적 성장이 이룬 결과로도 볼 수 있다.
올시즌 두산의 정규시즌 페이스가 2015년과 흡사한 것도 두산으로서는 흥미롭게 지켜볼 대목이다. 두산은 당시 7월을 3위로 마친 뒤 접어든 가을야구에서 승승장구하며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을 꺾고 정상에 올랐다. 올시즌 두산도 일단 치열한 3위 싸움을 하는 중. 현재 한국시리즈 직행을 노리기는 쉽지 않은 위치에 있지만, 최대한 높은 위치에서 가을야구를 시작해 탄탄한 선발야구로 최후의 도전을 기획할 것으로 보인다. 그 중심에 정수빈이 있는 시즌이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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