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암울한 HMM… 인수 희망기업 부담 승자의 저주 빠지나

HMM 제공

최근 매각 절차에 본격 돌입한 HMM이 해운시장 침체 여파로 예상보다 낮은 2분기 실적을 발표할 것으로 전망된다. HMM의 실적 하락은 최소 5조원에 육박하는 몸값과 함께 인수 의향을 보인 후보 기업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인수 의향을 밝힌 기업들이 자금 동원력이 상대적으로 미흡한 중견 기업들인 점을 고려하면 이들이 자칫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7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국내 최대 컨테이너 선사인 HMM은 오는 10일 2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분기 HMM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조1107억원, 266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각각 58.07%, 90.91% 줄어들 전망이다.

HMM은 지난해 3조원에 육박하는 분기별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연간 매출 18조5868억원, 영업이익 9조9455억원이라는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바 있다.

하지만 올해는 해운 업황이 상대적으로 부진하면서 고스란히 실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해상 운송 항로의 운임 수준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4일 기준 1039.32를 기록했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날(3739.72)보다 72% 폭락한 수준이다.최근 세계 2위 해운사인 머스크도 올해 컨테이너 수요가 최대 4%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HMM의 이 같은 실적 악화는 매각에도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는 지난달 20일 HMM의 경영권 공동 매각을 위한 공고를 내고 본격적인 매각 절자에 돌입했다. 이들 두 기관은 HMM의 최대 주주다.

현재 HMM을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드러낸 곳은 SM그룹과 하림그룹(JKL 파트너스), 동원그룹 등이 자문사를 선정하며 인수 의향을 밝혔고 LX그룹과 글로벌세아도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들의 현금 동원력이 아직은 미지수여서 HMM 인수 시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현금을 동원하기 위해서는 결국 사모펀드 등 재무적 투자자와 손잡을 수밖에 없는데, 이는 정부 지원으로 회생한 HMM의 경영 정상화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게 전반적인 평가다.

류제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HMM 인수기업은 추가 전환물량을 감안할 때 경영권 확보를 위해서는 주식 상당 부분을 인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매각 자체는 긍정적이나 주주가치 희석 가능성이 공식화됐다는 점에서 주가에는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이상현기자 ishsy@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