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강진 시, ‘구글 경보 시스템’ 제대로 작동 안 했다

문세영 기자 2023. 8. 7.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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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초 튀르키예에서 약 5만 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한 규모 7.8의 강진이 일어났다.

영국 BBC는 규모 7.8의 강진이 발생한 튀르키예에서 '구글 지진 경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사실상 경보 기능이 실패했다는 분석 결과를 지난달 28일(현지시간) 공개했다.

구글은 이 경보 시스템이 지진이 발생하기 1분 전까지 스마트폰을 통해 경보를 전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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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튀르키예에서 발생한 규모 7.8의 지진으로, 카흐라만마라스 지역 건물이 파손됐다. 위키미디어 제공.

지난 2월 초 튀르키예에서 약 5만 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한 규모 7.8의 강진이 일어났다. 강진에 따른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지진이 발생하기 전 또는 최소한 지진 발생과 동시에 경보를 울리고 지진 발생 지역 사람들이 신속히 안전한 곳으로 대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문제는 이같은 경보를 가능케 하는 기술이 아직 없다는 점이다. 글로벌 테크기업 구글이 나서 스마트폰을 활용한 지진 경보 시스템을 공개했지만 올해 튀르키예 강진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영국 BBC는 규모 7.8의 강진이 발생한 튀르키예에서 ‘구글 지진 경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사실상 경보 기능이 실패했다는 분석 결과를 지난달 28일(현지시간) 공개했다. 

구글은 앞서 2021년 6월 튀르키예에서 스마트폰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 기반의 지진 경보 시스템을 운영한다고 발표했다. 지진 발생 시 스마트폰을 통해 경보를 전달하는 게 시스템의 목표다. 애플의 스마트폰 '아이폰'을 제외한 대다수 스마트폰에서 작동하는 이 시스템은 현재 전 세계 수십 개 국가에서 운영되고 있다.  

구글이 개발한 경보 시스템은 안드로이드 네트워크를 활용해 작동한다. 스마트폰에는 흔들림을 감지할 수 있는 가속도계가 적용돼 있다. 스마트폰의 가속도계가 작은 흔들림을 감지하면 대략적인 위치 신호를 중앙 서버로 보내고 동일 범위의 지역에서 100개 이상의 스마트폰이 유사한 신호 패턴을 보낼 경우 지진이 곧 발생할 것으로 예측하고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지역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들에게 경고를 사전에 보내는 방식이다. 

구글에 따르면 이 시스템은 지진 진도 4.5 이상일 때 경보가 울리며 휴대전화 사용자가 ‘방해 금지 모드’로 무음 설정을 해도 경고음이 울리도록 설계돼 있다. 전화기를 꺼놓은 상태만 아니라면 경고 신호가 울린다는 얘기다. 

구글은 이 경보 시스템이 지진이 발생하기 1분 전까지 스마트폰을 통해 경보를 전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BBC는 경보가 울렸는지 직접 확인하기 위해 지진 진원지에서 70~150km 떨어진 도시인 아다나, 이스켄데룬, 오스마니예 등 3개 튀르키예 지역을 방문하고 조사했다. 그 결과 가장 큰 규모인 첫 번째 지진에서 경보를 전달받은 사람은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번째 지진에서 경보를 받은 사람도 소수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튀르키예에서 사용되는 스마트폰의 약 80%가 안드로이드 폰이라는 점에서 이 경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다면 지진 발생 당시 큰 역할을 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스쿠루 에르소이 튀르키예 지진 전문가는 "구글 시스템이 작동했다면 매우 유익했겠지만 중요한 지진 상황에서 작동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해롤드 토빈 태평양 북서부 지진네트워크(PNSN) 책임자는 BBC의 인터뷰에서 “구글이 지진 조기 경보와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암묵적으로 약속했다면 이를 이행할 책임이 있다”며 “필수 생활 안전이나 공공 안전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을 맡을 땐 얼마나 잘 작동하는지 책임지고 투명하게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마이카 버먼 구글 시스템 책임자는 “경보 시스템이 작동했고 경고 신호를 보냈다고 확신한다”고 반박했다. 구글은 튀르키예에서 지진이 발생한 2월 6일 수백 만명의 사람들에게 경보가 전달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용자 설문조사를 통해 시스템이 작동했다는 피드백을 받았다고도 주장하고 있지만, 해당 설문 내용을 공개하지는 않고 있다. 

[문세영 기자 moon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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