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라지는 장성 인사 시계…공군총장의 두각과 그 여파 [취재파일]
매년 10월 정부는 하반기 장성 인사를 단행합니다. 올해는 한 달 정도 앞당겨져 다음 달인 9월에 인사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총선 정국이 열리기 전에, 그러니까 대통령실과 정부의 진용이 총선 준비로 흐트러지기 전에 안정적으로 군 인사를 할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또 국회의원들이 공천과 지역구에 몰두하는 10월 이전이라야 신임 합참의장 청문회도 치를 수 있습니다.
합참의장을 필두로 육군 참모총장, 연합사 부사령관, 지상작전사령관, 공군 참모총장, 해군 참모총장 등 4성 장군 전원의 교체가 예상됩니다. 장군 인사 도미노의 시작은 차기 합참의장 인선입니다. 차기 합참의장 단추를 끼우면 연쇄적으로 동기급 장성들은 솎아지고 그 자리에 후배 장성들이 한 칸씩 올라가는 식입니다. 선두 주자는 대통령실과 인연이 깊은 정상화 공군 참모총장입니다.
정상화 공군총장의 비상…"네트워크 경쟁력"
지난 정부의 군은 공군 천하였습니다. 정경두, 박한기, 원인철 등 합참의장 3명 중 2명이 공군 대장이었습니다. 육군, 그중에서도 육사 출신은 견제를 심하게 받았습니다. 정권이 바뀌고 다시 육사 출신이 국방장관, 합참의장, 육군 참모총장, 연합사 부사령관, 지상작전사령관 등을 독차지했습니다. 육사 출신의 권세가 지속될 줄 알았는데 다크호스가 나타났습니다.
정상화 공군 참모총장입니다. 차기 합참의장으로 유력하다는 관측이 많습니다. 정 총장의 강점은 네트워크입니다. 육군의 한 현역 소장은 "군 관련 정관계 유력 인사들과 친분이 두텁다"며 정 참모총장의 네트워크를 인정했습니다. 특히 현 대통령실의 안보실 인사들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박정환 육군 참모총장이나 안병석 연합사 부사령관은 정상화 총장에 밀린다는 평가입니다. 박정환 총장이 강골 군인이기는 하나, 네트워크 경쟁력에서 정 총장이 한 수 위인 것입니다. 정상화 총장이 의장에 임명되면 임관 동기인 박정환 육군 참모총장과 이종호 해군 참모총장은 전역이 확실시됩니다.
차기 국방으로 부각되는 신원식과 임호영
이종섭 국방장관은 작년 5월 취임했습니다. 북한에 대응한다며 동해로 쏜 미사일이 육지로 날아온 사건, 북한 무인기에 서울 도심을 내준 사건 등 크고 작은 일을 겪었습니다. 폴란드 K-방산 수출 잭팟과 한미 동맹 강화는 성과입니다. 무난하게 군을 이끌었다는 평가인데 변수는 해병대 수사단의 고 채수근 해병 순직 사고 조사 결과 이첩 중단 사태입니다. 독립이 보장된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를 수정하라고 지시하고 수정을 실행한 것은 월권을 넘어 수사 방해, 직권남용 등 실정법령 위반의 소지가 커서 이종섭 장관의 임기를 단축시킬 가능성이 있습니다.
현재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은 두 명입니다.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과 임호영 예비역 육군 대장입니다. 둘 다 이종섭 장관보다 육사 선배입니다. 장관 기수가 거꾸로 간다는 말도 있지만 현역이 아니어서 기수가 뒤집히는 것은 상관없다는 의견이 더 많습니다. 김승겸 합참의장은 후보군에서 제외됐다는 전언입니다. 북한 무인기 대응 실패, 독단적 지휘 등이 발목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신원식 의원은 육사 37기로 육군 수도방위사령관, 합참 작전본부장을 역임했습니다. 예비역 중장입니다. 임호영 전 연합사 부사령관은 육사 38기입니다. 임 전 부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의 충암고 선배인 김용현 경호처장과 동기이자 현역 시절 경쟁자입니다.
김용현 경호처장이 군에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말이 확실한 근거도 없이 나도는데 '선배' 신원식 의원이나 '경쟁자' 임호영 전 부사령관이 장관으로 인선되면 그런 구설은 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그것만으로도 경호처장, 국방부 모두에 플러스 효과입니다. 한 예비역 대장은 "신원식과 임호영은 공통적으로 강성 전략통으로 대북 강경 기조에 적임"이라며 "누가 되든 선의의 경쟁을 통해 임명되면 안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태훈 국방전문기자 onewa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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