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인의 직격 야구] 상상을 초월하는 감독들의 '연패 스트레스'
프로야구 감독들의 생활중 일반 팬들이 잘 모르는 것중 하나가 '2연패 스트레스'다. 감독들은 2연패를 당하면 하늘이 노래진다고 한다. 팬들 입장에서야 "겨우 2연패에 하늘이 노래? 한 시즌을 치르다보면 4,5연패도 밥먹듯이 하는데?"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감독 입장에서는 '결코 아니올시다'이다. 4,5연패의 시작이 2연패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감독들은 연패가 질색이다. '밥맛이 뚝 떨어진다'고 한다. 밤에 잠도 잘 오지 않는다. 그래서 감독들은 위장병을 달고 살고, 불면증에도 시달린다.
지난 2일 수원에서 열린 KT-SSG전. 8회말 수비때 SSG 김원형 감독은 KT 김상수의 체크 스윙 여부에 대해 1루심이 방망이가 돌지 않았다고 판정하자 그라운드로 뛰쳐 나가 격렬하게 심판 판정에 어필했다. 이어 퇴장을 당했다.
KBO는 "김 감독은 심판에게 반말을 사용하며 거칠게 항의했다. 퇴장 명령 이후에도 심판에게 격렬한 항의를 이어갔고, 덕아웃에서도 강한 불만을 표출하는 등 부적절한 행위를 했다"며 "리그 규정 벌칙 내규 제1항에 의거해 경고 조치를 내렸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심판 판정에 항의하면 퇴장을 당하는 걸 뻔히 알면서도 거칠게 어필했다. 감독이 덕아웃을 지키지 못하면 경기 운영에 차질을 빚어 이길 확률은 줄어든다.
그런데도 김 감독은 왜 이성을 잃다시피한 행동을 했을까. 단독 선두 LG가 전날 5연승을 거둬 2위 SSG는 1위와의 승차가 3.5경기로 벌어졌다. 이날 8회말 현재 0-1로 뒤지고 있어 2연패를 앞두고 있었다. 이런 위기감에 잠시 김 감독의 판단력이 흐려진 게 아닐까.
두산 이승엽 감독은 지난달 29일 잠실에서 열린 LG전 5회초 수비 때 비디오 판독에 항의하다 퇴장당했다. 두산은 2사 만루에서 LG 문성주에게 적시타를 허용했고, 이때 LG 1루 주자 홍창기가 홈까지 쇄도했다.
심판은 두산 포수 양의지의 태그가 빨랐다며 아웃을 선언했지만, 비디오 판독 결과 양의지가 오른발로 플레이트를 막았다며 세이프로 번복했다.
이승엽 감독은 덕아웃을 박차고 나가 항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오히려 비디오 판독 결과에 관한 항의시 자동 퇴장 규정에 따라 자리를 떠야 했다.
평소 심판 판정을 존중하던 이 감독의 스타일로는 의외의 거친 항의였다. 이 감독이 경기 다음날 밝힌 것처럼 '판정 결과가 번복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 어떻게 스스로 퇴장을 자초했을까.
여기에도 '연패 스트레스'가 자리잡고 있다. 두산은 지난달 25일 롯데를 8대5로 꺾고 '11연승의 신바람'으로 단독 3위를 굳건히 지켰다. 하지만 26~28일 3연패에 빠지며 11연승의 좋은 분위기를 까먹은 셈이 됐다. 29일 경기에서는 심판의 판정 번복으로 0-0이던 스코어가 순식간에 0-3으로 바뀌며 4연패가 눈앞에 다가오자 앞서 김원형 감독처럼 잠시 판단력을 잃고 만 것.
이날 결과가 연장 10회 접전끝에 두산이 6대7로 져 4연패에 빠진 걸 감안하면 이승엽 감독의 퇴장은 매우 아쉬운 부분이다.
물론 퇴장 조치는 이들 두감독에게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래리 서튼(롯데) 김종국(KIA) 염경엽(LG) 강인권(NC) 감독까지, 강도높은 항의끝에 퇴장당하는 사령탑들의 모습이 연일 중계화면을 채우고 있다.
최근 감독들의 연패 스트레스를 지켜보며, 필자가 겪은 프로복싱 세계챔피언과 프로야구 감독의 '심심풀이로 초긴장 탈출'을 한 사례가 얼핏 생각난다.
필자는 1991년 프로야구 취재를 잠시 쉬고 복싱 종목을 맡아 그해 10월 일본 오사카에서 있었던 WBA 주니어플라이급 챔피언 유명우(당시 27세)의 18차 방어전을 취재했다. 유명우와 같은 숙소를 썼는데, 경기 전날 밤 10시쯤 유명우의 매니저에게서 전화가 왔다.
"유명우가 초조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어 함께 시간을 보내주셔야겠다. 잠시 이쪽으로 오시라"해서 내려가 카드 놀이를 1시간 정도 하며 굳어있던 마음을 달래준 적이 있다. 타이틀전 상대가 한수 아래였는데도 극도로 긴장, 초조에 휩싸인 챔피언을 보고 승부의 세계는 참혹하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결과는 원정 경기의 불리함 속에 동급 1위 이오카 히로키에게 1대2 판정패).
이번에는 프로야구 A감독의 사례다(A감독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경기 연도와 성명을 밝히지 않음). 플레이오프 제도는 1986년 처음 실시됐는데 1980년대말 지방도시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취재 때다. 당시 기자들은 담당 팀 숙소를 함께 이용하는게 관례가 되다시피해 필자도 팀과 같은 숙소에 묵었다.
경기 당일 오전 9시쯤 취재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팀 매니저에게서 전화가 왔다. "감독님이 찾으시니 빨리 감독님 방으로 오라"는 거였다. 방으로 들어가니 A감독과 구단 관계자 두세명이 있었다. 매니저 왈 "10시 선수단 버스 출발때까지 감독님 마음이 뒤숭숭하다고 하시니 잠깐 고스톱으로 시간을 보내자"고 해서 한시간 가량 같이 화투를 친 적이 있다.
밤이면 모를까, 아침 식사한 지 얼마 안되는 날이 훤한 오전 10시에 고스톱이라니! 참으로 진귀한 경험을 한 셈이었다.
이처럼 처절한 승부를 벌이는 프로(선수든 감독이든)들은 팬들이 상상도 못할 극도의 긴장과 초조감 속에서 생활한다. 퇴장감인 줄 뻔히 알면서도 심판에게 항의를 하는 것은, 빨간 신호등에 아랑곳하지 않고 주행을 감행하는 '몰염치하면서도 무법적인 행위'다. 이럴 경우 규정을 위반하는 감독들이 일시적 비난의 대상이 될 수는 있지만, 그들의 고충을 이해하는 기회도 됐으면 한다. 본지 객원기자
알립니다
매주 월요일 많은 독자들로부터 사랑을 받아 온 야구칼럼 '김수인의 직격 야구'가 본지 가을 개편 방침에 따라 이번 주를 끝으로 종료합니다. 그동안 '김수인의 직격 야구'에 많은 관심을 보내주신 독자들께 감사를 드리며 새로운 꼭지로 다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스포츠한국 권정식 jskwon@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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