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닐도 안 뜯은 신차서 ‘엔진출력저하’...볼보 딜러 “거짓말해서라도 받게 해야지” 고객 기만
유사 피해 본 볼보 차주들 ‘악명 높은 거북이’ 문제 지적
갑작스러운 출력 저하에 사고 위험 매우 높아
볼보 공식 딜러 아이언모터스 창원 “문제 계속되지만 거짓말해서라도 차 인수받게 해야 한다”...블랙박스에 고스란히 녹화
피해 차주는 “1년 넘게 기다려 받은 신차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며 “4살 자녀를 태우고 가던 중 사고를 당할 뻔했다”고 두려움을 호소했다.
반면 볼보 딜러사인 아이언모터스 측은 “(문제의 차량을) 거짓말이라도 해서 인수받게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비스 품질과 안정성을 자랑하던 볼보의 어처구니없는 행태를 알게 된 차주는 “고객 기만”이라며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이날 세계일보와 만난 A씨는 지난달 7월 29일 볼보 공식 딜러사인 아이언모터스 창원전시장에서 1년여간 기다린 볼보 ‘XC60 B5’를 인도받았다.
오래 기다린 신차에 대한 기대감도 잠시. 출고 후 불과 10분 만에 악명 높은 ‘볼보의 거북이’가 그를 노리고 있었다.
볼보 차주들 사이에서 이른바 ‘거북이’로 불리는 엔진 출력 저하 현상은 주행 중 ‘알 수 없는 이유’(파악되지 않는 이유) 또는 ‘엔진의 행정 불량’, ‘센서 이상’ 등으로 엔진 출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이 현상이 발생하면 가속 페달을 밟아도 차의 속도는 계속 떨어져 결국 차가 멈춰 서게 된다.
이때 ‘거북이’ 모양 경고등이 점등되는데 차주들은 이를 두고 ‘볼보의 거북이’라고 한다.
자동차의 엔진은 동력을 얻기 위해 연료를 압축, 폭발시키는 일련의 행정이 일어나는 곳으로, 최대 효율로 동력을 얻기 위해서는 정해진 시점에 연료를 폭발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A씨 차량의 경우 차량 인수 직후 도로 한복판에서 엔진 행정에 문제가 감지돼 ‘거북이’가 점등됐다. 즉, 엔진 내부 연료 폭발이 원활하지 못한 현상이 감지된 것이다.
A씨는 갑작스러운 문제로 급히 딜러사에 문의했다.
딜러사 측은 “차의 시동을 껐다 켜보라”면서 “경고등이 점등 안 되면 문제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제는 계속됐다. 그는 “괜찮다”는 말에 다시 차를 몰고 고속도로에 진입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엔 ‘엔진 경고등’이 점등됐다. 엔진 경고등은 엔진에 이상이 감지됐을 때 위험을 알리는 신호다.
A씨는 하는 수 없이 차를 몰고 딜러사로 찾아갔고 문제를 지적하며 차량 교환을 요구했다.
하지만 아이언모터스 측은 “그럴 수 없다”는 입장이다.
차를 받아 간 창원 볼보서비스센터 측은 ‘센서 이상’을 확인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센서를 교체하고 업그레이드를 진행하면 문제없다”고 A씨에게 알렸다.
이 과정에서 볼보 서비스센터는 문제 발생원인 등은 설명하지 않고 “단순 센서 고장이니 수리하면 된다”고 그에게 수리를 재촉했다.
과연 그럴까? A씨가 삭제된 블랙박스를 디지털 포렌식 한 결과 충격적인 내용이 담겨있었다.
문제의 딜러 “문제생기면 점검을 하자. 일시적인 소프트웨어 문제로 해야지 차 안받는다고 하면 어떻게 하나. 선의의 거짓말을 해야지”라고 했다.
그러자 서비스센터 직원은 “이게 어차피 또 뜰 것”이라고 했다.
복구한 영상에 따르면 서비스센터와 담당 딜러는 문제를 센서로 돌리면서 추후 같은 문제가 반복될 걸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다.
볼보 측은 이같은 문제에 대한 세계일보 질의에 “큰 문제는 아니다”, “수리할 수 있다”고 답했지만 실상은 고객을 기만하기 위해 그들이 주장하는 “선의의 거짓말”을 한 것이다.
“선의의 거짓말”은 A씨에게 차를 판 볼보의 최우수사원인 딜러가 직접 한 말이다.
과연 선의의 거짓말이 누굴 위한 선의인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A씨는 딜러와 서비스센터에 입장을 물었다. 이에 딜러는 “더는 할 말이 없다”고 했고, 서비스센터는 ”블렉박스를 확인하라”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한다.
A씨는 “문제 발생 초기부터 지금까지 고객을 기만하려 한 볼보에 대해 신뢰가 떨어졌다”며 환불을 요구하고 나섰다.
그는 “차량 인수 전 정확한 진단을 요청했는데 볼보 측은 중대한 문제가 아니라고만 한다”며 “차를 인도받은 당일 엔진 경고등이 뜨고, 가속페달을 밟을 때 속도가 안 나는 게 중대한 문제가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이어 “지금까지 차를 운행하면서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며 “문제가 있는 차를 몰고 가던 당시 혹시나 사고가 발생하지 않을까 두려웠다. 볼보는 큰 문제가 아니라고 하지만 사고가 발생하면 그들이 책임질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처음부터 엔진에 문제가 발생한 차를 고객에게 ‘수리해서 타라’는 게 이해가 안 됐다”며 “블랙박스에는 고객을 기만하려는 모습이 모두 포착돼 있다. 이게 볼보의 안전 철학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볼보 측은 “출력 저하와 엔진 경고등이 점등된 차를 왜 고객이 직접 운전해야했나“라는 세계일보 질의에 “경고등이 점등 됐을 뿐 운전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답했다.
하지만 볼보 고객센터는 “차량에 이상 발생시 운전 가능여부와 상관없이 긴급출동을 통해 차를 안전한 곳으로 견인한다”고 설명했다.
볼보의 지침을 받아 안내하는 고객센터가 본사, 딜러사와 다른 입장을 드러낸 것이다.
또 문제의 차를 판 아이언모터스 창원전시장 담당 딜러는 세계일보 질의에 “상담중”이라는 핑계를 대고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이에 긴급 상황 부실한 잘못된 정보제공과 문제 차량 판매에 대한 입장 등은 들을 수 없었다.
또 엔진 출력 저하를 두고 “큰 문제가 아니니 수리하면 괜찮다”던 볼보 측도 블랙박스 내용 공개 이후 공식적인 답변을 회피했다.
세계일보 취재 결과에 따르면 동호회 등에서는 앞서 언급하고 A씨에게도 나타난 ‘악명 높은 볼보의 거북이’로 피해를 호소하는 차주들을 다수 확인할 수 있었다.
가장 가까운 예로 지난달 31일 막 출고된 새 차에서 A씨와 같은 증상이 나타났다는 글을 확인할 수 있었다.
볼보의 경우 엔진을 공유해 차종이 달라도 같은 문제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이 현상은 차를 멈춘 뒤 다시 시동을 걸면 해결된다고 한다.
하지만 주행 중인 차가 갑자기 문제를 일으켜 멈추는 게 과연 큰 문제가 아닌지 의문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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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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