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만 막으면 슈퍼 박테리아도 항생제에 속수무책 (연구)

2023. 8. 7.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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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대유행이 끝나고 엔데믹 시대로 전환되었다고 해도 전염병의 위협은 여전하다.

특히 과학자들이 걱정하는 문제는 점점 심해지는 항생제 내성이다.

오클라호마 대학 헬렌 즈구르스카야가 이끄는 연구팀은 병원성 대장균에서 항생제 내성 발현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펌프의 구조에 주목했다.

연구팀은 대장균 외에도 비슷한 항생제 내성 기전을 지닌 내성균에 이 분자 쐐기를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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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나우뉴스]

대장균의 전자 현미경 사진. 출처: CDC

코로나19 대유행이 끝나고 엔데믹 시대로 전환되었다고 해도 전염병의 위협은 여전하다. 특히 과학자들이 걱정하는 문제는 점점 심해지는 항생제 내성이다. 항생제는 20세기 인류를 구원한 획기적인 발명품으로 세균 감염으로 사망할 수밖에 없는 환자들을 셀 수 없이 구했다.

하지만 많은 세균이 진화를 통해 항생제에 대한 내성을 지니게 되자 내성균에도 듣는 항생제를 만들려는 인간과 이 항생제에도 내성을 지닌 세균과 끊임없는 경쟁이 시작됐다. 이 경쟁에서 인간이 여유 있게 앞서 나갈 수 있다면 좋겠지만, 불행히 새로운 항생제 개발보다 항생제 내성 진화 속도가 더 빠르다는 것이 문제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항생제 내성균을 억제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그중 하나는 새로운 항생제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항생제 내성 기전을 차단해 기존의 항생제를 다시 효과적으로 만드는 것이다.

오클라호마 대학 헬렌 즈구르스카야가 이끄는 연구팀은 병원성 대장균에서 항생제 내성 발현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펌프의 구조에 주목했다. AcrAB-ToIC 단백질은 세균의 세포막에 있으면서 항생제 같은 약물을 세균 외부로 배출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세균 입자에서는 몸에 들어온 독성 물질을 빼내는 고마운 존재이지만, 항생제로 환자를 치료해야 하는 의료진에게는 골치 아픈 문제다.

연구팀은 이 펌프의 작동을 지시하는 단백질인 AcrA의 구조를 면밀히 분석해 기능을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했다. 연구팀은 분석 결과 AcrA 단백질의 특정 부위가 움직이는 것을 막으면 전체의 기능이 정지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리고 일종의 분자 쐐기를 이용해 신호의 전달을 차단했다. 그 결과 전체 펌프의 기능이 차단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항생제 내성을 극복할 새로운 돌파구를 찾은 셈이다.

연구팀은 대장균 외에도 비슷한 항생제 내성 기전을 지닌 내성균에 이 분자 쐐기를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실제 환자에서 큰 부작용 없이 항생제의 효과를 되찾을 수 있을지 검증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그리고 항생제 내성 기전은 이것 한 가지가 아니기 때문에 모든 내성균을 정복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니라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 

하지만 문제의 심각성을 생각하면 가능한 모든 방법을 찾기 위한 연구는 꼭 필요하다. 항생제 내성균이 지금처럼 확산하면 수십 년 후 미래에는 쓸만한 항생제가 별로 없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지도 모른다. 이런 미래를 막기 위한 연구가 지금 시급한 이유다. 
 

고든 정 과학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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