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 유토피아’ ③] 선악의 경계를 허물어 ‘악의 평범성’을 묻는 엄태화 감독의 야심작

2023. 8. 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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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

올해 여름시장 ‘빅4’ 가운데 엄태화 감독의 ‘콘크리트 유토피아’(9일 개봉)가 마지막 출격 채비를 마쳤다. 이 영화는 개봉 3일 전부터 한국영화 예매율 1위에 오르며 뜨거운 입소문을 증명했다. 극장의 티켓값 인상 이후 관객이 가장 중요하게 선택하는 기준은 ‘입소문’이다. 비싼 돈을 지불하는만큼 만족도 높은 영화를 보겠다는 심리가 반영됐다.

앞서 ‘밀수’가 300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한 이유 역시 입소문 싸움에서 승리했기 때문이다. ‘밀수’는 범죄오락영화의 본령에 충실한 이야기, 액션 등을 절묘하게 결합시켜 관객의 사랑을 받았다.

그렇다면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강점은 무엇일까. 엄태화 감독은 대지진 이후 살아남은 황궁아파트를 배경으로 다양한 인간 군상의 선악의 경계를 무너뜨리며 당신은 어느 편에 서 있고, 어떤 행동을 할 것인지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황궁 아파트 입주민들은 ‘우리’와 ‘그들’을 나누는데 익숙하다. 그러한 사회적 환경에서 살아왔기 때문이다. 그들은 바로 옆단지의 고급 아파트에 거주하는 사람들에게 ‘차별’을 받은 경험을 잊지 않는다. 외부에서 도와달라고 할 때, 황궁 입주민들은 “너희들이 우리를 어떻게 대했는지 알고 있다”는 식으로 대응한다.

밖에 나가면 혹한의 추위에 얼어 죽고, 달랑 한 채만 남은 아파트에 외부인을 들이면 모두 죽을 수 있다는 극한의 공포 상황에서 평범한 사람들이 드러내는 ‘악의 평범성’은 소름이 끼칠만큼 냉혹하다. 황궁 내부에서도 얼마나 공평하게 배식 및 배급을 할 것인가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갈등이 등줄기를 서늘하게 만든다.

유토피아를 꿈꾸었던 황궁 주민들은 결국 잿빛 디스토피아와 마주한다. 악은 평범함 속에 숨어 있으니까.

[사진 = 롯데엔터테인먼트]-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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