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 유토피아' ①] 이병헌, 영혼 갈아넣은 '광기 열연'…대상은 떼놓은 당상
[마이데일리 = 양유진 기자] 배우 이병헌이 신들린 연기로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휩쓸었다.
영화 '잉투기'(2013), '가려진 시간'(2016) 엄태화 감독의 신작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대지진으로 폐허가 되어버린 한겨울의 서울, 유일하게 남은 '황궁 아파트'로 외부 생존자들이 모여들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재난 드라마다. 김숭늉 작가의 웹툰 '유쾌한 왕따' 2부 '유쾌한 이웃'이 원작이다.
지진으로 하루아침에 황폐해진 한겨울의 서울, '황궁 아파트'만이 형태를 보존한 채 자리를 지키고 있다. 가까스로 생존한 219명의 아파트 주민은 수많은 외부인이 보금자리로 몰리자 위협을 느끼고 한데 뭉친다.
병든 할머니를 홀로 모시는 902호 주민 영탁(이병헌)은 아파트에 화재가 발생하자 선뜻 불길에 뛰어들어 부녀회장 눈에 든다. 그렇게 영탁은 '황궁 아파트' 주민 대표가 되어 주민들의 신임을 얻는다. 그러나 먹거리가 동나기 시작하고 주민 사이 갈등이 벌어지면서 '황궁 아파트'의 분위기가 점차 어두워진다. 설상가상 옆집 주민 혜원(박지후)이 영탁의 정체를 알게 돼 긴장감이 상승한다.
영화 '백두산'(2019), '비상선언'(2022)에서 극한의 재난을 몸소 겪었던 이병헌은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전면에 서서 흠잡을 데 없는 연기를 펼친다. 꼬질꼬질한 얼굴로 다가와 금세 정들게 하고는 비밀이 탄로 나자 180도 다른 눈빛, 표정으로 간담을 서늘하게 만든다. 까진 머리부터 흙먼지 가득한 피부까지 그간 보여준 적 없던 파격 변신도 마다치 않았다.
이병헌의 말을 빌리자면 영탁은 "내 집 마련이 꿈인데 사기를 당해 큰 분노와 상실감, 우울함이 가득한 불쌍한 소시민"이다. 극한에 몰린 뒤 차차 광기로 물들어가는 영탁의 변모는 이병헌을 만나 더 설득력 있게 봉합됐다. 602호 간호사 명화 역의 배우 박보영이 "안구를 갈아 끼운 듯한 선배의 연기를 보며 놀랐다"고 한 것처럼 이병헌은 선과 악의 경계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전율을 선사했다. 벌써부터 각종 시상식에서 이병헌의 대상 수상이 점쳐지는 이유다.
이병헌 표 광기 열연이 돋보이는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9일 전국 극장에서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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