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등대 부모’가 되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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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영국의 등교 풍경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봤다.
그 뒤를 이어 잔디깍기 기계처럼 아이 앞에 놓인 모든 장애물을 말끔히 제거해주는 '잔디깎기 부모'라는 말도 생겨났다.
부모는 아이에게 '등대 부모'가 되어주어야 한다.
부모는 뱃길 안내자인 등대처럼 아이가 안전하게 항해할 수 있도록 인도하고, 아이는 스스로 파도 타는 법을 배워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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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영국의 등교 풍경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봤다. 두 나라 엄마의 모습은 먼 거리만큼이나 너무 달랐다. 한국 엄마는 아이를 돕느라 바쁘다. 먼저 7시 30분 잠자는 아이를 깨우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그런 다음 9살인 아이에게 양말을 신기고, 옷을 골라서 입혀주고, 밥을 먹여주고, 양치를 도와주고, 머리를 묶어준다. 반면, 영국 엄마는 여유롭다. 7살인 아이는 기상부터 부모의 도움 없이 혼자 유치원에 갈 준비를 하기 때문이다.
과잉 양육(Hyper-parenting)은 한국 엄마처럼 아이를 지나치게 배려하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에서도 과잉 양육이 사회 문제로 대두된 바 있다. 이를 대변하는 '헬리콥터 부모'라는 신조어가 등장하기도 했다. '헬리콥터 부모'는 아이의 머리 위에 빙빙 맴돌면서 위험을 탐지해 온갖 간섭을 한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다. 그 뒤를 이어 잔디깍기 기계처럼 아이 앞에 놓인 모든 장애물을 말끔히 제거해주는 '잔디깎기 부모'라는 말도 생겨났다. 이런 부모를 둔 아이는 잡초와 돌멩이 하나 없는 평평한 길을 걷게 된다. 이후 아이 주변을 조용히 맴돌면서 끊임없이 감시하는 '드론 부모'라는 말이 생겨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아이 성공에 방해되는 모든 장애물을 쓸어버린다는 '제설기 부모' 등 과잉 양육하는 부모를 일컫는 신조어가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이러한 유형의 부모는 아이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움직여주기를 기대한다. 그렇지 않으면 심리적으로 불안해 아이의 사소한 문제마저 즉시 해결해줘야 한다. 예컨대, 아이가 혼자 음식을 먹다 흘렸을 때 급히 더러워진 옷을 닦아주며 음식을 대신 먹여준다. 아이가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다면 굳이 그럴 필요가 없는데도 말이다. 아이를 따라다니며 '일어나, 옷 입어야지. 뭐 하니? 빨리빨리, 늦었어, 이는 닦았어?' 등의 잔소리도 자주 한다. 더 큰 문제는 사회 기본 질서를 위태롭게 할 때도 있다. 얼마 전 점주가 편의점에 진열된 상품을 발로 여러 차례 차는 아이에게 '발로 차지 말라'고 지적하자, 부모는 되레 '애한테 그렇게 윽박지를 일이에요?'라며 따지는 일이 발생했다. 아이의 일방적인 말만 믿고 학교를 찾아가 교권을 침해하기도 한다. 아이가 대학에 진학하고 직장에 들어가도 멈출 수 없다. 실제로 자녀가 'A' 학점을 받지 못해 교수한테 따지는 이메일을 보내거나, 지각하면 상사한테 혼날까 두려워 회사로 직접 전화를 걸어주는 부모가 있다고 한다.
과잉 양육은 아이의 안전이 우선시 되는 상황일 때만 허용해야 한다. 그마저도 아이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범위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통해 아이가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방법을 배워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 방법을 찾는 과정을 통해 주도성을 키울 수 있다. 물론 과잉 양육하는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는 부모의 전폭적인 지지와 도움을 받으며 당장은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다양한 문제를 마주했을 때 역경을 스스로 이겨낼 힘을 상실한 채 문제를 회피하거나 긴장을 해소하기 위해 충동적으로 행동할 가능성이 크다.
부모는 아이에게 '등대 부모'가 되어주어야 한다. 등대는 방향을 찾지 못해 방황하는 배를 향해 빛을 비춰주는 역할을 한다. 부모는 뱃길 안내자인 등대처럼 아이가 안전하게 항해할 수 있도록 인도하고, 아이는 스스로 파도 타는 법을 배워가면 된다. 그렇게 했을 때 양육의 궁극적 목표인 아이의 건강한 독립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칼럼니스트 정효진은 현재 대구가톨릭대학교에서 말하기 강의를 하고 있다. 서로 소통하며 함께 성장하는 세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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