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과학자 길 걷다] "의사과학자 전략, 색(色)이 조금씩 다르네"

정종오 2023. 8. 7.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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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UNIST, POSTECH “우리는 이렇게 간다”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삼교삼색(三校三色)이다.

미래 의료 환경 변화에 따라 의사과학자가 곳곳에 위치해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에 따라 구체적 정책이 가시화되고 있다.

의사과학자 육성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공감대는 형성했는데 인재를 어떻게 육성할 것인지를 두고서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울산과학기술원(UNIST), 포항공대(POSTECH)가 조금씩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자신들이 가진 경쟁력에 해외 모델 등을 덧입히고, 현재 위치하고 있는 지역과 연계하는 방안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이들의 전략이 제대로 자리 잡고 의사과학자를 잘 길러낼 것인지는 지켜봐야 한다. 의사정원 확대, 의대신설 등 민감한 이슈가 묻어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대학병원의 기초의학연구실, KAIST의 의과학대학원 등에서 의사과학자를 육성해 왔다. 다만 시간이 갈수록 의사과학자로 진로를 잡는 사례보다 대부분 임상의로 진출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연간 우리나라 의대와 의학전문대학원 졸업생(3천300명) 중 1%만이 의사과학자 진로를 선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사과학자 육성에 뛰어든 POSTECH, UNIST, KAIST(왼쪽부터)의 전략을 보면 접근 방식이 다른 측면이 있다. [사진=아이뉴스24DB]

◆一色, KAIST 과학기술의학전문대학원 ‘4+4’=KAIST의 과기의전원은 ‘4+4’로 정리된다. KAIST는 ‘현대의료에 첨단 과학과 기술을 융합할 수 있는 의사과학자를 양성해 인류의 건강하고 행복한 삶에 이바지하겠다’는 것을 과기의전원 설립 이념으로 삼았다.

과기의전원을 통해 의사과학자(MD-Scientist)는 물론 의사공학자(MD-Engineer), 의사혁신가(MD-Innovator)를 길러내겠다는 것이다. 교육과정은 ‘MD(의무석사) 4년, Ph.D(공학박사) 4년’이다.

의무석사 과정 4년 동안 공학·연구중심 의학교육을 비롯해 ▲전 교육과정의 25% 공학·연구 ▲모든 학기에 공학·연구과정 지속 배치 ▲기초·임상 통합교육을 받는다. 박사과정 4년에는 전공 심화 교육을 시작으로 ▲최초 지향 교육 ▲미래 전략산업 중심 교육 ▲기업가 정신 교육 등을 거쳐야 한다.

KAIST는 자신들의 의사과학자 육성 경쟁력으로 그동안의 ‘경력과 역사’를 강조한다. KAIST는 1992년부터 종합병원 의사, 의과대학 연구팀을 대상(10년 동안 1천200여명 수료)으로 바이오 메디컬 워크숍 개최했다. 이어 1995년 의과학연구센터를 설립했고 2004년 KAIST 의과학대학원을 설립했다. 올해 3월 현재 183명의 의사과학자(MD-Ph.D)를 배출했다.

KAIST는 2026년 과기의전원 설립 목표와 함께 문지캠퍼스를 바이오 메디컬 캠퍼스로 조성 중이다.

◆二色, 포스텍 ‘2+4+2’ 시스템에 해외 사례 벤치마킹=POSTECH은 연구중심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설립에 나서고 있다. 2028년 개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과학을 하는 의사와 더불어 의학을 이해하는 공학자 양성에 설립 이념을 뒀다.

교육기간은 8년(2+4+2)으로 ▲임상 실습전 교육(2년) ▲박사과정(4년) ▲임상실습 교육(2년)으로 정했다. 현재 우리나라 교육부의 의사과학자 육성지원 사업은 ‘2+3+2년’으로 돼 있다. POSTECH 측은 “박사과정에 1년 더 시간을 뒀는데 이는 미국의 주요 의학전문대학원의 교육과정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POSTECH은 의전원 설립과 함께 의과학융합연구센터와 연구중심 스마트병원 건립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의과학융합연구센터에서는 순수연구(대학과 연구소), 개발(병원 임상연구 지원), 양산(기업), 사업화(단독 또는 공동 사업화) 등에 중점을 둔 센터이다.

POSTECH은 공학 기반 의대를 표방한 미국 칼 일리노이 의대(Carle Illinois College of Medicine) 모델을 강조한다. POSTECH이 지향하는 커리큘럼을 운영 중이고 의사과학자들이 한 명의 연구자로 성장한 후에는 이들이 컴퓨터공학과, 기계공학과, 공학 전공자에게 의료 특화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인공장기 3D 프린팅 기술 등을 지도하고 연구하는 학자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POSTECH이 그리는 청사진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三色, UNIST ‘지역 의대와 협력’ 모델=UNIST 모델은 새로운 의대 신설에 있지 않다. 기존 의대와 협력해 공동 커리큘럼을 운영하는 데 있다.

UNIST는 울산대 의과대학과 함께 ‘의학을 아는 공학자, 공학을 아는 의사’ 양성을 위해 공동 커리큘럼을 확정했다. 의과학 인공지능(AI), 뇌인지공학개론 등 7개 과목을 교육한다.

UNIST에 새롭게 개설되는 이들 교과목은 오는 9월부터 울산대 의예과 1학년생 40명 전원과 UNIST 학생들이 수강한다. 울산대 의예과 소속 학생들은 2개의 필수과목과 5개의 선택 과목 중 최대 6과목을 듣는다.

커리큘럼 내 각 교과목은 UNIST의 전담 교원과 울산대 의과대학 임상 교원이 짝을 이뤄 공동 지도한다.

UNIST와 울산의대는 그동안 HST(Health and Science Technology) 프로그램 운영을 준비해왔다. 이 프로그램은 미국 보스턴의 ‘Harvard–MIT Health and Science Technology (HST)’ 프로그램이다. 하버드 의대생과 MIT 공대 학생이 같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으로 잘 알려져 있다.

HST 프로그램에서 의대 학생들은 수학, 물리, 화학 등의 기초과학에 대해 같이 수강한다. 질환의 작동원리에 대한 깊은 이해를 습득할 수 있다.

UNIST 모델은 의대 신설이 아니기 때문에 KAIST와 POSTECH의 의사정원, 의대신설 등 민감한 이슈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현재 개원의 중심인 대한의사협회와 대학병원의 교수들의 생각이 조금씩 다르다. 대한의사협회는 의사 정원을 더는 늘려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반면 대학병원 교수들은 의사정원을 늘리는 데는 반대하지 않는데 새로운 의대 신설로 하지 말고 기존 의대에서 할 수 있도록 하자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삼교삼색(三校三色)으로 의사과학자 육성에 나서고 있는 이들이 앞으로 어떤 부분을 보완하면서 미래 의사과학자 인재를 집중적으로 길러낼지는 지켜볼 일이다.

KAIST든, UNIST든, POSTECH이든 의사과학자를 ‘잘’ 가르치고, ‘계속’ 연구할 수 있는 환경과 시스템을 만드는 게 가장 기본이란 생각에는 차이가 없다. 정부 지원 정책도 이 부분에 집중해야 할 것이란 주문이 이어지고 있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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