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이 농구 전문가’ 김주성, 감독으로서도 솜씨 발휘?

김종수 2023. 8. 7.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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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L 역사상 최고의 토종 빅맨을 꼽으라면 서장훈(49‧207cm)이 가장 먼저 언급될 것이다. 엄청난 누적기록에 더해 어지간한 외국인선수와 일대일로 매치업이 가능했다는 점에서 사실상 '용병급'으로 평가받았다. 포스트 인근에서의 턴 어라운드 페이드어웨이 슛은 그를 대표하던 시그니처 무브였는데 국내, 외국인선수를 가리지않고 통하던 전가의 보도였다. 탄탄한 웨이트에서 나오는 힘이 상당했던지라 외국인 빅맨과의 몸싸움도 곧잘 견디어냈다.


하지만 ‘팀을 승리로 이끄는 토종 빅맨’으로 말을 바꿔보면 현 원주 DB 김주성(44‧205cm) 감독의 이름이 더 많이 언급될지도 모르겠다. 서장훈이 팀을 승리로 가져가지 못한다는 소리가 아니다. 그만큼 김주성이 팀 플레이나 승리 등에 끼치는 영향력에서 압도적으로 높았던 선수라고 보는게 맞을 것이다.


중앙대 재학시절부터 김주성이 뛰는 팀은 골밑 걱정을 하지 않았다. 다소 깡마른 체격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수비력을 자랑하며 최고의 디펜더로서 명성을 떨쳤다. 높은 BQ와 운동능력을 바탕으로 부지런히 코트를 오가며 엄청난 활동량을 보여왔는데 신장대비 스피드가 워낙 빨라 자신의 마크맨은 물론 도움수비에서도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높은 점프력과 센스를 앞세운 블록슛은 그를 대표하던 최고의 무기였다. '서장훈에게 슛이 있다면 김주성에게는 블록슛이 있다'는 말까지 있었을 정도다. 워낙 수비력이 돋보여서 그렇지 공격력도 빼어났다. 기본기가 뛰어난 빅맨답게 포스트 인근에서 다양한 공격스킬을 자랑했으며 시즌을 거듭할수록 슈팅능력이 발전하며 말년에는 3점 슈터같은 모습까지 보여줬다.


빠른 발을 활용해 속공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달리기도 했는데 이는 상대팀에게 까다로움을 넘어 두려움까지 안겨줬다는 후문이다. 빅맨의 신장을 가지고 어지간한 스윙맨 이상의 스피드로 달렸던것 뿐만 아니라 손끝 감각이 워낙 좋아 어지간해서는 속공 득점을 놓치는 법이 없었다. 그렇다고 속공수비시 모든 포커스를 김주성에게만 맞출 수도 없었다.


팀내에서 종종 컨트롤타워 역할을 담당했을 정도로 시야가 넓고 패싱센스까지 빼어났던지라 빈자리 동료들을 봐주는 능력이 탁월했다. 서장훈과 마찬가지로 사실상 외국인선수나 마찬가지였다. 그런 선수가 원클럽맨으로 선수시절 내내 함께 했으니 DB 입장에서는 그저 든든하기만 했다.


김주성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로는 ‘트윈타워’가 있다. 포스트 플레이에 강점을 가진 빅맨 둘을 동시에 코트에 세워 높이의 우위를 가져가는 방식을 뜻한다. 이러한 ‘더블포스트’ 시스템은 보통 토종 빅맨과 장신 외국인선수 조합으로 결성됐지만 외국인선수 2인제 시절에는 외국인선수끼리 합을 맞추기도했다.


기아시절 클리프 리드+장신 외국인선수, 현대(KCC) 왕조의 뼈대가 된 조니 맥도웰+장신 외국인선수, SK 첫 우승을 합작한 서장훈+재키 존스, KCC 2차왕조의 힘 하승진+외국인빅맨, KGC 인삼공사의 황금콤비 오세근+데이먼드 사이먼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더블포스트라고는 불려도 ‘트윈타워’라는 말은 잘 쓰이지않았다.


많은 이들은 해당 단어를 김주성과 외국인빅맨 조합을 가리키는데 주로 썼고 이후 단신 외국인선수, 윤호영 등 다른 플레이어까지 힘을 보태면서 ‘원주산성’이라는 말까지 만들어졌다. 일단 트윈타워는 장신조합도 좋지만 수비시 높이에서의 압도적인 존재감이 중요한데 그런점에서 한창때 김주성이 맹활약했던 당시 DB와 가장 잘어울린다. 

 


김주성의 또 다른 장점중 하나는 파워형, 패싱형, 수비형 등 어떤 유형의 외국인선수와도 조합이 잘됐다는 사실이다. 김주성 본인 또한 선호하는 스타일이 있었지만 그런 부분은 차지하고 기본적으로 본인이 팀 시스템에 맞춰주면서 높이농구의 팀컬러를 이어나가게 만들었다. 상대팀 사령탑들이 김주성을 보유한 DB를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특히 김주성은 자밀 왓킨스(45‧208cm), 레지 오코사(42‧208cm), 로드 벤슨(38‧206.7cm) 등 수비가 좋은 외국인 빅맨들과 호흡이 잘맞았다. 김주성의 플레이 스타일을 감안했을 때 강한 화력을 갖춘 공격형 외인과 조합이 좋을 듯 싶지만 결과적으로 ‘수비+수비’가 높이의 위력을 더욱 빛내주었다.


한쪽이 버티어주면 다른 쪽에서 블록슛이 날아들고, 리바운드시 양쪽에서 뛰어드는 등 그야말로 철옹성의 위력을 뽐냈다. 포스트가 워낙 튼튼한지라 다른 포지션 선수들은 좀더 편하게 수비를 하고 공격에 집중할 수 있었다. 이른바 ‘김주성 효과’다. 때문에 원주팬들은 김주성이 감독이 된 현재, 전성기 시절의 원주산성을 다시 재건할 수 있을까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재료는 충분하다. 김종규(32‧206.3cm)는 김주성을 이어 국가대표팀의 골밑을 책임지고있는 빅맨이다. 기량적인 측면에서 한창때 김주성에게는 미치지못하지만 신장, 스피드, 운동능력 등에서 가장 닮았다는 평가를 받는 선수다. 어쩌면 김감독이 사용법을 가장 잘 알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강상재(29‧200cm) 또한 국내에서 손꼽히는 빅맨이다. 김종규처럼 붙박이는 아니지만 국가대표팀에서도 수시로 활약하고 있다.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빅맨으로서는 아쉬운 부분도 더러 있지만 슈팅능력 하나만큼은 동포지션 최고급이다. 페인트존 안으로 들어가기보다는 적당한 위치에서 슛팅을 통해 득점을 올리는 경우가 많다. 김종규와 겹치지않는 공격스킬을 가졌다는 점은 팀 입장에서 장점으로 작용될 수 있다.


김감독은 비시즌부터 김종규, 강상재를 함께 쓰면서 시너지효과를 만들어내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않고 있다. 1옵션 외국인선수로 국내 무대에서 검증받은 디드릭 로슨(26‧201cm)을 선택한 것이 이를 입증한다. 지난 시즌 캐롯(현 소노) 돌풍의 주역으로 활약하며 주가가 더욱 높아진 로슨은 빅맨이면서도 어느 정도 스윙맨의 플레이까지 가능한 전천후 플레이어다.


다양한 골밑플레이에 더해 슈팅능력까지 좋은지라 활동범위가 넓고 BQ가 뛰어나 동료들을 살려주는 패싱센스도 좋다. 그간 될듯 될듯 하면서도 미완성에 그쳤던 김종규-강상재 조합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진 부분에는 로슨의 합류 영향도 크다. 로슨이 중간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잘해준다면 전임 이상범 감독시절부터 그렇게 만들어보고 싶어했던 ‘트리플 포스트’도 충분히 기대해볼만하다는 분석이다.


서로간 플레이 스타일이 다른지라 김감독 본인이 현역시절 보여줬던 높이와 수비의 위력은 안나올지 모른다. 하지만 3명의 장신이 펼치는 다양한 공격옵션이 제대로만 돌아간다면 DB를 만나는 상대팀들은 수비에서 적지않은 어려움을 겪을 공산이 크다. 높이 전문가 김감독과 빅맨군단의 만남에 뜨거운 시선이 쏟아지는 이유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이청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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