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쿵 도시 대전, 과학 문화에 관광을 더한 대전의 반란 [지자체장 24시]
대전은 한국을 대표하는 과학 도시다. 1993년 대덕연구단지에서 열린 대전 세계박람회(전문 박람회) 이후 대전의 위상은 확고해졌다. 그리고 지금 민선 8기에 당선된 이장우 대전시장은 과학 기술을 리드하는 대전에 문화와 관광 DNA를 심어 ‘일류 경제 도시 대전’을 건설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목표를 향해 묵묵히 이어 가는 이 시장의 행보에 시정 출범 1주년을 맞아 실시한 대전 시민 여론 조사는 절반을 훌쩍 넘은 62.1%가 이 시장의 시정 활동에 긍정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당선 이후 차근차근 기반을 다지고 해묵은 숙원 사업을 해결해 나가며 지난 1년간 나타난 이 시장의 성과는 눈부시다. 우선 나노·반도체, 우주·항공, 바이오·헬스, 국방 등 미래 4대 핵심 전략 산업 중심 도시로 경제 성장판을 확대했다. 최근에는 나노·반도체 국가산단 528만9256㎡(160만 평) 지정과 반도체 인재 양성 4대 국책 공모 사업 선정 등의 기쁜 소식도 들려 왔다.
지난 7월부터 방위사업청 대전 시대도 본격적으로 열렸다. 방위사업청 이전으로 대전이 K-방산의 핵심 도시로 거듭나게 된 것은 뜻깊은 일이다. 방사청은 연간 예산 16조7000억원, 직원 1600여 명의 규모 있는 기관으로 지역 경제 활성화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차세대 배터리 선도 기업 SK온의 투자 유치 확정, 글로벌 바이오 기업 머크와의 양해각서(MOU) 체결, 우주 클러스터 3각 체제 연구·개발(R&D) 인재 양성 특화 지구 확정, 2027년 하계 세계 대학 경기 대회 유치까지 대전시 경제 활성화 뉴스가 끊이지 않고 있다.
대전을 관광 도시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내비치셨습니다.
“대전이 과학 도시라는 브랜드가 강하다 보니 곳곳에 숨겨져 있는 관광 자원이 알려질 기회가 많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계룡산 수통골을 비롯해 식장산·보문산·장태산·계족산·대청호·금강·갑천 등 천혜의 대전 비경은 자랑하고 또 해도 모자랄 정도입니다. 대청호 오백리길 가 보셨나요? 호수 경치 구경하며 가족과 함께 맛집도 찾고 주변에 즐비한 포도밭에서 갓 딴 싱싱한 포도를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어 가족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 곳입니다. 호반 낭만길에는 ‘슬픈연가’ 드라마 촬영지가 있고 명상정원은 새롭게 꾸며 힐링 명소로 각광받고 있죠. 장태산 자연휴양림에는 메타세쿼이아 숲이 울창해 삼림욕 하기 좋아요. 1991년 조성된 장태산 자연휴양림은 대통령의 하계 휴양지 역사와 함께 가을이면 빨갛게 물드는 단풍숲이 절경을 이뤄 한국의 대표적 단풍 명소로 손꼽힙니다. 최근에는 계족산 황톳길 방문객도 늘고 있어요. 14.5km 황톳길을 맨발로 걷는 체험만으로도 스트레스가 사라져 요즘 현대 사회에 딱 맞는 힐링 관광지라고 할 수 있죠.”
과학을 테마로 하는 관광 문화 자원도 확대해 나간다고 하셨습니다.
“올해가 대덕특구 출범 50주년입니다. 시에 있는 16개 과학 기술 출연 연구 기관을 비롯해 카이스트·국립중앙과학관·한국천문연구원 등과 함께 여러 과학 행사를 준비해 과학 문화 도시의 위상을 확립하려고 합니다. 여름방학 동안 미래 과학자를 꿈꾸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캠프를 개최하고 9월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함께 특구 성과 전시회를 비롯해 기술 사업화 박람회 등 새로운 미래 비전을 공유하는 자리도 마련할 계획입니다. 10월에는 과학 축제인 대전사이언스 페스티벌도 준비돼 있습니다. 대덕특구와 원도심에서 동시 개최해 과학 문화 도시의 위상을 드높이고 8회를 맞는 세계 과학 문화 포럼에 세계 유명 석학도 초청할 예정입니다. 천혜의 자연 유산에 미래를 여는 관문인 과학 기술이 조화를 이룬 대전시의 매력이 올 한 해 찬란하게 꽃을 피우도록 할 계획입니다.”
문화 발전을 꾀해 소위 ‘심쿵 도시’를 만들겠다고 하셨는데 어떤 의미인가요.
“아시다시피 스페인의 구겐하임 빌바오 미술관은 쇠퇴하는 조선 산업 도시를 문화 관광 도시로 거듭나게 했습니다. 1997년 미술관 완공 뒤 한 해 130만 명이 방문하는 세계적 도시로 거듭났죠. 우리 시도 과감하게 문화 예술 인프라 건설에 투자를 아끼지 않을 예정입니다. 현재 총 9개 사업에 6700억원의 투자 계획을 세워 놓았습니다. 경제 성장과 함께 문화 예술과 축제 육성이 시민의 행복지수를 견인하기 때문이죠. 먼저 2026년 대전 중심인 중촌동 인근에 제2 시립미술관과 음악 전용 공연장을 갖춘 제2 문화 예술 복합 단지를 조성합니다. 건축가들의 무한한 발상이 반영되도록 디자인 공모로 진행할 계획입니다. 대전역 인근 원도심도 달라집니다. 4500억원을 투입해 신구 도심 간 문화 격차 해소 사업을 시작하고 원도심을 중심으로 한 ‘대전 0시 축제’도 부활시켰죠. 0시 축제는 제가 과거 대전동구청장을 지낼 때 철도 산업의 메카인 대전을 모티브로 삼아 만든 축제였습니다. 근현대 건축물이 남아 있는 대전 원도심 일대에서 8월 11일부터 17일까지 개최할 예정인데 대전의 과거·현재·미래를 만나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대전 0시 축제를 좀 더 설명해 주십시오.
“여름이라고 산과 바다만 찾는데 근현대사의 흔적이 남아 있는 대전 원도심에서 ‘잠들지 않는 대전, 꺼지지 않는 재미’를 캐치프레이즈로 대전이 가진 모든 문화적 매력을 느끼실 수 있도록 기획했습니다. 우선 시간 여행 축제라는 차별화된 테마부터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어요. 대전의 과거·현재·미래를 주제로 과거존은 195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대전을 관객 참여형 이머시브 공연으로 펼쳐 보이고 현재존은 K-컬처를 선도할 지역 문화 예술인과 대학생이 참여하는 길거리 문화 예술 공연과 일렉트로닉 댄스 음악(EDM) 파티가 축제 분위기를 돋울 예정입니다. 미래존은 과학 수도 대전의 진면목을 만날 수 있는 공간으로 첨단 과학 기술을 접목한 3D 홀로그램 영상과 바닷가를 도심으로 옮겨 놓은 듯한 미디어 아트, 건물 외벽을 활용한 미디어 파사드 등의 즐길거리가 있죠.”
축제가 펼쳐지는 원도심 풍경도 색다릅니다.
“원도심은 일제강점기와 1990년대까지 대전의 정치·경제·행정의 중심지로 당시 건물들이 잘 보존돼 있습니다. 옛 충남도청사는 대전근현대사전시관으로 모습을 바꿨고 전에 산업은행 대전지점이던 건물에는 다비치 안경원이 들어서 있죠. 모더니즘 성당 건축의 대표 사례로 꼽히는 주교좌 대흥동 성당이나 옛 충남도지사 관사촌 등은 우리 근대 문화 유산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역사 유적이나 다름없습니다. 문화관광해설사가 원도심 동행 투어를 진행하기도 하는데 해설사의 설명을 듣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릅니다. 경부선 철도의 탄생과 함께 생겨난 도시인 대전은 전국 각지 음식이 만나는 곳이기도 한데 노포에서 먹던 두부두루치기와 칼국수는 그렇게 대전의 대표 음식이 되기도 했죠.”
대전 0 시 축제를 시작으로 세계적인 e스포츠 리그오브레전드(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서머 결승전과 9월 갑천변 일대에서 열리는 캠핑 축제, 슈퍼카 전시 등으로 올 한 해 대전은 축제 분위기다. 국제 명소형 야간 관광 특화 도시에 선정된 엑스포과학공원~대전컨벤션센터~한밭수목원 일대의 낮보다 더 아름다운 야경 감상도 대전에 새로운 볼거리를 선사한다. 이 시장은 살기 좋은 도시 대전에 풍성한 문화의 꽃을 피우고 있다.
이선정 기자 sjl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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