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로에서] 그 무엇도 삶의 안전을 앞설 수 없다

김재태 편집위원 2023. 8. 7.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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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이면 극장가에 단골손님처럼 찾아오는 것이 있다.

'광우병/사드참외/오염수, 괴담정치 이젠 그만 멈추십시오.' 일본의 원전 오염수 방류를 극력 반대하는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의 공세를 겨냥해 내놓은 문구다.

이 글에서는 그런 정파적 치우침에서 벗어나기 위해 의미 자체를 탈색한 '방류수'라는 표현을 쓰고자 한다.

그에 더해 정부는 유튜브 방송까지 동원해 방류수의 안전성 홍보에 열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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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김재태 편집위원)

해마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이면 극장가에 단골손님처럼 찾아오는 것이 있다. 바로 공포영화다. 간담을 서늘케 하는 오싹함을 앞세워 더위를 잊게 할 요량으로 만들어진 일종의 납량 특집 장르물이다. 20년 넘게 이어져온 《여고괴담》 시리즈가 대표적이라 할 만하다. 그런데 올여름에는 이런 괴담 관련 이야기가 불길하게도 극장가가 아닌 정치권에서 기세를 떨쳤다. 이른바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오염수 방류를 둘러싼 '괴담 정쟁'이다. 이 정쟁 영화는 공포영화처럼 납량하지도 않고 오히려 불쾌지수를 더 높여주며 관객들의 짜증만 키울 뿐이다.

여당인 국민의힘의 국회 내 당 사무실 벽에는 한때 이런 글이 쓰여 있었다. '광우병/사드참외/오염수, 괴담정치 이젠 그만 멈추십시오.' 일본의 원전 오염수 방류를 극력 반대하는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의 공세를 겨냥해 내놓은 문구다. 같은 물을 두고도 표현하는 방식이 각기 다를 만큼 이 문제를 대하는 시각과 태도는 진영에 따라 극명하게 갈린다. 한쪽은 '오염수'라고 말하고, 다른 한쪽은 일본 정부가 사용하는 '처리수'라는 용어를 고집한다. 이 글에서는 그런 정파적 치우침에서 벗어나기 위해 의미 자체를 탈색한 '방류수'라는 표현을 쓰고자 한다.

박구연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오른쪽 두 번째)이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관련 일일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후쿠시마 원전 방류수 이슈가 크게 불거지자 여당 국회의원들은 서울 노량진수산시장으로 우르르 달려가 수조에서 손으로 퍼낸 물을 마시거나 횟집에서 보란 듯이 회식을 하는 등 온몸을 던져 '안전'을 알리느라 부산했다. 그에 더해 정부는 유튜브 방송까지 동원해 방류수의 안전성 홍보에 열을 올렸다. '수조물 먹방'이라는 비아냥이나 "일본 정부인지 한국 정부인지 모르겠다"는 비판이 나와도 이들의 헌신적인 움직임은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발표가 나온 후에도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야당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야당의 주장에 '괴담' 딱지를 붙여 몰아붙이는 여당이나, 민심을 움직일 말이나 대책을 분명하게 내놓지 못한 채 반대를 외치는 야당이나 국민들이 보기에는 똑같이 답답하고 딱할 따름이다.

이처럼 어수선하고 불확실한 국면에서 가장 분명한 하나는 후쿠시마 원전 방류를 불안하게 바라보는 대다수 국민의 마음이다. 여러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 10명 중 8명 가까이가 방류에 반대한다는 결과가 잇따라 나왔다, 한때 일부 국민이 천일염 사재기에 나선 것도 누구의 일방적 주장에 홀려 벌인 행위가 아니라 각자의 본능적 불안감에 따른 선택이었을 것이 분명하다. 우리 국민은 괴담에 쉽게 선동될 만큼 아둔하지도 않고 스스로 판단할 능력들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국민들은 거기에 더해 이전 정부에서는 방류에 문제없다고 했던 민주당과 방류를 적극 반대했던 국민의힘의 전력도 대부분 기억하고 있다. 그래서 국민들은 말한다. "정권에 따라 쉽게 말을 바꾸는 너희들은 후쿠시마 방류수에 대해 더 말할 자격이 없으니 제발 그만 떠들라"고.

지금은 무조건 안전하다고, 또 무작정 불안하다고 외치고만 있을 때가 아니다. 일본 정부가 계획을 예정대로 진행하겠다고 밝힌 만큼 방류는 이제 거의 명백한 기정사실이다. 그 현실에 따른 대응책을 냉철하게 세우는 것이 제대로 된 순서다. 후쿠시마 방류수는 결코 정쟁의 대상이 될 수 없고, 되어서도 안 된다. 그것은 일본과 이웃하고 있고 삼면을 바다와 맞댄 채 살아가고 있는 우리 국민들에게는 삶 그 자체다. 어떤 것도 삶의 안전보다 앞설 수는 없다. 그 제1 방어선은 해안 수산업 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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