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시마 원폭 78주년과 국제 비확산체제의 현주소
핵무기금지조약은 유명무실…유일한 피폭국가인 일본도 외면
(서울=연합뉴스) 이우탁 기자 = 유엔은 2017년 7월 7일 핵무기의 사용과 보유, 생산, 실험, 배치, 운송 등을 완전히 금지하자는 내용의 핵무기금지조약(TPNW)을 채택했다.
미국과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 등 이른바 5대 핵무기 보유국(P5)이 주축이 돼 맺은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더 나아가 지구상에서 핵무기 보유를 금지하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2023년 현재 이 조약에는 92개국이 서명하고, 68개국이 비준한 상태다. 조약 발효를 위한 기준이 유엔 '50개 회원국 비준'이었는데, 온두라스의 비준으로 2021년 1월 222일부터 국제법 효력을 갖게 됐다.
하지만 TPNW는 국제사회에서 큰 관심을 끌지 못한다. 미국을 비롯한 P5 국가들이 모두 반대할 뿐 아니라 '사실상 핵보유국'인 인도와 파키스탄, 이스라엘, 그리고 북한도 불참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국과 일본, 호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회원국 등 이른바 핵우산을 제공받는 국가들 모두 조약에 참여하길 거부했다.
지난 6일은 78년 전 제2차 세계대전 종전을 위해 미국이 일본 히로시마에 원폭을 투하한 날이다. 이날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에서 원폭 전몰자 위령식·평화기원식이 개최됐는데, 히로시마를 지역구로 둔 기시다 후미오 총리도 행사에 참석해 "유일한 전쟁 피폭국으로 핵무기 없는 세계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계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기시다 총리는 그러나 TPNW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고 교도통신은 보도했다. '핵무기를 제조하지도, 보유하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일본 정부의 '비핵 3원칙'을 견지할 뜻을 표명했을 뿐이다.
역사상 유일한 피폭 경험을 가진 일본은 핵무기를 반대하는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여전히 NPT만을 중시할 뿐 TPNW는 등한시하고 있다. 미국의 핵우산(확장억제)을 제공받고 있기 때문이다.
TPNW의 외면은 국제사회의 냉엄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사실 핵무기는 가진 나라와 가지지 않은 나라의 전략적 위상을 달리해준다.
1945년 세계 최초 핵실험에 성공한 미국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탄 투하로 독점적 핵 지위를 확보했고, 이를 통해 세계적 헤게모니를 장악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미국의 핵 독점 체제는 소련이 1949년 핵실험에 성공하면서 깨졌고, 이후 냉전의 양축인 미국과 소련은 핵보유국(nuclear weapons states)이라는 차별된 국가지위를 과시했다.
하지만 1952년 영국이 미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핵실험에 성공하면서 강대국 사이에 핵 개발 경쟁이 일었다. 프랑스(1960년), 그리고 중국(1964년)이 핵실험에 잇따라 성공했다.
중국을 마지막으로 P5는 자신들만의 과점체제를 고안해냈다. 그것이 바로 1968년 탄생해 1970년 발효한 NPT이다.
NPT는 회원국을 5대 핵 보유국과 나머지 모든 핵 비보유국으로 분리해 각각의 의무를 규정했다.
핵 보유국은 핵 비보유국에 핵무기와 그 부품·제조 기술을 제공하지 않을 의무만 가진 반면에 핵 비보유국은 핵 보유국으로부터 핵무기나 그 제조 기술을 이전받지 못하며, 자체적인 핵무기 개발도 할 수 없도록 했다. 또 이를 검증하기 위해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안전조치협정(Safeguard Agreement)을 체결하고 빈번한 핵사찰을 받아야 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제재를 받는다.
불평등한 협정이었지만 창립 당시 43개국이었던 회원국들이 현재는 189개국으로 불어났다. 한국은 1975년 가입했다.
NPT 체제는 후발 핵 개발국가들의 도전을 받아왔다. 대표적인 나라가 인도와 파키스탄, 이스라엘이었다. 이 3개국과 쿠바는 처음부터 NPT에 가입하지 않았다.
사실상 핵무기 보유국으로 분류되는 북한은 1985년 NPT에 가입했으나 1차 핵 위기 발발 후인 1993년 IAEA의 특별사찰 요구에 반발해 탈퇴 의사를 밝혔다가 철회했고, 다시 2차 북핵 위기 도중인 2003년 1월 NPT 탈퇴를 선언했다.
lw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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