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심리가 집값 변동성을 키운다[박원갑의 집과 삶]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2023. 8. 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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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 전망대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2023.7.4/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서울=뉴스1)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 요즘 부동산시장을 둘러보면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비이성적 모습이 너무 자주 나타난다. 부동산시장의 변동성은 불안 심리에 비례한다. 시장 참여자들의 불안 심리를 건드리면 시장은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움직인다. 가장 무서운 게 공급 부족이라는 불안 심리다. 공급 부족이라는 실체를 압도할 때도 많다. 이런 불안 심리가 큰 상황에선 어지간한 규제책이 나와도 먹혀들지 않는다. 심리를 무시한 채 일반적인 분석 방법으로 접근하면 예측이 번번이 어긋나기 십상이다. 부동산시장을 제대로 읽기 위해서는 심리 분석이 매우 중요해진 것이다.

◇주택가격에 미치는 심리 '강력'…기대심리에 큰폭 변동

실제로 연구논문에서도 심리가 주택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막강하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전현진 경남대학교 경제금융학과 박사팀이 쓴 ‘유동성과 주택가격의 기대심리가 실질 주택가격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2020)라는 논문이 그 예다. 전 박사팀은 실질 M2(광의통화), 실질 가계대출, 과거 주택가격, (미래) 기대 주택가격 변수가 각각 1% 상승 혹은 증가했을 때 주택가격이 어느 정도 오르는지 분석했다. 모형 분석결과 4가지 변수 중 주택가격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바로 기대 주택가격 변수다. 이 변수가 1% 늘었을 때 주택가격은 0.38%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다음으로 과거 주택가격(0.36%), 실질 가계대출(0.27%), 실질 M2(0.26%) 순이었다. 주택시장 참여자들이 미래 주택가격에 대한 기대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현재의 주택가격이 많이 변동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사실 부동산시장은 여러 변수의 합주곡이다. 최근 들어 부동산시장은 공급이나 실물경기 같은 변수만으로 흐름을 진단하기가 어려워졌다. 난도가 높아졌다고나 할까. 이제는 다른 변수 못지않게 심리가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그래서인가. “부동산시장은 팔 할이 심리다”, “부동산시장은 심리전이다”라는 말이 나오나 보다. 이처럼 부동산시장에서 심리 비중이 큰 것은 시장의 체질 변화도 한 요인인 것 같다. 바로 주택의 투자상품화 현상이다. 말하자면 아파트가 ‘홈’이 아니라 ‘하우스’로 바뀌다 보니 주식처럼 심리가 주요 변수가 되었다는 얘기다. 요즘 세상은 자신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투자의 시대다. 먹고 입는 것보다 오히려 투자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집도 단순한 거주공간이 아니라 사고파는 투자의 영역으로 들어왔다. 투자 시장일수록 인간의 불안과 초조감, 두려움이 고스란히 투영된다. 이러다 보니 집값이 자주 요동친다. ‘변동성 쇼크’의 큰 요인은 바로 수시로 움직이는 인간 심리다. 이성보다는 비이성, 그리고 합리성보다는 비합리성에 의해 움직이는 곳이 바로 심리의 세계다.

◇부동산가격 단기변동폭 클땐 '심리변수' 살펴봐야

특히 부동산 가격이 단기적으로 출렁이는 것은 다분히 심리적인 이유에서다. 단기적으로 매수자와 매도자 간의 심리 게임 결과로 가격이 움직인다. 가격이 하락한 것은 매도자가 심리적으로 매수자에게 밀렸다는 이야기고, 상승한 것은 그 반대일 것이다. 가격이 내재가치를 넘어 폭등이나 폭락하는 것은 다른 어떤 요인보다 심리의 문제가 크게 작용한다. 광기 국면에선 내재가치보다 큰 폭으로 절상되고, 공포 국면에선 내재가치보다 크게 절하될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심리는 자체적으로 움직이는 독립적 성격의 변수보다 다른 변수의 영향을 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점이다. 예컨대 매수 심리가 살아났다면 부동산 거래 활성화 정책 같은 다른 변수가 심리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심리 변수는 파생 변수 역할을 하면서도 여러 변수를 합친 총합 변수가 되기도 한다. 부동산시장에서 심리는 대표적인 단기 변수다. 심리는 쉽게 바뀌는 마음 작용의 또 다른 표현이므로 대체로 단기에 그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중장기 부동산시장의 가격은 심리보다는 펀더멘털이나 시장기본가치에 의해 결정된다.

출렁이는 부동산시장을 제대로 꿰뚫기 위해선 시장 참여자들의 심리를 읽는 게 필요하다. 심리는 시장을 움직이는 '돈의 주인' 사람의 마음이다. 그 마음은 나의 마음보다 타자의 마음일 것이다. 나와 가까운 주변 사람들이 향후 집값에 대해 무슨 ‘생각’을 하는지부터 한번 ‘생각’해보자.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h991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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