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유’ 박서준 “이병헌 보며 ‘나 잘하고 있었구나’ 위안받아” [DA:인터뷰①]
“보통은 제안받은 작품 중에서 시나리오를 읽어보곤 하는데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먼저 제안이 온 작품은 아니었어요. 마침 제 나이대 역할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고, 이병헌 선배와 꼭 작업해보고 싶은 마음이 강해서 감독님께 제가 먼저 ‘하고 싶다’고 어필했죠.”
박서준은 이병헌 주연의 영화 ‘달콤한 인생’(2005)을 언급하며 “첫인상 같은 작품”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병헌 선배와 언젠가는 작품을 같이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의도하지 않는다면 한 작품에서 아예 못 만나는 경우가 훨씬 많아서 그렇게 한 것”이라며 “마침 딱 촬영할 수 있는 좋은 시기였다”고 회상했다.
박서준은 무엇 때문에 그토록 이병헌과의 만남을 원했을까.
“선배님이 현장에서 어떻게 하시는지 제일 궁금했어요. 저도 데뷔한 지 10년이 넘었으니까 저만의 방식이 있거든요. 심각한 상황을 촬영한다 해도 그 현장은 즐거워야 하고, 공기가 따뜻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만 의견을 자유롭게 낼 수 있으니까요. 선배님이 연기하고 집중하는 모습을 보면서 현장의 애티튜드를 볼 수 있었어요. 선배님도 굉장히 유머러스하시고 개그 코드를 좋아하시더라고요. 저에게도 그 코드가 맞았고요. ‘선배님도 이렇게 하고 계셨구나’ ‘내가 잘하고 있었던 건가’ 많이 배웠고 위안도 받았어요. 카메라가 돌아갈 때 조용한 공기 속에서 함께 집중할 때 에너지적으로도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선배님이 확신을 가지고 연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앞으로 조금 더 확신과 자신감을 가지고 내 생각을 펼치면 되겠다’ 싶었어요.”
박서준은 가족을 지키고자 애쓰는 ‘민성’을 열연했다. 남들처럼 평범한 가정과 온전한 삶을 꿈꾸던 ‘민성’은 대재앙 속에서 새로운 입주민 대표 ‘영탁’(이병헌)과 얽히면서 점차 변해가는 인물이다.
“극의 중심은 당연히 영탁이지만 흐름의 중심은 민성이라고 생각했어요. 민성의 감정의 진폭을 찾는 과정이 되게 중요했죠. 가족을 지키기 위한 가치관이 가장 중요한 인물이기 때문에 변화의 기점 이후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 고민했죠. 너무 과해서도 안 되고, 애매하게 표현해서도 안 되니까 그 중간을 찾아야 했어요. 그동안 해온 역할들은 어쩔 수 없이 정의감이 있거나 사명감을 표현해야 하는 캐릭터가 주를 이뤘는데 민성은 그런 것에서 벗어날 수 있는 캐릭터였어요.”
박서준은 “재난 상황 속에서 포동포동하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며 캐릭터를 위해 7kg을 감량했다고 밝혔다. 그는 “평소에 운동을 많이 할 것 같은 인물을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뭐든 잘 모르고 순수해 보이는 모습도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체중을 감량한 상태로 한여름에 겨울 의상을 입고 연기하다 보니 컨디션 난조를 겪기도 했다.
“여름에 겨울 배경으로 찍을 거라는 말을 듣고 ‘생각을 다시 해볼까’ 했어요. 하하. 굉장히 절망적이었지만 사실 또 그런 게 익숙하거든요. 겨울에 여름 것 찍고 여름에 겨울 것 찍는 건 어쩔 수 없는 고충이죠. 다만 체중이 많이 빠진 상태라 컨디션에 영향을 많이 받아서 빨리 지치니까 연기에 집중을 못 하게 될까 봐 걱정하고 신경 썼어요.”
박서준은 힘든 상황에서도 ‘찰떡 호흡’을 맞췄던 극 중 아내 박보영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박보영과 ‘콘크리트 유토피아’에서 부부로 호흡을 맞춘 그는 “호흡을 맞추는 시간이 전혀 필요 없었다. 처음부터 편하게 의지하면서 잘 찍었다”며 “체구가 작은데도 에너지가 넘치는 배우더라. 나도 리액션을 되게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황도 장면에서 뽀뽀할 것처럼 할 때 박보영 배우가 ‘지금?’이라고 말하는 것도 애드리브였다. 적재적소에 잘하니까 호흡이 더 필요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잘 맞는 것을 보면 다른 신들도 맞을 수밖에 없겠다’ 싶었다”고 털어놨다.
이 가운데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밀수’ ‘비공식작전’ ‘더 문’과 더불어 여름대전 빅4 가운데 마지막 주자로 출격해 기대를 모으고 있다. 박서준은 “다른 작품들도 다 잘 됐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면서도 관객들이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봐야 할 이유를 강조했다.
“‘드림’ 때도 겪어보니 영화가 개봉해서 관객을 만날 수 있다는 것 자체로도 너무 감사한 일이더라고요. 영화를 작업하는 이유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무엇보다 관객을 만나기 위함이고, 사명감에서 생각해 보자면 관객들에게 여러 선택지를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 영화도 그 중에 하나인 작품이라고 생각하고요.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잔상이 오래 남는 영화라고 생각해요. 영화를 함께 본 사람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작품일 거예요. 꼭 선택해서 봐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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