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변함없는 가치, 벤츠 E클래스

2023. 8. 7.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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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이테크 진화 돋보이는 볼륨 세단
 -자연스러운 PHEV 주행 인상적

 한 분야에서 기준점을 제시하는 건 매우 어렵고 위대한 일이다. 하루 아침에 이뤄지지 않으며 매번 대중의 인정을 받아야 하고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한 혁신을 지속적으로 선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모든 조건에 부합했을 때 비로소 무리를 이끌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벤츠 E클래스는 고급중형 세단에서 기준을 담당하며 고유한 전통을 이어나가고 있다. 76년 전부터 지금까지 기술적인 혁신과 트렌드를 선도하며 비즈니스 세단 세그먼트에서 그 명성을 떨치고 있다. 11세대로 돌아온 E클래스 역시 진보된 기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이동 경험을 제안한다.

 디자인&상품성
 외관은 익숙하면서도 신선하다. 파격적인 구성은 없지만 몇몇 부분에서 독특한 인상을 자아낸다. 대표적으로 헤드램프다. 살짝 굴곡을 지어 놓았으며 아래쪽에는 두 줄의 주간주행등이 자리잡았다. 

 예전 트윈 램프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모습이며 멀리서도 존재감을 키운다. 이와 함께 EQ 시리즈를 연상시키는 블랙 패널 라디에이터 그릴을 채택해 라디에이터 그릴과 헤드램프 구간이 하나로 이어지며 감각적인 디자인을 완성했다. 이 외에 짧은 프론트 오버행과 파워돔 형태의 긴 보닛이 조화를 이룬다.

 옆은 이전 보다 20 더 길어진 휠베이스로 넉넉함을 보여준다. 또 안정감 있는 벨트라인 실루엣을 갖췄고 부드럽게 흐르는 듯한 C-필러를 적용해 역동적인 느낌을 더했다. 여기에 펜더 실링, 앞바퀴 및 뒷바퀴 특수 스포일러, 플러시 도어 핸들 등 공기역학적 디자인 요소를 갖춰 공기저항계수 0.23Cd를 기록했다.

 뒤는 단연 테일램프가 핵심이다. 삼각별 모양으로 꾸몄는데 시선을 한 번에 사로잡는 포인트다. 외장 디자이너는 멀리서도 바로 벤츠의 대표 세단임을 알게 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밝혔다. 이를 제외하면 트렁크와 범퍼 디자인은 무난하다. 호불호 없이 깔끔하게 다듬었다. 그 결과 현대적이면서도 한 체급 위인 S클래스가 떠오른다. 벤츠 세단의 패밀리 룩을 잘 따랐다.

 실내는 큰 폭의 변화가 두드러진다. MBUX 슈퍼 스크린으로 불리는 거대한 화면이 센터페시아 전체를 덮었다. 고성능 컴퓨터 수준의 소프트웨어를 심었으며 더욱 지능적이고 높은 학습 능력을 보유한 새로운 3세대 MBUX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으로 구현한다. 

 반응 속도는 무척 자연스럽고 끊김과 발열은 거의 없다. 심지어 서드파티 앱을 설치할 수도 있다. 디스플레이에서 엔터테인먼트 플랫폼, 게임, 오피스 어플리케이션 및 브라우저를 이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정도면 일반 테블릿 PC라고 말해도 어색하지 않다.

 벤츠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운전자가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편의 기능을 자동차 스스로 학습하도록 하는 '루틴(routine)' 기능도 탑재했다고 설명했다. 중앙 디스플레이에서 표준 루틴 템플릿을 사용할 수 있고 스스로 루틴을 생성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실내 온도가 12도 미만이면 시트 히터를 틀고, 앰비언트 라이트를 주황색으로 설정하라"는 루틴을 생성할 수 있으며 "따뜻하게 해 줘"와 같이 이름을 지정할 수 있다. 가상 비서가 차 안에서 운전자와 소통하는 셈이다.

 동승석에도 별도 화면을 달았다.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활용할 수 있고 카메라 기반 첨단 프라이버시 기능을 통해 동승석 탑승자는 주행 중에도 TV 또는 영상을 시청할 수 있다. 운전자가 동승석 화면을 쳐다봐도 계속 시청이 가능하다. 해당 기능은 먼저 동승석 감지 시스템을 이용해 탑승 여부를 구분한다.

 이후 앉아 있을 때엔 MBUX를 통해 디스플레이 표면을 터치할 수 있으며 비어있을 경우에는 해당 스크린이 디지털 이미지로 바뀐다. 뿐만 아니라 디스플레이에는 DLC 시스템을 넣어 카메라가 운전자의 눈동자 움직임을 기록한다. 운전자가 동승석 디스플레이를 바라보는 것을 감지하면 밝기를 줄여 운전자의 주의 분산 위험도 줄인다. 

 이 외에 실내 분위기를 바꿔주는 에너자이징 컴포트와 부메스터 4D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 시각화 기능을 포함한 액티브 엠비언트 라이트, 터치만으로 최적의 바람 길을 만들어 주는 디지털 에어벤트 컨트롤 등 기존 차에서는 찾아볼 수 없던 신기술이 대거 들어갔다. 내 차와 오랜 시간 함께하면서 깊은 만족을 주기에 충분하다.

 화면 덕분에 물리 버튼을 최소화 할 수 있었고 센터터널은 전부 수납함으로 맞췄다. 단정해 보이며 활용성도 높아 만족을 키운다. 여기에 고급 브랜드답게 매우 감각적이고 고급스럽다. 가죽과 유광 블랙, 금속 소재 조화가 절묘하며 감성 품질을 끌어올린다. 시트는 얇은 편이지만 착좌감이 뛰어나고 퀼팅 패턴을 확대해 화려하다.

 2열은 중형 세단에 걸맞은 안락한 감각이 돋보인다. 푹신한 시트와 함께 넉넉한 공간을 갖춰 불만이 없다. 가운데 턱은 다소 높은 편이며 전용 공조장치와 송풍구 디자인이 전부 달라져 신형다운 느낌을 더한다. 트렁크는 여유롭다. 골프백 여러 개를 쉽게 넣을 수 있으며 안쪽으로 깊게 파 놓아 다양한 적재 활용이 가능해 보인다.

 성능
 동력계는 마일드 하이브리드 및 4세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로 준비했다. 48V 온보드 전기 시스템을 갖춘 마일드 하이브리드 엔진에는 4기통 가솔린 엔진(M254) 또는 디젤 엔진(OM654M)과 통합 스타터 제너레이터(ISG)가 맞물린다. 가속 시 최고 15~17㎾의 힘을 추가 제공하고 글라이딩, 부스팅, 회생제동 등을 통해 높은 효율성도 갖췄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는 1회 충전으로 최장 100㎞(WLTP 기준)를 달릴 수 있으며 최고 95㎾의 출력을 확보했다. 이와 함께 전 제품에는 통합 스타터-제너레이터에 맞춰 개발한 9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해 최적의 성능을 선사한다. 4륜구동 4매틱 시스템도 개선해 프론트 액슬은 더 높은 토크를 전달한다. 

 배정 받은 시승차는 E300e 4매틱으로 진보한 전동화 기술이 맛볼 수 있었다. 구체적으로는 최고 204마력을 내는 직렬 4기통 2.0ℓ 가솔린 엔진과 129마력을 추가로 전달하는 전기모터 조합이며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 가속시간 6.5초, 최고속도 234㎞/h를 발휘한다. 초기 발진 가속은 매우 부드럽다. 언제 시동이 걸렸는지 모를 정도로 고요하게 앞으로 나가며 매끄러운 회전 질감을 보여준다. 

 속도를 끌어올리는 과정도 마찬가지다. 극강의 부드러움을 가지고 미끄러지듯이 스르륵 달린다. 차분히 가라앉으며 고속 안정성을 키우고 덕분에 계기판 속 숫자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높게 찍혀있다. 자극을 최대한 줄이고 탑승자 모두의 쾌적한 이동 환경을 선사하는 게 -클래스이며 만족은 저절로 높아진다.

 여기에는 에어매틱 에어 서스펜션이 큰 역할을 한다. 에어 스프링과 어댑티브 ADS+ 댐퍼를 채택해 운전 조건, 속도 및 하중에 따라 서스펜션을 자동으로 조절해준다. 도로 위 굴곡을 의연하게 거르고 잔진동을 모두 흡수한다. B급 도로는 물론 방지턱이나 돌길에서도 한결 같은 승차감을 제공하는 일등 공신이다.

 이와 함께 리어 액슬 스티어링도 선택할 수 있다. 노면과 도로 상황에 맞춰 쾌적한 승차감을 제공한다. 리어 액슬 스티어링은 조향각이 최대 4.5도 이르러 차체 조작을 쉽게 해준다. 회전 반경을 최대 90㎝ 줄여주기 때문에 주차 뿐 아니라 'U'턴이나 좁은 골목길을 주행할 때에도 편리하다.

 이 외에 스포츠 모드에서는 전기에너지가 발군의 실력을 발휘한다. 자칫 부족할 수 있는 엔진 출력을 적절히 보조하며 순간 펀치력을 키운다. 훅 하면서 치고 나가는 느낌이 일품이고 스포티한 실력에 놀라움도 경험한다. E클래스는 승차감에만 집중하는 밋밋한 차라는 편견을 지우며 누구보다 빠르고 경쾌하게 질주했다.

 굽이 치는 산길을 내려와 아우토반 고속도로에 차를 올렸다. 여기에서는 최신 첨단 주행 보조 시스템을 적극 활용했다. 속도와 차간 거리, 차선 중앙 유지 보조장치를 활성화 하면 알아서 앞 차를 피해 차로 변경까지 한다. 추월 차로인 경우에는 다시 복귀하는 능력까지 갖췄다.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아도 차가 도로 위 상황을 실시간으로 전부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각 나라별 규제에 맞춰 적용하기 때문에 국내 도입은 미정이지만 자율주행을 향한 벤츠의 진보된 기술력은 매우 인상적이다. 

 이와 함께 새로워진 졸음 운전 경고 시스템 어텐션 어시스트가 있다. 3D 운전자 디스플레이에 내장된 카메라를 통해 운전자의 졸음 운전뿐 아니라 주의 산만함까지 감지하고 경고를 제공한다. 운전자가 몇 초 동안 전방을 바라보지 않으면 어텐션 어시스트 시스템을 통해 주의 산만을 감지해 음향 및 시각적 경고를 준다. 충돌 및 차로 이탈 경고는 민감 모드로 전환한다. 운전자가 교통 상황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지속적인 경고음을 제공하며 이후에도 경고에 응답하지 않으면 액티브 비상 정지 어시스트 기능을 통해 비상 정지를 지원한다.

 총평 
 E클래스는 긴 헤리티지가 증명하듯 언제나 기준을 세우며 앞으로 나아갔다. 신형은 주체성이 더 명확해졌으며 벤츠가 보여주고자 하는 미래 의지까지 담아 새 시대를 연다. 하이테크 요소는 볼수록 놀라움을 자아냈고 새로운 차원의 이동 경험을 주려는 노력이 곳곳에 스며들어 감동을 준다. . 

 평소 벤츠의 장점인 고급감과 아름다운 디자인, 고품질 완성도는 그대로 유지했다. 여기에 내연기관과 전동화의 환상적인 조화까지 갖춰 다시 한 번 시장을 리드하려 한다. 역시 E-클래스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한결 같은 가치와 변함없는 믿음을 주는 차다.

빈(오스트리아)=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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