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펜시아 입찰 담합 비리 의혹’ 최문순-KH 배상윤 공모했나

김현지 기자 metaxy@sisajournal.com 2023. 8. 7.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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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최문순 기소할 듯...“해외도피 중인 배상윤 없이도 기소 가능”
최문순, ‘전세사기 건축왕의 개발 사업권’ 등 도정 운영 도마에

(시사저널=김현지 기자 metaxy@sisajournal.com)

최문순 전 강원지사가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 입찰 담합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질 위기에 처했다. 강원도가 KH그룹의 알펜시아 입찰 과정에서 특혜를 줬는지에 대해서다.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최근 최 전 지사를 소환해 고강도 조사를 진행했다. 해외도피 중인 배상윤 KH그룹 회장에 대한 조사 없이도 최 전 지사의 혐의 입증이 가능하다는 것이 검찰 측 설명이다. 실제로 최문순 전 지사가 KH그룹 측에 최저 입찰가를 알려주는 등 공모를 의심케 할 만한 진술이 확보된 것으로 전해졌다. 최 전 지사는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하지만 알펜시아 의혹부터 '전세사기 건축왕'을 동해 사업 개발자로 선정하는 등 도정 운영과 관련해 여러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다.

강원도 평창군 알펜시아리조트 ⓒ연합뉴스

"친전 보내 입찰가 알려줘" 진술도 확보

알펜시아는 조성 때부터 여러 부침을 겪었다. 강원도개발공사는 2006년 평창군 대관령면 일원에 사업비 1조5000억원을 투입, 알펜시아 리조트 조성사업을 추진했다. 골프빌리지와 리조트빌리지, 동계스포츠지구 등을 조성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알펜시아는 유동성 위기와 설계변경 등 우여곡절 끝에 2009년 문을 열었다. 상황은 2018년 이후 급변했다. 강원도가 평창동계올림픽 이후 재정난 등을 이유로 알펜시아를 매각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강원도는 네 차례 공개입찰, 두 차례 수의계약을 진행했다. 하지만 모두 유찰됐다. 2021년 6월에야 경쟁입찰 방식을 통해 최종 낙찰자가 선정됐다. 입찰가로 6800억7100여만원을 써낸 KH그룹 산하 특수목적법인(SPC) KH강원개발이었다. 당시 입찰에는 KH강원개발과 KH리츠(현 평창리츠)만 참여했다. 단독 입찰을 하면 유찰될 수 있음을 고려해 KH그룹 계열사가 참여한 게 아니냐는 '짬짜미' 의혹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최문순 전 지사와 KH그룹 간에 정보 공유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검찰은 최 전 지사와 KH그룹 측이 KH리츠를 허위 입찰자로 내세우기로 사전에 공모했고, 이후 입찰 정보를 주고받은 것으로 의심한다.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매각 담당자의 진술도 확보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전 지사가 KH 측에 친전을 보내 4차 입찰 당시 최저 입찰금액을 알려줬다는 내용이다. 검찰은 최 전 지사가 입찰 전에 서울 남산 하얏트호텔에서 배상윤 KH그룹 회장을 만나 입찰 정보를 유출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최문순 전 지사의 자택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이어 최근 소환조사를 진행했다. 알펜시아 입찰 담합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수사부(부장 신준호)는 7월28일 오전 최 전 지사를 소환해 약 13시간 동안 조사했다. 검찰은 알펜시아 입찰 전에 KH 측과 공모해 입찰 정보를 흘리는 방식으로 입찰 과정에 관여했는지 등을 최 전 지사에게 추궁한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은 최 전 지사에 대한 조사 내용을 검토한 후 먼저 재판에 넘길 것으로 보인다. 강력부 관계자는 "공범인 배상윤 회장에 대한 조사 없이도 최 전 지사의 혐의 입증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배 회장은 1년 넘게 사업상 이유로 동남아시아 등지에 체류 중이다. 배 회장의 해외도피를 도운 그룹 직원 2명은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최문순 전 지사는 관련 의혹을 모두 부인했다. 최 전 지사는 조사 당일 "(입찰가를 알려줬다는) '알펜시아 매각 협상(안)' 문건은 비밀문서가 아니고 언론에 공개되고 도의회에서 질의도 됐던 가격"이라며 "우리는 최종 입찰 가격을 알려줄 수 있는 정보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헐값 매각 의혹'도 반박했다. 최 전 지사는 "(알펜시아가) 부채가 심하고 운영할수록 빚이 늘어나는 구조라 매각하기 위해 120개 정도 기업과 접촉했고, 안타까운 실정을 많이 설득했다"며 "온비드라는 시스템에서 (입찰을) 진행했기 때문에 따로 (KH 측에 정보를) 주거나 할 수 없는 시스템"이라고 했다.

당시 강원도의 '알펜시아 매각'에 대한 남다른 관심은 인사에서도 엿볼 수 있다. 지난 7월 강원도의 '2023년 설명절 전후 공직기강 확립감찰' 결과를 보면, 강원도개발공사 직원 A씨는 △공용차량 관리·운영 부적정 △행동강령 위반 등의 사유로 징계 대상자에 이름을 올렸다. 강원도개발공사는 2022년 2월 이러한 '2021년 강원도개발공사 정기재무감사 결과'를 접수했다. 하지만 같은 달 A씨에 대한 징계 대신 승진심의를 위한 인사위원회를 열었다. 심지어 A씨는 포상까지 받았다. 강원도는 2022년 4월 강원도개발공사로부터 '알펜시아 매각 관련 민간인 도지사 포상(1명)' 추천을 받았다. 강원도개발공사는 A씨를 추천했고, A씨는 같은 해 5월 강원지사 표창을 받았다.

알펜시아를 사들인 KH그룹의 배상윤 회장은 김성태 쌍방울그룹 전 회장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폭력조직 출신인 이들은 2010~11년 쌍방울그룹 주가조작 사건으로 함께 재판을 받고 금전을 대여하는 등 긴밀한 관계로 알려졌다. 김성태 전 회장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구속 기소)와 관련한 대북 송금 의혹 등 배임·횡령·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상태다.

최문순 전 강원지사 ⓒ연합뉴스

동자청 관련자들 경찰에 고발되기도

최문순 전 지사를 둘러싼 의혹은 이뿐만이 아니다. '전세사기 건축왕 사건'과 관련해서도 최 전 지사의 이름이 거론됐다.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의 주범 남헌기씨는 과거 동해 망상지구 개발사업자로 선정됐다. 그런데 남씨가 이끌던 동해이씨티국제복합관광도시개발(동해이씨티)이 허위 자료로 망상1지구 개발사업권을 따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3월17일자 , 6월16일자 기사 참조).

자연스레 최문순 전 지사의 도정 운영이 도마에 올랐다. 강원도 감사위원회가 특정 감사를 한 결과, 동해안권경제자유구역청(동자청)이 동해이씨티를 개발사업자로 선정하는 과정에서 여러 위법 사항이 확인됐다. 동자청 망상지구 범시민 비상대책위원회(범대위·위원장 전억찬)는 지난 6월 "지난 3년 동안 이번 감사 결과와 같은 내용을 수십 번 반복해 문제제기를 했지만 최문순 도정은 자체 감사 결과 '문제없음'으로 덮어버렸다"고 주장했다. 강원도는 감사 이후 최 전 지사를 비롯한 동자청 관련자들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수사 의뢰했다. 최 전 지사 측은 이에 대해서도 "과거 이미 검찰에서 무혐의가 난 사안"이라며 의혹을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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