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중 괴담 르포] 가자! 호룡곡산으로 처녀귀신 잡으러~

조경훈 2023. 8. 7.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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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버스터스와 함께 떠난 납량산행
자정 무렵까지 정상석 근처를 배회하며 귀신과의 우연한 만남을 기다렸다.

찌는 듯한 열대야가 밤잠을 괴롭히던 어느 날, 유튜브에서 흥미로운 영상 하나를 발견했다. 그건 바로 한 방송사에서 방영했던 산행 괴담 이야기였다. 영상 속 괴담의 산은 인천 무의도의 호룡곡산(244m)이었다. 마침 8월호 납량특집으로 '무서운 산행'을 준비하던 나는 귀신에 홀린 듯이 영상에 빠져들었다.

호룡곡산 괴담의 이야기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한 부부가 호룡곡산에서 야영하기 위해 산에 올랐다. 우연인지, 귀신의 장난인지 그날따라 부부는 정상까지 단 한 명의 등산객을 만날 수 없었다.

"쉬이이이이!!! 쉬이이이이!!!"

그때, 순간적으로 강풍이 마구 휘몰아치고, 나뭇가지가 미친 듯이 흔들렸다. 그러다 갑자기 캄캄해지는 시야!

"헉헉… 뭐야!"

남편은 놀란 아내를 다독이며, 그녀의 눈을 가린 물체를 떼어냈다. 그녀의 얼굴을 휘감고 있던 것은 서낭나무에 걸려 있던 붉은색 천조각. 그들 앞에는 습한 기운이 가득한 서낭나무 하나가 서 있었다.

무섭고 찜찜했지만, 그들은 산행을 감행했다. 무언가 어깨를 짓누르는 듯했지만, 결국 정상까지 갔다. 이상하게도 평소보다 몸이 무겁고 힘들었던 부부는 텐트를 설치하고, 일찍 잠에 들었다. 그런데, 그날 밤 '그 일'이 시작됐다.

호룡곡산 등산로 초입부터 조그만 계곡을 만난다.

"삐그덕… 삐그덕…"

무언가 텐트로 다가오는 소리가 났다. 잠시 후, 텐트 밖으로 어떤 그림자가 보였는데, 그 그림자는 텐트 속으로 들어오는 문을 찾기 위해 미친 듯이 텐트를 긁고 있었다.

"지이이익… 지이이이익…"

잠시 후, 텐트 지퍼가 열리는 소리가 나더니, 열린 틈 사이로 길고 날카로운 손톱을 가진 기이한 손. 그리고 뒤이어 천천히 다가오는 처녀귀신!

그 순간, 아내는 잠에서 깼다. 끙끙대는 자신을 남편이 흔들어 깨웠기 때문이다. 그녀는 곧바로 텐트 밖으로 나가 주위를 확인했다. 하지만 아무런 인기척도 없었다. 다음날 이 이야기를 남편에게 하니 남편도 어젯밤 아내의 등에 그 귀신이 매달려 있는 것을 보았다고 했다.

그날 이후, 부부는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호룡곡산에서 그들과 비슷한 경험을 한 이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결국 그들이 겪은 이야기를 방송에 제보하게 되었다고 한다.

나는 호룡곡산을 괴담의 명소로 만든 그 정체가 궁금했다. '그들과 똑같이 산에서 하룻밤을 보내면 귀신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나는 귀신을 만나러 호룡곡산으로 떠나기로 했다.

대낮이지만 나무가 빛을 가려 어쩐지 스산한 분위기다.

귀신은 습한 곳을 좋아해

이번 호룡곡산 산행은 특별한 이들과 함께했다. 주인공은 바로 전국 곳곳에 흉가, 폐가를 찾아다니는 유튜버 턱시도오빠 팀과 귀신을 볼 수 있는 영안자 아치다. (이들은 닉네임으로 자신들을 소개해 주기를 요청했다.) 그들을 알게 된 건 우연이었다. 산행 전 정보를 수집하고, 함께 할 게스트를 찾아보던 중 알고리즘에 그들의 영상이 뜨게 됐다.

영상 속 사람들은 폐병원, 폐리조트, 폐가 등 공포 영화에서만 보던 으스스한 곳들을 찾아다니고 있었다. 촬영 시간대는 대부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깜깜한 밤이었다. 그들은 모두가 가기를 꺼리는 곳을 '굳이' 찾아갔다.

사후세계나 영적 존재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을 가진 나였지만, 그들이 그동안 기록해 온 것들은 내 호기심을 끌기 충분했다. 그동안 업로드한 영상만 해도 거의 900개에 달했다. '인류가 우주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을 비유하자면 바닷가의 모래알과 같다던데, 정말 내가 모르는 세계가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나는 곧바로 그들에게 메일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월간 산 기자 조경훈이라고 해요. 이번에 납량특집으로 호룡곡산에 가려고 해요. 정상 근처에 귀신이 있다는 소문이 있거든요. 함께 가시겠어요?"

얼마 지나지 않아 답장이 왔다.

"흥미로운 제안이네요! 하지만 저희가 체력이 좋지 않아 정상에 갈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어렵지 않다면 함께할게요."

나는 그들에게 쉬울 거라고 했다. 약간 힘든 둘레길을 생각하면 된다고도 했다. 살짝 과장을 보탠 나의 말에 그들은 순순히 넘어갔다. 우리는 일주일 뒤 무의도에서 만나기로 했다.

등산과 거리가 먼 턱시도오빠팀은 귀신보다 산행이 더 무섭다고 했다.
호랑바위 이후부터는 조금 경사가 가팔라지기 시작한다.

산행 당일, 나는 약속 시간보다 조금 일찍 하나개해수욕장에 도착했다. 시간도 죽일 겸 해수욕장 근처를 서성였다. 평일 오후였지만 바다를 찾은 이들은 많았다. 산행을 마치고 등목하러 오는 등산객들도 꽤 보였다. 혹시 귀신을 봐서 겁에 질린 이들이 있지 않을까 싶어 그들의 얼굴을 유심히 살펴봤지만, '무서웠다'는 인상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다시 차로 돌아왔다. 때마침 게스트들도 도착했다. 턱시도오빠, 아치, 그리고 용팀장, 총 3명이 차에서 내렸다. 세 사람은 운동화와 트레이닝복 차림이었고, 차 트렁크에서는 등산배낭이 아닌 조그만 백팩을 꺼냈다. 겉모습만 봐서는 정말 등산과 거리가 멀어 보였다. 나는 그들에게 "평소에 등산을 하냐"고 물었는데, "전혀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높이는 200m 조금 넘고, 산행 거리는 1.3km 정도예요. 천천히 가도 한 시간이면 정상에 도착할 거예요."

오늘의 산행코스를 간단히 소개하고, 곧바로 산으로 향했다. 오후 4시의 해는 쨍했다. 등산로는 주차장 바로 옆에 있었고, 군데군데 바닥을 기어다니는 도둑게들이 해안가 산임을 실감케 했다. 괴담 속 산행지라기에는 너무나 평화로운 분위기였다.

호룡곡산은 바닷가 근처에 있어, 등산로 곳곳에서 도둑게가 보인다.

이정표를 지나자마자 조그만 계곡이 나왔다. 물가로 내려서자, 계곡의 습기가 단숨에 몰려들었다. 여름의 더위도 한몫 보탰다. 계곡이었음에도 시원하다는 기분보다는 불쾌감이 더했다. 우리는 군데군데 튀어나온 돌덩이를 밟고 재빠르게 통과했다.

계곡을 건너 생태탐방로를 지나자 경사진 등산로가 시작됐다. 둘레길 같을 거라던 내 말이 거짓이었음이 탄로 나는 순간이었다. 눈앞에 펼쳐진 경사를 보자 일동 당황했다. 하지만 여기서 물러날 순 없었다. 나는 이 고개만 넘으면 정말로 쉬울 거라고 좀만 더 힘내보자고 그들을 다독였다. 이후로도 일행을 몇 번 더 다독이며 우리는 천천히 정상으로 향했다.

고도를 높일수록 숲이 짙어졌다. 나뭇잎이 하늘을 가리면서 주변이 어둑어둑해졌다. 계곡의 습함은 사라지고, 서어나무 군락이 풍경을 메우기 시작했다. 일몰에 가까워진 시간이라 빛도 적어졌다. 이리저리 마음대로 뻗친 서어나무는 서서히 어둑어둑한 분위기를 만들고 있었다.

중간중간 보이는 조망 터에서는 하나개해수욕장이 내려다보인다.

잠시 가방을 내려놓고, 물을 마시면서 일행들에게 이런저런 질문을 했다.

"아치님, 지금까지 산행하면서 귀신이 있었나요?"

"아까 처음에 계곡을 지났죠? 거기 위쪽에 몇 명 있었어요. 보통 산에 있는 귀신들은 빛이 잘 들지 않는 골짜기나 물이 많아 습한 계곡을 선호하거든요."

"네? 정말요? 귀신들은 뭘 하고 있던가요?"

"우두커니 우리를 바라보고만 있었어요. 흔히 귀신은 사람들을 괴롭힌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진 않아요. 산에 있는 일반적인 귀신들은 사람들에게 관심은 있지만, 멀리서 지켜보기만 해요. 어차피 다가가도 말이 안 통하니까요."

호룡곡산은 낮은 산이지만, 곳곳에 알찬 바위들이 숨겨져 있다.

"방송에서 귀신이 섬 같은 곳에서 나가는 법은 사람 등에 업혀서 나가는 방법뿐이라고 했어요. 정말인가요?"

"2000년대 초반에 돌던 미신 같은 이야기예요. 귀신은 자유롭게 이곳저곳을 돌아다닐 수 있어요. 한 곳에만 묶여 있지 않죠. 사람처럼 배나 차를 타고 이동할 수도 있어요. 간단히 말하면, 무의대교를 걸어서 건널 수도 있는 거죠."

내 질문에 그는 덤덤하게 대답했다. 그 모습은 마치 '1+1은 당연히 2'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의 말을 듣고 왼쪽으로 보이는 골짜기를 내려다봤다. 그는 저기에도 몇몇 귀신이 있다고 했다. 나는 그 말을 애써 듣지 못한 척했다. 여담이지만, 그때 내 팔엔 닭살이 돋아 있었다.

예상대로 정상까지는 멀지 않았다. 중간중간 거친 경사만 발길을 막았을 뿐, 8부 능선 이후부터는 길이 순했다. 으스스한 서어나무 군락도 없었다. 정상 데크에 올라서자, 아까 봤던 하나개해수욕장이 한눈에 들어왔다. 아쉽게도 해는 두꺼운 구름 뒤편으로 자취를 감춰 일몰은 볼 수 없었다.

미녀는 석류를 좋아하는 것처럼, 귀신은 그늘진 곳이나 습한 곳을 좋아한다고 한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

배낭에 챙겨간 과자와 비화식 도시락으로 간단히 저녁을 먹었다. 예보와는 다르게 날이 어두워질수록 바람이 조금씩 거세졌다. 두꺼운 외투를 챙겨가지 않아,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 이리저리 움직여야 했다.

마침내 해가 완전히 저물고 칠흑 같은 어둠의 시간이 다가왔다. 시간은 계속 흘렀고, 어느덧 시곗바늘은 23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때 턱시도오빠가 말했다.

"저희는 주로 23시부터 폐가에 들어가서 고스트 헌팅을 시작해요. 보통 귀신의 활동은 자시子時와 축시丑時 사이에 활발하다고 해요. 23시부터 03시까지를 말하죠. 제사를 자정 전후로 지냈던 것도 이와 관련이 있어요."

우리는 데크에서 벗어나 정상석 주변을 돌아다녔다. 영안자 아치는 두 눈으로 정상 근처 귀신들을 살펴봤고, 턱시도오빠와 용팀장은 고스트 헌팅 장비들을 활용해 주위에 귀신이 있는지 탐지했다.

긴장되는 순간이었지만, 결과적으로 그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EVP 녹음기에는 매몰차게 부는 바람 소리만 들렸고, 램포드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아치는 정상석 오른편에 있는 나무 계단 쪽에 2~3명의 귀신이 있긴 했지만, 아까 밥 먹을 때 음식에 잠깐 관심을 주었을 뿐, 지금은 별 흥미가 없어 보인다고 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귀신은 음식을 정말 좋아해 음식에 붙어 가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그들의 생김새를 설명해 달라는 나의 부탁에 그는 "한복 같은 옷을 입은 오래된 귀신과 2000년대 초에서 2010년대 유행했던 옷을 입은 비교적 젊은 귀신들이 있다"며, "우리 주변의 귀신은 영화 '헬로우 고스트' 속 귀신들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고스트 헌팅은 비교적 허무하게 끝났다. 턱시도오빠팀도 특별히 찍을 것이 없다며 준비해 온 캠코더를 정리했다. 내심 무서운 악귀가 없다는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긴장이 풀리며 순식간에 피로가 몰려왔다. 우리는 곧바로 텐트로 들어갔다. 혹시라도 새벽에 가위가 눌리면 다시 일어나서 둘러보기로 약속하고서.

"띠디디디… 띠디디디…"

새벽 5시, 알람소리가 울렸다. 괴담의 원흉지라는 말이 무색하게도 단잠을 잤다. 세차게 부는 바람소리가 시끄러워서 몇 번 깨긴 했지만, 귀신이 텐트 문을 찾으려 애쓰고 있진 않았다. 텐트 지퍼도 그대로였다. 밖으로 나와 일행들과 인사를 나누며 어젯밤은 어땠는지 물었다. 용팀장이 답했다.

"평범했어요. 가위도 전혀 눌리지 않았고요. 되레 평소보다 더 잘 잤어요."

동쪽으로는 미세한 빛이 보였다. 해가 뜨고 있었다. 우리는 텐트를 정리하고 곧바로 하산하기로 했다.

내려가는 길, 우리는 영상에 나온 서낭나무를 찾아보려 했으나 발견할 수 없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영상에서 보이는 서낭나무는 호룡곡산이 아닌 무의도 북쪽의 당산에 있었다. 당산과 호룡곡산의 직선거리는 약 3.4km로 꽤 멀었다. 영안자 아치는 "서낭나무 근처는 기운이 세서 가위에 눌릴 수도 있지만, 호룡곡산과는 거리가 너무 멀다"며 "특별한 연관성을 찾기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주차장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우리는 굴러떨어지는 바윗돌처럼 순식간에 호룡곡산 골짜기를 벗어났다. 짐을 정리하고 작별인사를 나누며 일행들에게 이번 산행이 어땠냐고 물었는데, 그들은 "귀신보다 등산이 훨씬 더 무서웠다"고 했다. 그 말에 나는 호탕하게 웃어버리고 말았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 영종대교는 안개가 자욱하게 끼어 있었다. 나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새하얀 안개 속을 헤매며 생각했다. '그날 그들이 보았던 귀신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 그 정체는 여전히 오리무중이었다.

왼쪽부터 램포드, 삼각김밥, 펜듈럼, EVP녹음기

귀신을 막아주는 비방

신장칼

인간들을 위협하는 귀신들을 막아낼 때 사용한다.

오색천

서낭나무에 많이 걸려 있는 것으로, 부정을 풀어낼 때 쓴다. 고스트 헌팅의 경우, 도망갈 수 있는 장소를 만들 때 주로 활용한다.

부적

잡귀를 쫓아내는 목적으로 사용한다. 아치는 특이하게도 검은색 부적도 함께 사용하는데, 안 좋은 터나 영가의 기운을 끊어낼 때, 이 부적을 쓴다고 한다.

월간산 8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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