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완 "록 스피릿은 나 자신에게 고분고분하지 않은 것"
"신곡 작업, '0'에서 다시 시작…자전거 탈 수 있는 한 현역일 것"
(인천=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언젠가 록이 젊은이들에게 '서자'가 아닌 '적자' 대우를 받았으면 좋겠어요. 자유와 부르짖을 수 있는 용기에 대한 젊은이들의 바람이 록을 향유하는 것으로 표현이 됐으면 합니다."
50년 가까이 한국 포크 록의 중심을 지켜온 가수 김창완이 김창완 밴드를 이끌고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무대에 올랐다.
지난 6일 오후 인천 송도 달빛축제공원에서 열린 펜타포트 3일 차 축제에 헤드라이너(간판 출연자)로 나선 김창완은 이날 무대를 앞두고 기자들과 만나 "산울림을 시작할 때만 해도 이런 대규모 록 페스티벌은 먼 나라의 이야기였는데 이렇게 헤드라이너로 출연하게 돼 영광"이라고 소감을 말했다.
1977년 밴드 산울림으로 음악을 시작한 김창완은 산울림 해체 이후 김창완 밴드를 결성해 현재까지 꾸준히 음악 활동을 하며 한국 록의 중심을 지켜오고 있다.
그는 이날 인터뷰에서 록 음악을 향해 반세기 넘게 지켜온 뜨거운 애정을 드러냈다.
'록의 인기가 예전 같지 않다'는 세간의 말에 대한 의견을 묻자 김창완은 "'록 스피릿'이 젊은이들에게 (실현할 수 없는) 희망 사항이 되어간다는 느낌은 받는다"고 답했다.
"록은 아직도 '서자' 같은데요. 젊음과 자유, 이런 것들이 함축된 것이 록 스피릿인데 이것들이 점차 젊은이들에겐 희망 사항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아요."
김창완 밴드의 목표는 전신으로 여겨지는 산울림 음악 계승을 넘어 '코리안 록'을 적립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산울림은 이제 없는 밴드지만, 김창완 밴드로서 제가 꼭 하고 싶은 것은 '코리안 록'의 적립이에요.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후배 가수들과의 협업, 세대 간의 교류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이날 펜타포트 무대를 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산울림의 초창기 곡을 선곡했다.
이번 선곡을 두고 "한국 록의 원류를 찾아서 연어처럼 거슬러 올라간 것 같다"고 말한 그는 "이 곡을 아마 처음 들을 20∼30대 젊은 관객과 어떤 '케미스트리'를 이룰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산울림으로 인기의 절정을 맛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김창완은 옛 영광을 돌아보기보다 초심을 갖고 앞으로 나아가고 싶다고 했다.
"산울림 시절을 기억하는 팬을 위해 지금까지 '추억 파먹기'를 할 생각은 없다"고 강조한 그는 "오히려 그런 행위가 그분들을 더 늙게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순수하게 초심을 갖고 계속 정진하는 것이 그분들에게 보답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50여년의 음악 경력에도 최근 김창완 밴드로 신곡 작업을 하면서는 다시 '0'으로 돌아간 것 같다고도 했다.
최근 독일의 가수 클라우스 노미의 음악을 접하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는 그는 "나름 스스로 록의 선두 주자라고 생각해왔는데 이번에 그 생각이 완전히 무너졌다"며 "'제로 그라운드'에서 다시 록을 정리해보고 있다. 아직 갈 길이 먼 것 같다"고 털어놨다.
'영원한 현역'이라는 수식어가 언제까지 가능하겠냐는 질문에는 "자전거 탈 수 있으면 계속 해야 하지 않겠나"라는 답이 돌아왔다.
"매일 라디오 방송을 하러 목동까지 20㎞ 정도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는데요. 그때마다 마주치는 한쪽 다리 없이 외발로 자전거를 타는 분이 계세요. 정말 대단하고 존경스럽죠. 저도 뭐, 그렇게라도 굴리겠습니다."
김창완이 생각하는 '록 스피릿'은 무엇일까.
그는 "세상에, 그리고 스스로에게 고분고분하지 않고 순수한 것"이라고 말했다.
"고분고분하지 마라, 그리고 순수해라. 근데 그 대상이 꼭 기성 세대 뿐 아니라 스스로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세상이 탁한 모습을 보여주고 탁한 일을 경험하겠죠. 그러나 나 자신의 분노를 가라앉히고 이 두 가지를 지키는 것이 가장 소중하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산울림은 그랬어요."
wisef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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