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 행복청

김재근 선임기자 2023. 8. 7.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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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행정기관 중 설립 당시부터 충청권에 위치한 기관이 하나 있다.

2006년 1월 출범한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하 행복청)이 그렇다.

신행정수도건설특벌법에 대해 위헌 결정이 내려지고 '신행정수도 후속대책을 위한 연기·공주지역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을 위한 특별법'이라는 긴 이름의 법이 제정되자 이 도시 건설을 전담하는 새로운 부처가 생겨난 것이다.

행정중심복합도시를 '행복도시',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을 '행복청'라고 한데는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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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근 선임기자

중앙행정기관 중 설립 당시부터 충청권에 위치한 기관이 하나 있다. 2006년 1월 출범한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하 행복청)이 그렇다. 신행정수도건설특벌법에 대해 위헌 결정이 내려지고 '신행정수도 후속대책을 위한 연기·공주지역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을 위한 특별법'이라는 긴 이름의 법이 제정되자 이 도시 건설을 전담하는 새로운 부처가 생겨난 것이다.

행복청은 국토교통부의 차관급 외청으로 행복도시(세종시) 건설을 전담하는 부처이다. 행복도시 건설과 관련한 대부분의 사무를 수행한다고 보면 된다.

행정중심복합도시를 '행복도시',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을 '행복청'라고 한데는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전한다. 행정중심복합도시라는 도시 이름이 너무 길어 어떻게 표기할까 고민하던 중 행복도시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행정중심과 복합도시의 첫 글자를 따서 행복도시로 부르자는 것이었다. 마침 이 도시 건설의 취지도 국토균형발전을 이끌어 전국 어디서나 모든 국민들이 두루 행복하게 잘 살게 하자는 것이었다. 이래서 행복(行複)과 행복(幸福)이라는 중의적 뜻을 가진 어휘가 탄생한 것이다.

이러한 행복청이 개청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오송 궁평2지하차도 참사와 관련 국무조정실의 감찰조사를 받고, 검찰의 압수수색까지 당한 것이다. 국무조정실은 행복청이 미호강의 기존 제방을 무단 철거했고, 규격미달의 임시제방을 제대로 관리 감독하지 못했으며, 제방 붕괴 당시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일로 행복청장은 해임이 예고됐고, 직원 8명이 수사를 받고 있다. 수사와 감찰 결과에 따라 더 많은 직원들이 법적 조치와 징계를 받을 지도 모른다.

일각에서는 그동안 행복청이 오송-청주 도로확장 및 미호강교 건설을 싸고 민원과 시비, 갈등에 시달려왔다며 동정하는 분위기도 있다. 힘든 일을 어렵게 추진해왔는데 사고가 터졌다는 것이다.

사정이 어찌 됐든 비판과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설마'가 14명의 소중한 목숨을 앗아갔기 때문이다. 공무원이 원칙과 기본을 지키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각성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행복청에 드리운 불행의 그림자가 하루빨리 걷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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