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폭염을 예측하는 다양한 시나리오
우리 조상들은 계절의 변화에 적응하며 살아왔다. 겨울에는 아궁이에 불을 피워 방바닥을 따뜻하게 데우는 전통적인 난방시스템인 온돌을 통해 추위를 이겨냈다. 여름에는 바람이 잘 통하도록 방과 방 사이에 마루를 두고 화문석, 평상, 모시옷 등을 이용하여 슬기롭게 여름을 견뎠으며, 덥고 습한 날씨로부터 음식의 부패를 막을 수 있는 염장 음식이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발달하기도 하였다.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계절적 변화와 기후 환경에서, 우리 조상들은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며 생존과 번영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기후변화와 관련된 위험기상으로 인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따라 사회와 개인의 적응 한계를 넘는 예상치 못한 위험기상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의 여름 날씨는 단순히 '무덥다'라는 계절적 특성을 넘어 몹시 심한 더위를 뜻하는 '폭염(暴炎)'이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올 7월 28일에는 낮 최고 기온이 하양(경산) 38.1℃ 옥천(양평) 37.9℃, 정선 36.1℃까지 올랐고, 7월 31일을 기준으로 폭염일수는 벌써 전국 기준 5.2일을 기록했다. 이처럼 올 여름도 폭염이 지속되고 있으며, 질병관리청 자료에 따르면 올해 5월 20일부터 7월 31일까지 온열환자는 1191명, 추정 사망자는 13명으로, 폭염으로 인한 인명 피해가 계속되는 상황이다.
인체에 심각한 피해를 줄 뿐만 아니라 급기야 사망에 이르게 하는 폭염은 기상재해와 같은 방재 개념으로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에 기상청은 2008년부터 폭염특보 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며, 2020년부터는 기온과 습도를 반영하여 인체가 느끼는 더위나 추위를 정량적으로 나타낸 온도인 '체감온도'를 이용하여 좀 더 현실적인 폭염특보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폭염특보 전에도 대상, 환경 등에 따라 더위에 신속하게 대비할 수 있도록 분야별로 세분화한 무더위 영향정보를 담은 '폭염영향예보'도 함께 발표하고 있다. 폭염영향예보는 어느 분야의 누가 폭염에 취약한지에 대해 경고하고 폭염 피해를 줄이는 데에 초점을 두고 있다.
기상청은 국민에게 폭염에 대한 정확한 예측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날씨 예측 프로그램인 수치예보모델을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날씨 현상이 너무 복잡하고 수치예보모델에 사용되는 방정식도 완전하지 않기 때문에 예측의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는 '앙상블기법'을 이용하고 있다. 앙상블기법이란 수치예보모델이 하나의 예측 정보만을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초기 조건을 다양하게 변화시켜 가면서 여러 예측 시나리오를 만들어 내는 기법을 말한다. 즉 미래 날씨에 대해 단 하나의 정보만 주는 것이 아니라 발생 가능한 여러 개의 정보를 제공해 주는 것이다. 예보관들은 앙상블기법을 통해 생산된 폭염에 대한 다양한 예측 가능성을 분석하여 미처 예상하지 못한 최악의 폭염으로 인한 재난 시나리오까지 고려할 수 있어, 폭염 발생 관련 방재업무 시 사전 대응이 가능하다.
특히 2021년부터 '다중모델앙상블'에 기반을 둔 예측 가이던스를 이용하여 폭염영향예보를 발표하고 있다. 하나의 수치예보모델을 이용하여 다양한 시나리오를 만드는 기존 앙상블기법과 달리, 다중모델앙상블은 서로 다른 여러 개의 모델을 이용하여 더 다양한 폭염 예측 시나리오를 만든다. 이 방법을 이용하여 여러 가지 수치예보모델들을 통합해 90개 이상의 예측 시나리오를 생산하고, 이를 통해 '안전', '관심', '주의', '경고', '위험' 등 5단계의 폭염 영향 정보를 예보관들에게 제공한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예보관들은 국민에게 안전을 위한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
기후변화는 극심한 폭염을 비롯하여 과거에 경험하지 못했던 여러 이상기상 현상을 발생시키고, 기상예측의 난이도가 커지고 있다. 기상청은 앞으로도 우리나라 주변을 촘촘한 그물망과 같이 구분해 예측정보를 생산할 수 있는 더 상세한 앙상블모델을 이용하여 정확한 예측정보를 생산하고, 폭염뿐만 아니라 다양한 위험기상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나갈 것이다.
Copyright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예금 보호 한도 '5000만→1억' 상향… 여야 6개 민생법안 처리 합의 - 대전일보
- '세계 최대 규모' 정부세종청사 옥상정원, 3.6㎞ 전 구간 개방 - 대전일보
- 안철수 "尹 임기 넘기면 더 심한 특검… DJ·YS 아들도 다 감옥" - 대전일보
- 약발 안 드는 부동산 대책…지방은 '무용론' 아우성 - 대전일보
- 가상화폐 비트코인, 사상 첫 9만 달러 돌파 - 대전일보
- 미리 보는 내 연말정산 환급액은?…관련 서비스 15일 개통 - 대전일보
- 대학 졸업해도 학자금 못 갚는 청년들… 체납액 급증 - 대전일보
- 대전산단 대개조 국비 확보 난맥...정부 정책 선회 필요 - 대전일보
- '병·의원 상대 골프 접대에 상품권깡까지'…은밀한 판촉 행위 적발 - 대전일보
- 법원, 이재명 '공직선거법' 1심 선고 생중계 안한다 - 대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