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금슬금 오르는 아파트값… 바닥 쳤다 vs 일시적 현상일 뿐
최근 부동산시장에서 집값이 저점을 찍고 상승기에 접어들었다는 ‘상승론’과 반짝 상승 후 하락할 것이라는 ‘데드캣 바운스’ 등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데드캣 바운스는 죽은 고양이도 높은 곳에서 떨어지면 튀어 오른다는 것에 빗댄 증시 용어로, 추세적 하락장에 일시적으로 주가가 상승한 것을 뜻한다.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한 집값 상승 움직임은 추세적 오름세가 아닌 일시적 반등 현상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집값 전망이 크게 엇갈리는 현상은 하반기 들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이는 수출 부진과 성장률 전망 하락 등 국내 경기의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탓이기도 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에 주택시장이 가격과 거래 측면에서 본격 회복될 지 여부는 좀더 지켜봐야 하며, 일부 유튜버 등이 주장하는 자극적인 ‘상승’, ‘하락’ 전망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 슬금슬금 반등한 서울 아파트값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아파트 매맷값이 회복 기미를 보이는 현상은 여러 통계 지표로 확인된다.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보면, 서울 아파트 매맷값은 5월 넷째주부터 상승 전환해 11주 연속 오름세다. 수도권도 9주 연속 오름세인데, 최근 7월 마지막 주 조사에선 주간 변동률 0.08%로 올들어 상승폭이 가장 컸다.
또 다른 시장 지표인 부동산원의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를 보면 최근 집값의 상승 움직임이 뚜렷하게 보인다. 서울이 지난해 연간 22.3% 하락한 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5개월 연속 올라 누적으로 7.75% 상승했다. 실거래가 지수는 시장에서 실제 거래신고가 이뤄진 아파트만을 대상으로 가격변동을 지수화한 것으로, 거래시장 흐름을 파악하는 데 유용하다. 다만, 최근처럼 거래량이 적을 때는 일부 아파트의 매매가격 등락이 시장을 과잉대표하는 경향도 있어 유의해서 봐야 한다. 케이비(KB)국민은행이 시가총액 상위 50개 단지의 가격 변동률을 지수화한 ‘KB선도아파트 50지수’도 부동산원 실거래가지수와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 지수 역시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3개월 연속 올랐고 상승 폭도 커지고 있다.
부동산 업계에선 최근 서울·수도권 아파트값 회복세를 불러온 요인으로 정부의 특례보금자리론 등 대출 확대를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아파트값이 고점 대비 30~40%가량 떨어진 상황에서 연초부터 연 4% 금리의 특례보금자리론이 판매되면서 주택 구매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1년간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특례보금자리론은 소득 요건이 없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적용받지 않아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달 27일까지 심사를 통과한 금액만 30조6688억원으로 금융당국이 예상한 1년 공급액(39조6천억원)의 77.4%가 풀린 상황이다.
신규 아파트 분양시장에 수요자들이 몰리는 현상도 주택시장에 온기를 불어넣고 있다. 부동산아르(R)114에 따르면, 올해 1~7월 서울의 신규 분양 13개 단지, 1334가구(일반공급) 모집에 9만198명이 몰려 평균 67.6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는 6707가구 공급에 7만3081명이 신청해 평균 10.9대 1의 경쟁률 보인 지난해 연간 기록과 비교하면 6배 이상 높아진 것이다. 이처럼 서울 분양 시장이 올해 들어 활기를 되찾은 데에는 정부의 부동산 규제 해제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세대원, 유주택자도 1순위 청약이 가능하게 됐고, 가점제만으로 입주자를 모집했던 전용면적 85㎡ 이하 물량은 가점제 40%와 추첨제 60%로 입주자를 모집할 수 있게 됐다. 최근 서울 광진구 자양동에서 공급된 ‘롯데캐슬 이스트폴’은 지난 1일 1순위 청약을 받은 결과 420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4만1344명이 몰려 1순위 평균 98.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주택 거래량도 차츰 늘어나는 추세다. 국토교통부 집계를 보면, 6월 전국의 주택 매매량은 5만2592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 증가했다. 수도권 주택 매매량이 2만830건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0.8% 늘었다.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지난달 4136건으로, 지난해 같은달(2014호)보다 갑절 이상 증가한 수준이다. 다만 이같은 거래량은 5년 장기 평균인 5천~6천건에는 못미쳐 거래량이 예년 수준을 회복됐다고 보기엔 이르다는 지적이 있다.
■ 금리, 세제 개편 등 변수
최근 집값 ‘대세 상승’을 주장하는 이들은 금리 안정, 규제 완화, 주택 구매 수요 회복을 요인으로 보고 있다. 먼저 한국은행이 지난달 기준금리(3.50%)를 4회 연속 동결했던 것에서 보듯 금리 인상이 마무리 수순에 들어섰다는 점을 주목한다. 또 정부가 대출·세제·청약 등 전방위 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있는 점도 호재로 인식한다. 여기에다 최근 원자잿값 상승에 따라 신규주택 분양가 인상이 이어지는 탓에 이른바 ‘원가’ 요인에 따른 집값 상승 압력이 발생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올해 초 7만5천가구까지 불어나 10여년 만에 가장 많았던 전국 미분양 주택이 3월부터 4개월 연속 감소해, 6월말 6만6388호로 줄어든 것도 주택시장 회복의 신호탄으로 지적된다.
그러나 최근 집값 반등세는 급매물 거래 증가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으로, 일정 기간 뒤에는 다시 하락장으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이들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 우려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점을 주목한다. 여기에다 이달부터 정부가 전세금을 반환하기 어려워진 집주인들을 지원하기 위해 ‘역전세 대출’ 규제를 완화했지만 2021년 하반기 전셋값이 고점이었던 탓에 올해 하반기에 더 극심해질 역전세난을 진화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런 까닭에 시장에서는 예기치 못한 시점에 이른바 ‘더블딥’ 현상이 부동산시장을 덮칠 수 있다는 우려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아파트값이 급락했다가 2009년에 잠시 오른 뒤에 2010년부터 2013년까지 4년간 장기 하락세가 지속된 상황이 대표적인 ‘더블딥’ 사례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최근 주택경기 회복의 징후로 거론되는 통계 지표 가운데는 숨어있는 함정이 있다고 지적한다. 박원갑 케이비(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올해 6월까지 공동주택 분양은 전국 6만6447호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3% 줄어든 것으로 나온다”며 “결국 최근 미분양 감소는 수요가 늘어난 게 아니라 재개발·재건축 정비조합과 건설업체 등이 신규 공급에 나서지 않고 시기를 미룬 영향이 크다”고 짚었다. 실제로 공사가 끝난 뒤에도 분양되지 못해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은 6월말 현재 9399호로 2021년 4월(9440호) 이후 2년 3개월 만에 가장 많은 수준이다.
시장에선 한은이 물가와 가계대출 등 추이에 따른 기준금리 인상과 인하 가능성을 모두 열어두고 있어, 금리 결정이 하반기 주택시장 흐름을 크게 좌우할 것으로 내다본다. 이어 내년 5월 유예기간이 끝나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세 완화’의 후속 조처가 어떻게 진행될 지도 중요한 변수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한다. 윤석열 정부는 ‘부동산 세제 정상화’를 명분으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를 소득세법 개정으로 전면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데, 야권의 반대가 강해 내년 총선 결과가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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