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세대를 살리자] ④전국민 10%가 마약 노출…"약물 손댄 아이는 잘못 없다"
"SNS서 그릇된 마약 정보 얻는 아이들…'팩트' 알려줘야"
"약물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중요…치료의 첫걸음은 인정"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슈팀 = "멕시코 인구 1억2천600여만명 가운데 적어도 10%가 불법적인 마약에 한 번 이상 손을 대 본 적이 있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집중해야 할 것은 처벌이 아닌 치료겠죠."
멕시코에서 마약 예방과 치료를 위해 설립된 비영리단체인 '청소년 통합 중독예방 센터'(CIJ)를 찾기는 어려운 일이 아니다.
1969년 청소년 마약 중독자를 돌보기 위해 작은 민간단체로 시작한 이 기관은 1982년 멕시코 보건부 분과 기관에 소속돼 50여년 만에 멕시코 전역에 120곳으로 늘어났다. 헤로인 중독자 집중 치료 센터, 중독 연구소, 예방 센터 등으로 구성됐고 일부는 입원도 가능하다.
현재 직원 1천500명과 자원봉사자 6천명이 대부분 청소년으로 구성된 환자 10만여명을 위해 힘쓰고 있다. 최근 이곳에서 진행된 약물 예방 교육을 받은 아이들이 500만명에 이를 정도다.
지난달 19일 이곳을 책임지는 앙헬 프라도 가르시아 총괄과 예방 센터를 담당한 마리암 카리요 로페스 예방국장을 만나 청소년 약물 중독의 위험성과 치료 방안 등을 들어봤다.
"마약을 제조하고 판매하는 일당은 잡아서 엄벌에 처해야 합니다. 그러나 마약 투약자는 다르게 접근해야죠. 처벌보다는 이들의 건강을 우선으로 여겨야 한다고 봅니다."
가르시아 총괄은 약물에 빠진 청소년들은 잘못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성세대를 비롯한 주변의 권유로 아이들이 약물을 접하게 되는 게 일반적"이라며 "'처음엔 괜찮겠거니' 여기다가 결국 중독에 빠지게 된다"고 말했다.
정신과 전문의 출신인 그가 꼽은 자국이 가진 큰 문제점은 바로 (일상 곳곳에) 다양한 마약이 노출돼 있다는 사실이다.
그는 "한 시간마다 멕시코 국민 5명이 담배 탓에 사망할 정도로 흡연도 심각한 상태"라며 "CIJ에서 마약뿐만 아니라 알코올·니코틴 중독도 집중적으로 치료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최근 멕시코 청소년 약물 문제를 둘러싼 가운데 가장 심각한 것으로 그는 펜타닐 등 합성마약을 꼽았다.
펜타닐은 암 환자나 수술 환자 등 고통이 극심한 환자에게 투약하는 마약성 진통제다. 헤로인의 50배, 모르핀의 80배 이상 중독성과 환각 효과를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미국에서는 펜타닐에 취한 젊은이들이 좀비처럼 걸어 다니는 영상이 퍼지기도 해 '좀비 마약'으로 불리기도 한다.
그는 "뇌와 신경을 손상할뿐더러 중독성이 매우 강해 한번 손을 대면 빠져나가기 힘든 약물"이라며 "게다가 싸고, 구하기도 쉽다"고 지적했다.
이어 "무엇보다 아이들이 '마약은 위험하다'는 인식이 부족하다"며 "약물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더욱 중요해진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로페스 예방국장도 가르시아 총괄의 지적에 동의했다.
특히 학생들이 주로 마약 관련 정보를 얻는 창구인 소셜미디어(SNS)에서 수많은 거짓 정보가 떠돌아다닌다고 비판했다.
그는 "교사들이 이처럼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고 '팩트'를 아이들에게 제공해줘야 한다"고 짚었다.
4월 17일부터 석 달간 '마약을 하면 해로워'(Si te drogas, te danas)라는 슬로건 아래에 멕시코 전국 중·고등학교에서 진행된 대규모 마약 예방 교육 캠페인이 지닌 가치도 여기에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 학교를 중심으로 교사와 학부모, 학생, 정부 관계자 등이 참여한 최초의 대형 캠페인 ▲ 마약을 공론화해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는 점 ▲ 정확한 정보를 청소년에게 제공했다는 점 등을 근거로 이번 프로그램이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했다.
이들은 청소년 마약이 사회적 과제로 떠오르기 시작한 한국에도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강력한 처벌이 아닌 교육과 치료라고 입을 모았다.
로페스 예방국장은 "이번 캠페인이 성료 됐기에 일선 학교에서 정규 과목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며 "한국의 학교에도 마약 예방 과목이 생기면 어떨까 한다"고 조언했다.
가르시아 총괄은 일단 당사자가 자신이 마약에 중독됐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게 중요하고, CIJ와 같은 치료 기관이 적극 나서야 한다고 했다.
CIJ 진료비가 담뱃값(75페소·약 5천600원)보다 저렴한 40페소(약 3천원)에 불과하며, 환자 35%가 무료로 진찰을 받을 수 있게 한 것도 치료의 벽을 낮추기 위함이라고 부연했다.
"약물 중독은 당뇨병처럼 한 번에 치유되지 않아요. 치료받아도 또 빠져들 수 있죠. 그러면 다시 치료받으면 됩니다. 입원과 치료, 퇴원 모두 치료되는 과정이기에 도움이 필요할 때 누구나, 언제든 다시 이곳을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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