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위 테슬라… '18兆' 자율운항선박 시장 잡아라

이한듬 기자 2023. 8. 7.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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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 초격차 항해 나선 K-조선] ③ 정부, 2030년 시장 50% 선점 목표… 조선3사 기술 개발 박차

[편집자주]차별화된 기술력을 갖춘 한국 조선업계가 세계 시장에서 순항하고 있다.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에 대응해 독자적인 기술력을 쌓은 전략이 주효했다. 한국 조선업계는 철강사와 손잡고 해외에 의존하던 강재를 국산화하는 데 성공하고 과감한 선제 투자로 친환경 선박 시장을 선점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다진 한국 조선사들은 미래 먹거리인 자율운항 선박 사업에도 뛰어들며 블루오션을 향해 돛을 펼쳤다.

현대중공업그룹 사내벤처 ‘아비커스’가 지난해 7월12일 오후 인천 중구 왕산마리나항에서 자율운항 선박 시연회를 갖고 있다. / 사진=뉴스1 이동해 기자
조선업계가 자율운항선박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 자율운항선박은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센서 등을 융합해 선원의 의사결정을 지능화·자율화된 시스템이 대체할 수 있는 차세대 고부가가치 선박이다.
해양사고의 대다수가 인재(人災)인 상황에서 사고 발생률을 크게 줄이고 물류의 흐름을 개선할 수 있어 선박과 해운·항만 시장 패러다임을 전환할 게임 체인저로 꼽힌다. 정부는 2030년까지 관련 시장의 50%를 선점한다는 목표이며 조선3사도 이에 발맞춰 기술 개발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해양사고 줄여 안전성·경제성 획기적 개선


국제해사기구(IMO)는 자율운항선박을 '사람의 개입이 없거나 최소화해 운항하는 선박'으로 규정하고 있다. 업계는 첨단 ICT 기술을 탑재한 자율운항선박 도입 시 최적운항경로 탐색, 인적 과실로 인한 사고 감소 등이 가능해 운항 선박의 경제성과 안전성이 획기적으로 향상될 것으로 기대한다.

중앙해양안전심판원에 따르면 국내 해양사고 발생 건수는 2015년 2101건에서 2020년 3156건으로 지속적인 증가 추세이며 전체 사고 중 82%가 인적 과실에 의해 발생하고 있다. 자율운항선박이 도입되면 인적 해양사고가 75% 줄어 안전성이 크게 개선될 것이란 게 산업통상자원부 관측이다. 물류 흐름도 10% 이상 향상되고 선박 운용비용 역시 22% 감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자율운항선박은 4단계로 구분된다. 1단계(레벨1)는 선원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수준이며 2단계(레벨2)는 선원이 승선한 상황에서 비상상황 시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는 수준이다. 3단계(레벨3)는 선원이 최소한으로 승선 상태에서 원격으로 제어하고 장애 예측과 진단이 자동화되는 수준이고 4단계(레벨4)는 완전한 무인 자율운항이다. 현재는 기술개발 초기 단계로 상용화 시점은 2025년쯤으로 예상된다. 다만 2030년까진 레벨1 수준의 자율운항선박이 운용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 전망은 긍정적이다. 시장조사기관 마켓스앤마켓스는 세계 자율운항선박 시장규모가 2019년 71억달러에서 2030년 143억달러로 2배가량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은 정부차원에서 자율운항선박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에 사활을 걸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해양수산부는 지난 2020년 '자율운항선박 기술개발사업'에 착수했다.

2025년까지 1603억원을 투입해 지능형 항해시스템과 기관 자동화시스템, 운용기술 및 표준화 기술을 등을 개발한다는 목표다. 대양 항해는 레벨3, 연안항해는 레벨2를 확보하고 2030년 자율운항선박 시장의 50%를 선점한다는 목표다. 완전한 자율운항선박 기술 개발도 추진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2025년 이후에는 자율화 등급 레벨4에 해당하는 완전 무인 자율운항선박 관련 기술 개발을 추진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7월12일 인천 중구 왕산마리나항에서 열린 현대중공업그룹 사내벤처 ‘아비커스’ 자율운항 선박 시연회에서 관계자가 경로 설정 네비게이션을 취재진에게 보여주고 있다. / 사진=뉴스1 이동해 기자


조선업계도 자율운항선박 기술개발 박차


국내 조선3사도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HD현대는 2020년 1호 사내벤처로 선박 자율운항 기업인 아비커스를 출범했다. 현재까지 400억원가량 투자했으며 레벨2의 자율운항 솔루션 '하이나스 2.0'을 개발했다. 하이나스 2.0은 각종 항해장비 및 센서로부터 제공된 정보를 융합해 선박이 최적 항로와 속도로 운항할 수 있도록 안내·제어하는 AI 기반의 자율항해시스템이다.

지난해 6월 세계 최초로 대형 선박의 태평양 횡단에 성공한 바 있으며 현재까지 국내외 선사로부터 총 300여척을 수주했다. 이달부터는 32만5000톤급 초대형 화물선에 하이나스 2.0을 적용, 1년간 실제 선박 운항 데이터를 기반으로 연료절감 효과와 온실가스 저감 실적을 검증할 계획이다.

한화오션은 자율운항 시험선 단비(DAN-V)를 건조, 지난해 11월 서해 제부도 인근 해역에서 자율운항선박 해상 시험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관제센터로부터 전달된 제어 명령에 따른 엔진, 방향타 등의 반응을 확인할 수 있는 원격제어시험, 계획된 운항 경로를 따라 선박이 잘 따라가는지를 확인하는 경로 추종 시험, 운항 중 복수의 선박을 조우했을 때 충돌 위험을 판단하고 위험을 잘 회피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충돌회피 시험 등 자율운항선 운항을 위해 필요한 주요 기능들에 대한 검증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이 기술은 레벨3에 해당한다. 한화오션은 확보된 자율운항 기술을 실선에 적용해 검증하고 2024년 완전자율운항 기술을 개발한다는 목표다.

삼성중공업은 경남 거제조선소에서 건조한 1만5000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대형 컨테이너선에 독자 개발한 원격자율운항 시스템(SAS)과 스마트십 시스템(SVESSEL)을 탑재해 지난 6월26일부터 7월1일까지 거제~제주도~대만 가오슝항을 잇는 약 1500㎞의 항로를 운항하며 자율운항기술 실증을 진행했다.

이번 항해를 통해 자율운항 시스템이 반경 50㎞ 이내의 선박·부표 등 9000개 이상의 장애물을 정확히 식별했고 90번에 걸친 실제 선박과의 조우 상황에서 안전하게 우회 경로를 안내한 것을 확인했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김현조 삼성중공업 자율운항연구센터장은 "글로벌 항로에서 실증에 성공함으로써 앞선 자율운항기술력을 입증했다"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연구개발로 자율운항·스마트십 기술을 선도하겠다"고 밝혔다.

이한듬 기자 mumfor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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