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인 "'D.P.' 시리즈 찍으며 자존감 회복" [인터뷰+]

김소연 2023. 8. 7.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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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D.P.' 시즌2 안준호 역 배우 정해인
배우 정해인/사진=넷플릭스

'D.P.' 시리즈는 제 삶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작품입니다. 요즘 군대가 1년 6개월인데, 저도 그에 근접한 시간만큼 촬영했더라고요. 그래서 애정이 남달라요…'D.P.'라는 작품을 하면서 '아, 내가 이런 연기를 해도 되는구나' 자신감을 얻게 됐어요. 팬들은 제가 멜로를 하길 바라는 걸 알지만, 제가 가장 애정하는 작품은 'D.P.'입니다."

특유의 청량한 눈빛을 반짝이며 작품에 대한 애정을 뽐낸 정해인이었다. 2013년 AOA 뮤직비디오 '모야'(MOYA)에 출연하며 연예계에 데뷔한 정해인은 tvN '도깨비'에서 여주인공 지은탁(김고은 분)의 첫사랑 최태희 역으로 잠깐 등장한 것만으로도 주목받으며 단숨에 주목받은 대세 반열에 올랐고, 2018년 방영된 JTBC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로 신드롬을 일으켰다. 정해인이 그동안의 필모그라피 중에서도 가장 사랑하는 작품으로 꼽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D.P.'는 데뷔 초부터 이어진 부드러운 이미지를 벗어나 남성적이고 거친 모습으로 연기의 스펙트럼을 확장했다는 평을 받았다.

'D.P.'는 군무이탈병 체포 전담 보직 D.P.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 김보통 작가의 웹툰 'D.P 개의 날'을 원작으로 했다. 정해인이 연기한 안준호는 사단 전체 검거율 1위를 자랑하는 D.P.다. 가장 폭력에 맞서기 위해 취미로 배운 복싱으로 탈영병들을 제압한다. 지난 7월 28일 공개된 시즌2에서는 더욱 강력해진 전투 능력으로 본인을 체포하러 온 D.P.들 열댓명을 상대로 혼자서 다 때려눕혔다.

정해인은 "시즌1에서는 황장수(신승호 분)라는 강력한 빌런이 등장했다면, 이번에는 어떤 체제와 시스템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람들이 어떤 선택을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라며 "여러 빌런이 있지만, 또 각자의 입장이 돼 보면 '그럴 수밖에 없었구나' 싶어 누구 하나를 뽑을 수 없다"고 차이점을 소개했다.

'내무반 빌런'이 아닌, '군대 시스템'의 문제를 지적하는 전개 과정을 두고 일각에서는 군대에 대한 세심한 현실 반영으로 "시청 후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온다"는 시즌1에 비해 "시즌2에서는 그런 매력이 떨어진 거 같다"는 반응도 나왔다.

/사진=넷플릭스 오리지널 'D.P.' 시즌2 스틸


정해인은 이런 부분에 대해 "많은 분이 경험한 내무반 생활을 보여주는 부분의 비중이 줄어서 그런 거 같다"며 "일반 사병들에게 노출이 덜될 뿐, 군대 내에서 군사 재판도 있고, 영창과 육군교도소도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호열(구교환 분)과 준호의 콤비를 그리워하는 분들도 있었는데, 시즌1을 1회부터 보시면 아쉬움을 달래실 수 있을 것"이라고 추천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뿐만 아니라 '구교환 예찬론'을 이어가며 '호열 바라기'였던 안준호와 높은 싱크로율을 보여줬다.

"'눈빛만 봐도 알 수 있잖아'라는 노래 가사처럼 호흡이 정말 잘 맞았어요. 교환이 형의 가장 큰 무기는 유머 같아요. 연기력, 태도 모두 다 좋지만, 현장의 힘든 상황에서도 유머러스하게 공기를 바꾸는 힘이 있어요. 이건 타고난 재능 같아요. 제가 본받고 싶은 부분이기도 하고요."

극 중 안준호가 전역하는 한호열에게 "형, 잘 가"라고 말하며 아쉬움을 드러내는데, 정해인은 "군필자들은 한 번쯤 경험해 봤을 텐데, 정말 잘 챙겨주는 선임이 전역할 때 보내야 하는데 보내주고 싶지 않은 그 마음이었다"며 "전 감정이 복받쳤는데, (한준호) 감독님이 덤덤하게 가라 말씀하셔서 그렇게 연기했다"며 거듭 애정을 드러냈다.

안준호는 극 중 1993년생이다. 정해인은 1988년생이지만 데뷔 전 입대해 군 생활을 했다는 점에서 비슷한 경험을 공유했다. 시즌2에서도 황장수가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모습을 목격하고 안준호가 이를 모른 척 지나가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정해인은 "정말 소름 돋았다"면서 "할 말을 잃은 장면"이었다고 소개했다.

"저도 전역 후 군 생활을 같이했던 사람에게 연락이 오기도 했는데, 피하게 되더라고요. (웃음) 계속 좋은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고 하지만, 군대는 군대고, 장병들도 각자 위치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을 거예요. 어린 나이에 불편한 사람들, 생판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지내고 먹고 자고 생활한다는 거 자체가 겪어보지 못한 스트레스일 수 있어요. 제가 신병일 때도 정신이 없었던 거 같아요. 일병이 되니 상병과 병장 사이에 껴서 임무 수행을 하느라 더 정신없고. 그러다 상병, 병장이 되니 '군대는 계급 사회가 맞구나' 느끼는 거죠. 스무살, 스물한살 청년들이 권력의 맛을 보는 거예요.(웃음)"

배우 정해인/사진=넷플릭스


자신의 군 생활을 되돌아보며 "절대 황장수같이 괴롭히거나 폭언이나 폭행하는 선임은 아니었다"고 단언하면서도, 시즌2를 관통하는 메시지인 '방관자'에 대해서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고 털어놓았다.

"이 기사를 보고 '당했다'라고 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는데, 저는 당당하게 조우할 수 있어요. 당당하니까 이 작품에 출연한 거죠. 아니었다면 '제가 못 할 거 같아요'라고 하지 않았을까요. (웃음) 그렇지만 제가 괴롭히지 않았어도, 같은 공간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공범이라는 질문을 이 작품이 던지잖아요. 방관자들에게 질문한다는 점에서 이 드라마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봐요."

또한 'D.P.' 시리즈가 "군대만이 아닌, 사회 전체에 던지는 메시지 같다"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정해인은 "제 친구가 'D.P.'를 본 후 '우리 회사 같다'는 말을 했다"면서 "어떤 조직안에서 직위를 남용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고, 권력을 행사하는 사람 때문에 부당한 일을 당하기도 한다. 탈영병들이 회사로 비유하자면 퇴사자가 아니겠나"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시즌3에서도 불러주신다면 응하겠다"면서 다음 시즌에 대한 기대감도 전했다.

"감독님과 작가님, 제작진분들이 불러주시면 달려가야죠. 웹툰 원작을 보면 안준호가 상병으로 나옵니다. 생각보다 능글능글하고, 머리도 길죠. 그런 모습도 보여드릴 수 있을 거 같아요."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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