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부가가치 선박 '싹쓸이' 韓 조선업계… 배경엔 조선-철강 '동맹'

김동욱 기자 2023. 8. 7.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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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 초격차 항해 나선 K-조선] ① 글로벌 LNG운반선 82.4% 수주

[편집자주]차별화된 기술력을 갖춘 한국 조선업계가 세계 시장에서 순항하고 있다.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에 대응해 독자적인 기술력을 쌓은 전략이 주효했다. 한국 조선업계는 철강사와 손잡고 해외에 의존하던 강재를 국산화하는 데 성공하고 과감한 선제 투자로 친환경 선박 시장을 선점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다진 한국 조선사들은 미래 먹거리인 자율운항 선박 사업에도 뛰어들며 블루오션을 향해 돛을 펼쳤다.

조선업계과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에 집중하고 있다. 사진은 HD현대중공업의 LNG운반선. /사진=HD현대 제공(그래픽=김은옥 기자)
▶기사 게재 순서
①고부가가치 선박 '싹쓸이' 韓 조선업계… 배경엔 조선-철강 '동맹'
②K-조선 구원투수 'LNG선'… 다음 격전지는
③바다 위 테슬라… '18兆' 자율운항선박 시장 잡아라
조선업계가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에 전력하고 있다. 박리다매 형식으로 저가 선박을 다수 수주하기보다는 적은 수의 배를 만들고도 수익성을 확보하겠다는 의도다. 세계 시장에서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를 휩쓸고 있는 조선업계의 경우 철강업계와의 협력을 바탕으로 고성능 소재를 확보한 게 주효했다는 평가다.


수주 줄어도 걱정 없다… 고부가 선박 집중하는 韓 조선업계


영국 조선해운시황 전문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한국 조선업계는 올 상반기 516만CGT(환산톤수·용어설명)를 수주했다. 전년 동기(1039만CGT) 대비 50% 감소한 수치다. 중국 조선업계 수주량이 같은 기간 15%(1220만CGT→1043만CGT) 줄어든 것보다 감소세가 뚜렷하다. 올 상반기 글로벌 발주가 지난해 상반기보다 34%(2712만CGT→1781만CGT) 줄면서 수주 감소 폭이 작은 중국업체들의 점유율은 45%에서 59%로 상승했고 한국업체들의 점유율은 38%에서 29%로 하락했다.

한국 조선업계의 수주 감소는 조선사들이 고선가 선박 위주로 선별 수주에 나선 탓이다. HD한국조선해양은 올 상반기 글로벌 시장에서 발주된 34척의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중 18척을 수주했다.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은 LNG운반선 4척, 6척을 각각 수주하는데 성공했다. 전 세계 LNG운반선 발주의 82.4%를 국내 조선 3사가 따낸 것. 컨테이너선의 경우 HD한국조선해양이 올 상반기 29척을, 삼성중공업은 하반기 들어 16척을 각각 수주했다.

LNG운반선과 컨테이너선은 선가가 상승하고 있는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선박이다. 클락슨리서치 자료를 보면 포괄적인 신조선가 지수는 2019년 6월 130.9(1억3090만달러·약 1700억원)에서 2023년 6월 170.9(1억7090만달러·약 2200억원)로 30.6% 올랐다. 같은 기간 17만4000㎥급 LNG운반선 신조선가 지수는 185.5(1억8550만달러·약 2400억원)에서 260.0(2억6000만달러·3300억여원)으로 40.2% 상승했다. 22000~24000TEU(용어설명) 컨테이너선은 146.0(1억4600만달러·약 1억9000억원)에서 225.0(2억2500만달러·약 2900억원)으로 54.1% 뛰었다. 다른 선박보다 LNG운반선과 컨테이너선의 가격 상승 속도가 빠르다는 의미다.

선별 수주는 지난 2년 동안 국내 조선업계가 일감을 충분히 확보하면서 가능해졌다. HD한국조선해양, 한화오션, 삼성중공업은 2021년과 2022년 2년 연속 목표치를 상회하는 일감을 수주했다. 앞으로 3~4년치 일감을 미리 확보하면서 고객사와의 협상에서 우위에 올랐고 그 결과 주문을 가려 받을 수 있게 됐다. 조선업계는 올 하반기 예정된 12조원 규모의 카타르 LNG운반선 건조 계약 체결에 집중하는 등 선별 수주 기조를 이어갈 방침이다.


철강업계, 고품질 소재 지원… 조선社, 독자 기술 개발 속도


조선용 신소재 개발 및 적용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과 포스코. /사진=한화오션 제공
철강업계와의 협력으로 고품질 선박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된 것도 선별 수주에 영향을 미쳤다. 고부가 선박 제조에 사용되는 강재는 운항 중 발생하는 외력에 견딜 수 있는 특수 재질이 사용된다. 국내 철강업계가 이를 만족하는 소재를 조선업계에 제공하고 있다. 극저온을 버틸 수 있는 LNG 연료·저장 탱크용 니켈 9% 후판이 대표적 예다. 일반 후판보다 열처리 등의 과정이 복잡해 생산 자체가 어렵다. 과거에는 일본 업체들이 생산한 LNG용 니켈 9% 후판에 의존했는데 국내 조선사들의 개발 요청으로 철강사들이 생산에 나서면서 국산 점유율이 70%까지 확대됐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세계 최초로 고망간강을 LNG 연료탱크에 적용한 것도 조선업계와 철강업계의 협력으로 이뤄졌다. 한화오션은 포스코와의 10여년 동안의 공동연구 끝에 지난해 6월 고망간강 소재 LNG 연료탱크를 초대형 원유운반선에 설치했다. 고망간강은 기존 소재보다 가격은 저렴하면서 높은 강도와 내마모성을 갖추고 있어 차세대 LNG 연료탱크 소재로 꼽힌다. 양사는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 강화에 대응하기 위해 차세대 선박으로 주목받는 암모니아 연료 추진선의 연료 탱크 개발과 용접 기술 개발에도 협력하고 있다.

조선업계는 철강사들로부터 공급받은 소재를 바탕으로 독자적인 LNG 화물창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는 프랑스 엔지니어링업체 GTT가 개발한 멤브레인 형식을 이용해 LNG 화물창을 만든다. LNG운반선 가격의 5% 정도의 로열티 명목으로 GTT에 지급하고 있어 부담이 크다.

앞서 한국형 화물창인 'KC-1' 형식을 적용한 LNG운반선을 건조했으나 냉기가 선체에 전달되는 '콜드 스팟' 현상이 발생하면서 2018년 운항을 중단했다. 이후 신식 기술인 'KC-2'가 적용된 LNC 벙커링 전용 선박 '블루 웨일호'를 건조한 뒤 지난 5월 운항을 시작했다. 블루 웨일호를 통해 KC-2 기술이 검증되면 대형 LNG운반선에 적용하는 상용화 과정을 거칠 방침이다.

[용어설명]
*CGT(Compensated Gross Tonnage·환산톤수) : 선박의 부가가치, 투입 공수, 강재 소요량 등을 고려해 산출한 톤수(Tonnage)로 실질적 공사량을 의미. 1994년 OECD(경제개발협력기구) 조선부회에서 사용하기 시작함.

*TEU(Twenty foot Equivalent Units) : 길이 20ft(피트·609.6㎝)의 표준 컨테이너 박스 1개를 나타내는 단위. 컨테이너 규격에는 그 길이에 따라 20피트, 40피트, 45피트, 48피트, 50피트 등이 있고 20피트짜리 컨테이너 하나를 1TEU라고 함.

김동욱 기자 ase84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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